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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쳐 | 리뷰

피곤에 지친 직장인 자화상, 퍼굴이의 살아가는 이야기!푸른공작소

2003-11-25

첫 출근날
자리부터 컴퓨터 세팅까지 이것저것 살펴주던 선임이 제일 먼저 물어본 질문을 기억하는지..
난 “메신저 e-mail이 뭐에요?” 였다.
메신저를 사용하지 않던 나는 “네?” 라는 반문과 함께 그때 계정을 만들고, 프로그램을 설치했었다. ‘왜 메신저를 하지?’ 하고 생각했었지만, 어느새 3년차를 바라보는 지금의 나에게 메신저는 중요한 커뮤니케이션 수단이 되버렸다. 아마도, 대부분의 직장인들이 나와 같지 않을까?
메신저는 다양한 힘을 가지고 있다.
일하는 척하며 친구와 잡담을 할 수도 있고, 게임도 할 수 있다. 또한, 실제로 업무를 진행하기도 한다. 메신저의 다양한 힘 중 가장 강력한 것은 뭐니뭐니해도 파도타기다.
메신저 파도타기란 어떤 파일을 내 메신저 리스트에 보내고, 그를 받은 리스트 사람들이 또 보내고 하는 것이다. 누가 시작했는지 알 수는 없지만 같은 내용을 다른 아이디로 열두번 정도 받으면 끝이 난다. 어떤 아이디나 이모티콘이 돌아다니기도 하지만, 주로 재미난 파일이나 이슈가 될만한 기사들이 파도친다.
퍼굴이도 그렇게 메신저 파도를 타고 나타났다.
차마 말하지 못하나 절실히 공감하는 직장인들의 혼잣말, 지친 일상을 기발한 상상으로 투덜거리는 퍼굴이.
“맞아! 내가 하고픈 말이야!”
라고 박수치며, 퍼굴이를 따라 온 URL을 따라가니, ‘푸른공작소’라는 개인홈페이지였다.
퍼굴이라는 카툰으로 대표되고, 이미 직장인들 사이에서 입소문으로 널리 퍼져있었으며, 심지어 모 순위 사이트에서 개인홈피 3위를 기록하고 있는 푸른공작소!
그 홈피를 다녀왔다.

취재 | 이정현기자 (tstbi@yoondesign.co.kr)


지종현씨가 운영하는 푸른공작소는 주인장이 파랑색을 좋아하기 때문에 ‘푸른’을 따오고, 뭔가 만들어내니까 ‘공장’인데 공장하면 대량생산의 이미지가 떠오르기 때문에, 소량의 수작업 이미지를 지닌 ‘공작소’를 붙여 ‘푸른공작소’가 되었고, 2002년 5월에 오픈되었고, 지금의 홈피는 2003년 6월에 리뉴얼된 것이다.
첫 홈피는 세로로 지나치게 길어, 스크롤이 부담스러웠다. 그래서, 2차 리뉴얼 때에는 세로를 줄이고, 가로로 메뉴를 두었다. 무엇이든 의미를 부여해주는 것을 즐기기 때문에 사이트의 세로를 고도로 주어 각각 영역을 주었다. 그리고, 메뉴바다 그 하늘을 퍼굴이가 날라가기도 하고, 로켓이 발사되기도 하는 등의 재미를 주었다.
지종현씨는 현재 게임회사에 다니고 있으나, 지속적으로 프리랜서로도 활동하기 때문에 푸른공작소에 퍼굴이 외에 간단한 자기 소개와 포트폴리오를 보이고 있다. 퍼굴이=지종현씨를 부르고 싶으면, ‘About Workshop’을 둘러보기만 하면 된다.
여행을 좋아하기 때문에 여행 시 찍었던 사진들을 올려놓는 코너도 있고, 행여나 사주지 않을까 해서 올려두었던 Wish List는 아무도 안사줘서 지금은 공사중이다.

광고디자인부터 일러스트레이션, 웹디자인 등 다양한 포트폴리오를 가지고 있는 지종현씨가 ‘퍼굴이’를 그리게 된 것은 또 다른 계기가 있다. 이미 ㈜리눅스에서 ‘불팽’ 카툰을 연재한 적이 있는 그는 디자이너들의 난제인 저작권문제에 휩싸이면서, 불팽을 더 이상 못그리게 되었다. 그러나, 인생사 새옹지마라 하였던가. 부산에 내려가 있는 여자친구(현재 지종현씨의 아내)가 심심하지 말라고, 그려주기 시작한 것이 퍼렁너굴, 퍼굴이다.

개인홈피 뿐만 아니라 다른 사이트도 그러하지만, 리플이 그리 넉넉한 것만은 아니다. 악플이 부담스럽기도 하는데, 지종현씨에게도 악플은 있다. 더구나, 그는 “참아봤자 소용없자 확실하게 반항하자”라는 모토로 주변에 당하는 이야기에 대한 반항이 주되기 때문에, “너무 당신만의 생각이 아니냐”, ‘편협하다”라는 반응이 많다고 한다. 카툰에 대한 좋은 평이나 악평 모두 관심이 있어서 보여주는 반응이고, 이로 인해 세상을 알아가는 것이라 많이 배워나가고 있다고 말하는 지종현씨에게서 그동안 얼마나 많은 악플을 보았는지, 그리고 그가 얼마나 성장해가는지를 알 수 있었다.

하루도 빠짐없이 카툰을 올리는 일이 부담스럽지 않느냐는 질문에, 일이 너무 많은 날이나 아픈 날은 부담스럽기도 하다는 지종현씨.. 그래도 그는 이렇게 답한다.

“만약 푸른공작소에 단 한명의 접속자가 있다면,
그 한 사람을 위해 그날의 업데이트를 할 것입니다.
그리고, 단 한명의 접속자도 없다면,
누군가가 보고 있다고 생각하면서 업데이트를 할 것입니다.

개인 홈페이지는 디자이너들에게 포트폴리오의 역할 외에 왜 운영을 하게 되는 것일까요?
악플도 있구요.
돈이 되는 것도 아니구요.
가끔은 너무 당당히 “왜 9월 바탕화면 안올려줘요?”하고 묻는 이들도 있구요.
포트폴리오때문이라 하면, 만들어놓고 클라이언트만 보게 해도 되잖아요..
업데이트 너무 힘들텐데요.
왜? 왜 운영하세요?
라는 나의 질문에

“디자인이란 그림을 잘 그리는 것도 있고, 보기 좋게 해야 하는 것도 있지만, 결국 의미전달이기 때문에, 자신이 생각한 컨셉과 직접 그리고 쓴 일러스트와 글을 전하고, 이에 사람들이 반응을 보이고, 의견을 나누는 것이 즐겁기 때문입니다”


라는 그의 대답 속에서
이 땅 위에서 바둥바둥. 오늘도 전전긍긍. 피곤에 지쳐 살아가고 있는 우리 직장인들의 외침을 퍼굴이를 통해 쭈욱 보게 될 것이라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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