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05-10
독특한 레이아웃 덕택에 웹 디자이너의 입문서에 여러 번 소개된 적이 있는 홈페이지가 있다. 바로 2002년에 만들어져 지금까지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www.kazustyle.com.
번뜩이는 아이디어와 사이트 운영자의 맛깔스런 글들로 가득 채워져 있는 이곳은, 보면 볼수록 빠져드는 색다른 끌림이 있다.
디자이너들이 흔히 포트폴리오를 보여주기 위한 공간으로 개인 홈페이지를 활용하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KAZUSTYLE. COM의 김재문 디자이너는 독특한 네비게이션으로 더욱 주목을 받고 있다.
길게 디자인된 화면을 상하로 스크롤하면 우측에 위치한 네비게이션이 함께 이동하고, 접힌 종이의 면에서 보여주는 디자이너의 아이디어가 이채로운 그만의 공간으로 떠나보자.
취재 | 권영선 기자 (happy@yoondesign.co.kr)
한편의 여행과도 같은 그의 사이트에는 모든 컨텐츠가 하나로 보여지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물론 페이지를 길게 스크롤하여 볼 수 있도록 만든 사이트는 기존에도 있어 왔고, 한 페이지에서 모든 것을 보여주려다 보니 단순하고 산만하다는 단점도 있지만, 각각의 컨텐츠들을 같은 페이지에서 보여주는 형식으로 되어있어 번거롭지 않고, 주목할만한 내용을 쉽게 찾을 수 있다는 것에는 이견이 없을 것이다.
디자인 또한 심플하고, 전체 페이지 디자인을 네비게이션으로 적용한 것도 눈에 띈다.
그의 닉네임인 Kazu로 명명된 KAZUSTYLE.COM은 정말 우연한 기회에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었다.
대강의 레이아웃을 그리고 이렇게 풀면 되겠다 싶어 홈페이지 만드는 작업을 진행했지만, 결과물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러던 중에 그는 우연히 CD를 바닥에 떨어트리게 되었다.
작은 한 권의 디자인잡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감각적인 포토와 타이포의 감성적인 요소들이 가득한 CD자켓을 보고, 힌트를 얻었다.
김재문 디자이너는 그 느낌을 홈페이지에 담으려고 노력을 했고, 그래서 탄생이 한 것이 지금의 홈페이지이다.
흡사 CD 속지와 같은 사이트의 레이아웃을 구상하긴 했지만, 그것을 실제로 구현하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었다. 컨텐츠를 한 페이지에 모두 보여주기 위해서는 기존에 시도되지 않은 새로운 솔루션을 생각해 내야 했기 때문이다.
처음엔 그냥 마우스휠이나 브라우저의 메뉴 스크롤의 힘을 빌리고자 했다.
하지만, 그렇게 보여지는 것은 사이트 구성력이나 유저인터페이스적으로 문제가 많은 듯 했다.
그렇게 오랫동안 고민을 하던 중, 작업에 힌트를 얻기 위해 들어간 사이트에서 배너가 스크롤을 따라 이동하는 것을 우연히 보게 되었다. 그 원리로 사이트를 네비게이션으로 바꾸어서 이동이 가능하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그것을 계기로 전체 페이지 디자인을 네이게이션으로 적용하게 되었다.
요즘에도 쉽게 찾아 볼 수 없는 이 사이트 구성은 2002년 당시에는 완전히 새로운 웹 스타일이었다.
1> 일러스트레이터에서 일단 전체적인 레이아웃을 잡는다. 어떠한 섹션을 보더라도 페이지디자인이 엉뚱하게 잘리거나 컨텐츠가 가려지면 안되기 때문에 보이는 면과 잡혀지는 면들을 잘 고려하여 디자인을 한다.
2> 포토샵으로 일러스트레이터 파일을 불러들여 브라우저크기를 염두하고, 가이드라인 작업을 실행한다. 대략 보여지게 되는 면들은 해상도를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일정한 크기나 형태의 수정 작업을 거친다.
3> 각 섹션에 대한 세부작업을 한다. 플래시섹션인 경우에는 포토샵에서 밑그림을 그려내고 다시 플래시로 불러들여 작업파일을 생성한다.
4> kazustyle.com은 한 페이지에 모든 컨텐츠를 포함하고 있기 때문에, 각 섹션을 [iframe]태그로 구성하여 각각의 html문서를 한 페이지로 모아두었다. 이로 인해 자유롭게 화면을 구성해서 좀 더 유연한 사각형태를 제공했다. 각 섹션의 페이지는 [a name= “inventory”]과 같은 앵커 태그를 이용해서 우측 네비게이션메뉴로 바로 이동할 수 있도록 디자인 하였다.
요즘처럼 현란하고 복잡한 개인 사이트들 속에서도 2002년부터 현재까지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을 수 있었던 것은, 지금까지 계속되어오는 그의 발상의 전환에 있다.
우연히 CD 속지를 보고 떠오른 아이디어가 지금의 사이트를 만들었고, 그렇게 시작한 사이트는 3년이 넘게 작업해온 작업물들과 글들로 가득 메워져 있다.
‘일’에 치여 ‘생활’을 빼앗기는 것은, 디자인을 사랑해서 디자이너가 된 자신의 모습을 잃는 것과 같다고 그는 이야기 한다. 그렇기에 아무리 바빠도 사이트에 글을 남기고, 이틀에 한번은 꼭 일과 별개로 작업한 개인 작업물을 남기곤 한다.
이 사이트는 특별한 제작기간을 가지고 있지 않다. 구상기간이 길었고, 솔직히 일에 쫓겨 회사를 쉬기 전까지는 손도 대지 못했기 때문이다. 지금이야 이런 사이트는 일주일정도면 뚝딱 만들어 낼 수 있지만, 이렇게 모습을 갖추기까지 수 많은 시행착오를 거쳐야 했다.
처음에는 5개의 메뉴를 가지고 시작을 했고, 2004년 ‘inventory’와 ‘what time is it!’이라는 메뉴가 추가되면서 현재의 모습을 갖추게 되었다.
김재문 디자이너는 KAZUSTYLE.COM을 통해 다양한 기회를 얻을 수 있었다.
취업의뢰부터 홈페이지 제작까지, 그 동안 쉽게 얻을 수 없었던 기회들이 한꺼번에 찾아 들었으니 말이다. 이 곳은 디자이너로써의 그의 꿈이 담겨져 있고, 그 꿈 안에서 많은 것을 얻을 수 있었다.
그는 디자이너들에게 요즘 유행하고 있는 블로그 형식을 빌리기 보다는, 자신의 이름으로 된 개인 홈페이지를 만들 것을 권하고 있다. 홈페이지는 온라인 상의 또 다른 나인 동시에, 자신을 가장 쉽게 알릴 수 있는 미디어이기 때문이다.
자기 소개를 간단하게 한다면?
많은 분들이 궁금해 하는 것들 중의 하나가 왠지 홈페이지의 주인은 굉장히 세련(?)되고 디자이너 스러운 외모를 지녔을 거라 생각을 하는 것 같다.
하지만 현실은 언제나 가혹한 법이다. 실제로 나는 어디서나 흔히 볼 수 있는 옆집 아저씨와 같은 외모를 지녔으니 말이다. ^^;
막상 만나는 사람들마다 '엥?' 하는 반응들을 보이곤 하는데, 꾸미는데 인색한 것은 천성이 아닌가 싶다. 튀어 보이는 것은 왠지 부담스럽고, 심플한 장식을 배제한 기능에 충실한 것들을 좋아한다. 그리고 그런 것들이 KAZUSTYLE.COM에 녹아있는 것 같다.
이 홈페이지에서만 찾을 수 있는 색다른 매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네비게이션이 아닐까? 한 페이지에서 모든 것을 볼 수 있는 구성이 특이해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갖는 것 같다. 실제로 방명록의 글을 읽어보면, '특이해요'라는 말을 참 많이 듣는다.
오시는 분들 또한 웹 디자인을 처음 접하시는 분들로 이 사이트 구성에 대한 질문을 많이 하는 편이다. 이 사이트의 독특한 구성으로 인해, 디자인 서적에도 2~3번 소개된 적이 있다.
오랫동안 사이트를 운영하면서 에피소드가 많았을 것 같다.
웹 디자인을 처음 시작하는 초심자들이 많이 찾다 보니, 유난히 사이트 제작에 관련된 질문들을 많이 받는 것 같다. 그 중에 가장 기억에 남았던 분이 있는데, 나와 똑 같은 레이아웃으로 개인 사이트를 제작했던 분이다.
빨래집게를 이용하여, 세로가 아닌 가로로 길게 사이트를 만들었는데, 유독 질문을 많이 받아 기억에 남는다. 사람들이 궁금한 점을 물어보고, 그 작업물들을 보면 기분이 참 좋아진다.
그 동안 일 외에 틈틈이 작업을 해 온 것들이 있다면 소개해달라.
Kazustyle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웹 디자이너 1.5세대라고 할 수 있는 나는 그 당시의 명료함에 많이 익숙해져 있는 것 같다.
군더더기 없고 깔끔한 스타일을 좋아한다.
분명한 목적성을 가지고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에 초점을 두고, 작업을 하려고 스스로 노력한다.
현란하고 기교 넘치는 기업사이트 보다는 잘 짜여 있는 개인 사이트에 들어가는 것을 더 좋아한다.
자신이 표현하고자 하는 것 이외에 다 빼버리는 개인들의 간결함에 매료돼버리곤 한다. 이런 내 성향들이 모여 Kazustyle을 만들어 내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자주 가는 개인 사이트가 궁금하다.
일러스트가 맘에 무척 맘에 드는 헌즈 클럽(www.hunsclub.com)과 사람들의 이야기가 묻어나는 스노우캣(www.snowcat.co.kr)에 자주 방문한다.
특별히 그들의 디자인을 살핀다기보다는 자신의 이야기, 색깔이 확실한 그런 사람들의 일상 이야기를 함께 공유하는 것을 즐긴다.
나 또한 많은 사람들이, 내가 자주 가는 이들의 사이트처럼 따뜻하고 정감 있는 사람냄새를 많이 풍기고 싶다.
앞으로의 운영 계획은?
‘Epilogue’와 ‘Inventory’ 메뉴의 업데이트는 지속적으로 될 것이고, 상단 타이틀도 근시일 내에 바꿀 예정이다. 많은 사람들이 지금의 사이트의 형태를 보고, 많은 관심을 가져 주셨다. 내 이름 석자는 몰라도, ‘이곳의 주인장’으로 나를 많이 알아봐 주시곤 했으니 말이다.
앞으로 작은 소망이 있다면, 이곳을 새롭게 꾸며 보는 것이다.
1집에서 너무 대박(?)이 난 탓에 2집 준비(리뉴얼)가 많이 떨리고 부담이 되는 것이 사실이지만, 그런 만큼 더 큰 보람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 자리를 빌어, KAZUSTYLE.COM을 사랑해 주신 많은 분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