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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LINIC THE H 클리닉 더 에이치

2007-04-10


공간을 통하여 사람을 만난다는 일은 언제나 설렘과 긴장감을 교차하게 한다. 나에게는 일상이지만 상대방에게는 가장 중요한 생의 한 지점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디자이너는 좋은 클라이언트와 작업해야 하며, 그들의 기대를 저버려서는 안 된다. ‘클리닉 더 에이치(CLINIC THE H)’는 작품의 실현도 중요했지만, 좋은 클라이언트와의 만남으로 기억되고, 이들이 꼭 좋은 병원을 운영하리라는 확신으로 더 많은 이야기 거리를 만들어 낼 수 있었다.


오랜만에 작업한 피부과 전문 클리닉은 예전의 닥터스 미 피부과(2000)와 그 맥을 같이하며 피부의 유기적인 특성을 적용하여 디자인에 에너지를 심어주었다. 입구에서부터 360mm으로 높여진 대기공간과 인포메이션 공간은 새로운 공간과의 만남을 유도하는 전이공간의 성격을 띤다. 벽을 이동하지 않고 천장을 2,100mm정도로 누르거나 바닥의 단을 조정하면 공간의 매개적 성격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이후 각 실로 이어지는 긴 복도가 형성되는데 공간 폭이 7,600mm으로 형성된 이러한 양면 배치형 구조는 보통 자연광 유입이 힘들어서, 복도 연출의 극적인 요소를 발휘하기 힘들다. 그래서 앞서 언급한 피부의 유기적 특성을 복도의 자연광 유입 도구로 삼아 원의가 형성하는 사이공간으로 서향의 오후 광선이 비추되, 그 사이를 150mm정도로 조절하여 인공조명과 어우러질 수 있는 틈 공간을 형성하였다. 이는 클래식한 외관에서의 전망 형성에도 일조를 할 수 있다.


공간을 구성하고 있는 원의 조합은 전체를 유기적으로 잡아주는 ‘더블 스키닝 월(Double Skinning Wall)’로 인하여 투시도적 높이에서 올 수 있는 평면도면상의 원 형태를 좀 더 하이테크하게 감싸주고 묶어준다. 자연광 쪽 면의 독특한 형태를 강조시키기 위해, 진료실존은 원래 순수 박스로 계획되었다. 더블 스킨과의 이미지적인 균형을 유지하기 위하여 5 ~ 15°각도로 트위스트 시켰다. 이는 들어갈 때와 나올 때의 전망을 다양화하여 피부변화의 미래를 은유하도록 하였으며, 긴 복도는 목표를 가진 터닝 포인트인 ‘Body4’룸까지 다양한 전망을 연출한다. ‘Body4’룸은 유리와 아크릴 실린더 더블 스킨으로 처리하여 공간을 표현하며, 기능적인 오브제로써의 공간이라는 요즈음 디자인 화두를 잘 보여주고 있다.

각 실로 들어가면 홀과 복도의 하이테크적인 이미지를 이어받는 공간(상담실, 진료실 등)과 피부변화를 말하는 외부의 이미지와는 반전되는 이미지의 3단계 케어룸으로 나누어진다. 이러한 공간적 이미지의 반전은 ‘공간 속 공간’에서의 ‘순수공간(Pure Space)’과 ‘장식적 공간(Decorative space)’의 강한 대비로 가능하게 된 것이다. 본래 장식적인 공간은 순수한 공간에 비해 그 힘이 떨어져 지속 가능한 공간으로 남기 힘들다. 클리닉 공간에 이러한 기법을 잘 사용하지 않다가, 2005년 좋은 얼굴 치과부터 장식적 요소를 시도하였다. 이는 클리닉의 운영추세에 부응하면서 순수 공간 자체의 힘을 더욱 더 강조해주는 도구로 작용하고 있다.
형태적으로 유기적인 공간은 설계단계부터 많은 실험을 통하여 치수화, 세분화되며 현장에서의 복잡한 상황을 초래하기도 하지만, 그 결과물의 독특한 아이덴티티는 다른 어떤 장식적 요소 보다 강한 힘으로 오래 지속될 것이라 믿는다.(글 / 장순각) 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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