2007-04-10
경제적으로 부족함이 덜 하고, 세계적인 기술과 브랜드로 트렌드를 선도해가며 마음만 먹으면 영어 한자 몰라도 불편함 없이 살아갈 수 있는 일본의 젊은이들도 간혹 답답함을 느끼는 모양이다. 불편한 인터넷 환경과 섬으로 고립돼 있다는 지리적 한계가 그 이유다. 하지만, 일본 도쿄에 자리를 잡고 자신들만의 브랜드를 세계에 알리고, 일본의 우수한 전통 미학을 세계인에게 보여주고 있는 아틀리스(artless Inc.)는 그런 답답함을 다양한 영역의 디자인 작업과 각종 전시회로 말끔히 해소하고 있다.
취재 │ 윤유성 기자 baby@websmedia.co.kr
w.e.b. 아틀리스(artless Inc.)는 어떤 회사인가?
Shun Kawakami(이하 Shun)
아틀리스는 일곱 명으로 구성된 팀원이 다양한 개성과 영역의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일본 도쿄에서 활동하고 있는 비주얼 디자인팀이다. 주로 그래픽 디자인, 웹 디자인, 모션 그래픽 작품을 만들어가고 있지만 하나의 장르와 카테고리에 구속되기 보다는 전시회를 비롯한 이벤트, 설치 미술, VJ와 DJ 등 다양한 장르의 작업을 기획 및 진행하고 있다. 일본의 도쿄, 교토, 사포로, 오사카 등지에서 전시를 열었고 일본을 벗어나 영국, 미국, 호주와 같은 다른 나라에서 다른 영역의 디자이너들과 협업해 전시회를 개최해오고 있다. 전시회는 아틀리스라는 회사 브랜드를 홍보하기 위한 자리임과 동시에, 각 멤버들이 자유롭게 영리를 목적으로 한 프로젝트에서 미처 보여주지 못한 크리에이티브를 마음껏 발산할 수 있는 ‘열린 광장’의 역할을 하고 있다.
w.e.b. 아틀리스의 구성원은 어떤 이들인가?
Shun
아우르는 영역이 넓다 보니 아틀리스에 소속된 일곱 명의 팀원들도 각양각색의 전문성과 재능을 갖추고 있다. 아트 디렉터에서부터 그래픽 디자이너, 웹 디자이너, 모션 그래픽 디자이너, 포토그래퍼, 일러스트레이터, 페인터, 사운드 크리에이터, DJ, VJ 등이 한 공간에 총망라해 있다. 아트 디렉터이자 디자이너이고 예쁜 딸 아이의 아버지이자 아틀리스의 대표인 Shun Kawakami, 디자이너이자 사진 작가이며 역시 예쁜 딸 아이의 아버지인 Keigo Anan, 디자이너이자 사진 작가이며 축구 선수이기도 한 Kei Kawakami, 디자이너이자 ‘디자인 중독자’이기도 한 Yu-ki Sakurai, 디자이너이자 또 한 명의 디자인 중독자인 Chieko Zaitsu, 화가이자 귀여운 딸 아이의 어머니이기도 한 Mamoko Kawakami, 프로젝트 매니저이자 ‘싸움꾼’인 Mamoru Yamashita가 바로 그들이다.
w.e.b. 회사명 ‘아틀리스(Artless)’에 담겨있는 의미는?
Shun
사전을 찾아보면 알겠지만 ‘Artless’라는 영어 단어의 사전적 의미로 이해하면 된다. ‘꾸밈없는, 자연스러운’이라는 의미 그대로 자연스럽고 억지스런 꾸밈이 없는 디자인을 하겠다는 의지를 담고 싶었다. 회사를 차리고 회사명을 고민할 당시, 나는 사회 경험이 전무한 초보 디자이너였다. 스스로 생각하기에 내게는 뛰어난 디자인 감각이나 재능도 없어 보였고, 프로페셔널한 정신과 의지도 다듬어지지 않은 상태였다. 그런 상황에서 나와 회사가 지켜야 할 것은 ‘자연스럽고 솔직한 노력’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잠시 잠깐의 안락과 만족을 위해 화려하지만 억지스러운 디자인으로 고객과 나 자신을 속이기 보다는, 꾸밈없고 자연스러운 마음가짐이 투영된 솔직한 디자인으로 팀원들과 고객을 설득해 나가고 싶었다.
w.e.b. 대표적인 포트폴리오를 소개해달라.
Shun
아트 그룹 null*의 작품과 전시회
먼저 아틀리스 멤버들이 주축으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전시회를 개최하고 있는 아트 그룹, ‘null*’의 작품들을 소개하고 싶다. 아트 그룹 null*은 아틀리스에 의해 구성돼 순수 디자인 혹은 순수 예술 작품을 만들어나가고 있는 단체로, 지난 2006년도에는 교토, 사포로, 오사카, 나고야 그리고 도쿄 등지에서 작품들을 전시하기도 했다. 주로 일본의 전통적인 미학과 그래픽 디자인을 탐구하며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아트 그룹 null*에 대한 보다 자세한 내용은 null* 사이트(www.nullartless.com)에서 확인해 볼 수 있다.
인터랙티브 디자인 www.stompstamp.com
Stomp Stamp의 웹 사이트 프로젝트는 세계에서 규모가 가장 큰 아이들 전용 패션몰로 주목을 받았던 작품이다. 각각의 제품과 그 제품을 착용한 아이들의 모습을 사진으로 보여주며 아기자기한 컬러와 컨셉으로 진행한 Stomp Stamp 프로젝트는 사용자들이 방대한 데이터를 지루해하지 않으면서 효과적으로 접근할 수 있도록 제작한 작품이기도 하다. 크리에이티브 디렉션과 아트 디렉트 그리고 비디오 부분은 Shun Kawakami가 담당했고 디자인은 Yu-ki Sakurai가 진행했다. 사진은 null*의 Taisuke Koyama가 촬영했다.
그래픽 디자인과 인터랙티브 디자인 www.giulianofujiwara.com
GiulianoFujiwara와 함께 제작했던 프로젝트는 그들의 비주얼 아이덴티티와 웹 사이트를 제작하며 그래픽 디자인 부분과 인터랙티브 디자인 부분을 함께 진행한 작품이다. 아틀리스가 GiulianoFujiwara의 온라인과 오프라인 브랜딩을 담당하며 로고 디자인을 비롯해 사무 용품과 관련 책자 그리고 웹 사이트 등을 일괄적으로 디자인했다.
인터랙티브 디자인 www.isseymiyake.co.jp
ISSEY MIYAKE 프로젝트는 세계적으로 잘 알려진 패션 디자인 회사 ISSEY MIYAKE를 위한 인터랙티브 디자인 작품이다. 아틀리스에서는 여섯 개의 유명 브랜드를 관리하고 있는 ISSEY MIYAKE의 온라인 브랜딩을 담당하고 있다.
w.e.b. 아틀리스의 작업 과정과 방식은 어떤가?
Shun
특별한 과정과 방식은 없다. 다만, 과정 하나하나와 반복되는 회의에 최대한 집중하려고 노력할 뿐이다. 프로젝트 진행을 맡게 되면 우선 클라이언트와 첫 번째 미팅을 주선한다. 그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경청하고 그들이 제안하는 아이디어와 비주얼을 귀담을 들으며 어떤 의견과 그림이든 가리지 않고 흡수하고자 노력한다. 첫 번째 미팅 이후에는 아틀리스의 내부 회의가 진행된다. 클라이언트와 아틀리스 사이에 놓여있는 프로젝트의 방향성과 특징 등을 정리하고 정립하며 새로운 아이디어를 도출해낸다. 그리고 다시 클라이언트와의 미팅. 보통은 이런 과정이 수 차례 반복된다.
개인적으로 프로젝트의 기획과 아이디어에 대한 강박관념이나 걱정은 없는 편이다. 아틀리스에는 뛰어난 디자이너들이 있고, 가끔은 생각하지 못했던 순간에 즉흥적으로 프로젝트를 위한 놀랄만한 아이디어가 튀어 나올 때도 있으니까. 아이디어는 일상에서 소소하게 마주치는 작지만 하찮은 것들로부터 얻을 때가 많다. 조금만 흥미를 갖고 관찰해보면 평소에는 발견하지 못했던, 그리고 다른 이들은 보지 못했던 새로운 시각과 발상을 건져낼 수 있다. 여행을 통해 새롭고 낯선 공간으로 떠나, 익숙한 공간에 맞춰져 있던 시선을 새로운 방향으로 틀어놓는 것도 아이디어를 얻는 좋은 방법이다.
w.e.b. 웹을 어떻게 전망하나?
Shun
웹은 ‘허브(Hub)’와 같은 것이라고 생각한다. 초창기에는 기존의 미디어와는 분리되어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미디어였지만 최근에는 기존의 모든 미디어와 연결될 수 있는 중심축으로 입지를 다져가고 있기 때문이다. 확장성을 확보해가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아틀리스에게 있어 웹은 디자인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여러 분야 중 하나일 뿐이다. 욕심 많은 디자이너라면 우리와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으리라 믿는다. 웹의 환경 변화와 기술 발전은 눈부시지만, 우리들은 웹에 종속되기 보다는 디자인 자체에 집중하며 그래픽 디자인, 순수 미술, 모션 그래픽 그리고 공간 디자인 등 활동 영역에 한계를 두지 않고 웹의 확장성만큼이나 강력하게 확장해나갈 계획이다.
w.e.b. 일본 디자이너로 살아가고 있다는 것에 만족하나?
Shun
개인적으로, 일본에서 태어나 성장할 수 있었던 점과 일본에서 디자이너와 아티스트로 활동하고 있다는 점에 무척 만족하고 있다. 동양 문화를 공유하고 있는 한국의 문화도 그렇겠지만, 세계적으로 유사한 사례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일본의 문화는 무척 독창적이다. 또한 일본 문화에 뿌리를 두고 있는 내 감각과 미적 시각에 충분히 만족하고 있다. 하지만 일본이라는 나라는 일본어라는 자국어를 사용하고 있는 ‘섬나라’라는 한계를 안고 있다. 인터넷 보급률과 네트워크 속도 문제에 있어서도 많이 부족한 편이다. 그만큼 다른 나라의 디자이너와 원활하게 커뮤니케이션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어 있지 않다는 말이다. 앞으로 점차적으로 개선되겠지만 이런 한계에 부딪힐 때마다 답답함을 느끼곤 한다. 이런 답답함을 해소하기 위한 하나의 방편이 아틀리스가 일본 전역을 비롯해 세계 각국에서 개최하고 있는 전시회라고 할 수 있다. 일본이라는 하나의 점에 머무르지 않고 보다 넓은 세상, 세계로 뻗어나가는 것. 그것이 아틀리스의 목표다.
w.e.b. 좋아하는 디자인 에이전시가 있다면 소개해달라.
Shun
매일같이 자극 받고 있는 디자인 에이전시로 Stockholm design lab.(www.stockholmdesignlab.se)을 소개하고 싶다. 그들은 매우 다른 미디어와 매우 아름다운 작품들을 만들어가고 있는 진정한 디자이너들이라고 생각한다. 환상 그 자체다. 이미 널리 이름을 떨치고 있는 벨기에의 웹 디자인 에이전시 group94(www.group94.com) 또한 좋아하는 그룹 중 하나다. 그들의 인터랙티브한 작품들은 디자이너들에게 항상 모범을 보여주고 있다.
w.e.b. 앞으로의 계획이 있다면?
Shun
앞서도 얘기했지만 해외 클라이언트와의 프로젝트 진행과 해외 디자이너들이 함께하는 전시회 개최를 지속적으로 추진할 생각이다. 아틀리스의 디자인과 작품들이 다른 나라의 다른 디자이너들에게는 어떻게 보여지고 어떤 영향력을 발휘하는지 궁금하다. 또한 나와 아틀리스의 멤버들이 좋아하는 일본의 전통적인 미학이 세계적으로도 널리 인정받을 수 있도록 노력을 기울이고 싶다. 10년 후에 더 멋진 모습으로 더 밝은 미래를 개척해나가고 있을 아틀리스를 기대해주길 바란다.
도쿄의 리바이스 컨셉 매장에서 진행한 null* 전시회(www.nullartless.com)
일본의 4인조 그룹 MonkeyMajik을 위한 CD 디자인(www.monkeymajik.com, 웹 사이트 디자인은 다른 업체에서 진행)
Null-bon, 아트 그룹 null*의 그래픽 디자인 작업(www.nullartless.com)
rtr, 일본에서 발행하는 무가지 비주얼 책자 디자인(www.rtrj.com, 웹 사이트 디자인은 다른 업체에서 진행)
FLU, 일본 리바이스의 스포츠 브랜드 디자인(로고, 카탈로그, VIP 제품, 초대장 디자인)
GiulianoFujiwara, 패션 브랜드를 위한 디자인(www.giulianofujiwara.com, CI, 초대장, VIP 제품, 사무용품, 책자, 웹 사이트 디자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