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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사드(FACADE)

2009-06-09

건축은 파사드를 통해 우리에게 말을 건넨다. <브릭 위브 하우스> 나 <패치워크 파빌리온> 의 파사드는 독특한 패턴과 문양이 내부로부터 투과된 빛과 어우러져 지나가는 이의 발걸음을 붙든다. 베이징의 <그린픽스> 는 낮 동안 저장한 태양열을 밤 시간에 활용한다. 파사드에 설치된 거대한 커튼월에서 밤이면 화려한 디지털 미디어 아트의 향연이 펼쳐지고, 친환경적 기술력에 대한 확신은 예술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더 많은 이에게 전파될 것이다. 파사드는 도시와 환경, 혹은 사람과의 인터랙션이 가능한 형태로 꾸준히 진화하고 있다. 지나치게 과도한 시도는 주변과의 균형을 깨뜨릴 수 있지만 <옵저버토리> 나 <알렉산드르 헤르치코비치, 도쿄> 와 같은 적당히 위트 있는 파사드는 거리 전체의 분위기를 선도하기도 한다. 서울시 노후 건물의 리모델링 규제가 완화된 것은 디자이너들에게 분명 희소식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가로풍경에 의해 좌우되는 도시의 인상에 대한 책임의식은 진지하게 가져나가야 할 것이다.

글 | 이은정
취재 | bob 편집부

대지는 1862년에 설계된 엔산체 신개발구역 내 두 개의 주요 거리가 만나는 교차로에 자리 잡고 있다. 시의 법규 제한 때문에 이웃한 벽의 형태를 따를 수밖에 없고, 곡면 방향에 따라 펜트하우스의 규모가 줄어들면서 모서리를 죽이고 그 위에 탑을 올렸다. 이중의 파사드는 도시적 요구조건을 해결할 뿐 아니라 에너지 효율과 내화성을 높이고 외부의 소음을 차단하는 효과까지 얻는다. 따라서 기후에 대한 적응성이 좋아지므로 가천장이라든가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공조시설이 필요 없게 된다. 이로써 건물에서 발생하는 소음이 줄어들고, 작업공간의 공기를 재순환할 필요가 없어지면서 건강한 작업환경을 위한 조건도 상당히 향상된다. 각 층이 차지하는 볼륨 또한 줄어든다. 시공 기법, 건물의 운용, 에너지 교환, 도시, 그리고 또 무엇보다도 존재하고자 하는 욕망 등이 파사드 시스템의 정의에 작용하지만 입면이나 배치에는 전혀 영향을 주지 않는다.
시스템은 파사드에서 발생하는 여러 가지 상황에 맞는 반응을 내놓아야 한다. 파사드 시스템은 단순히 한편에서는 건물을 배치하고 또 한편에서는 도시공간을 형성하는 역할에서 그치는 게 아니라, 사회적 전달수단이 되어야 한다. 이 건물의 주름진 파사드는 내부에서 아래의 거리를 내다보는 복합적 조망을 만들어주며, 또한 최고층에서부터 도시를 에워싸는 경관에 이르기까지 도시의 활력을 건물 내부에 혼합해 넣는 대단히 효과적인 메커니즘을 생성한다. 파사드의 볼륨은 투과성과 통과성 및 활동에 적합한 특징 등의 장점을 작업공간에 제공하며, 또한 건물의 호흡과 안과 밖 사이의 공간 교환을 가능하게 해 준다. 이 건물의 파사드 시스템은 주택 문간의 문지방에 걸터앉아, 한눈은 길거리를 향한 채 집 안을 들여다보고 있는 것과 비슷한 경험을 안겨 준다.

글 | 콜-바레우 아퀴텍토스

시모네 지오스트라 앤 파트너스가 디자인 한 <그린픽스 - 제로 에너지 미디어 월> . 이는 지속 가능한 디지털 미디어 기술을 베이징 시취 오락센터의 커튼월에 적용시킨 선구적 프로젝트이다. <그린픽스> 는 이 건물의 외피를 독자적으로 움직이는 유기체 시스템으로 탈바꿈시켜, 하루의 기후 변화를 반영하여 낮 동안 태양 에너지를 모아 두었다가 해가 진 뒤 화면을 밝히는 데에 사용한다. <그린픽스> 는 2,292개의 LED 발광체로 구성된 대형 디스플레이로, 역동적으로 내용을 비춰주는 2,200m² 크기의 모니터 화면이라 할 수 있다. 미디어의 추상적 시각 특성이 강화된 예술적 내용을 전달하기 때문에, 일반적인 미디어 파사드에서 볼 수 있는 고해상도 화면에 비춰주는 상업적 내용과 대조된다. 시취의 불투명한 상자 같은 건물은 새로운 유형의 디지털 투명성을 통해 도시 환경과 소통하는 능력을 얻는다. 건물의 ‘지능적 외피’는 내장된 전용 소프트웨어를 활용하여 건물 내부 및 외부의 공공 공간과 상호작용을 이루어, 건물 파사드를 오락과 공공 참여를 위한 교감하는 환경으로 탈바꿈시킨다.

글 | 시모네 지오스트라 앤 파트너스

파리 국제대학도시 내의 포르투갈 관인 <앙드레 드 주베이아 관> 에 어울리는 아이덴티티를 만들어내기 위해 또 거주자에 대한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 우리는 파사드라는 ‘외부’와 실이라는 ‘내부’ 등 두 개의 기본 지점을 중심으로 우리의 생각을 강조하여 나타냈다. 외부는 기존 건물 두 동의 몸통 전체에 짙은 회색 석고를 입혔다. 1개 동의 육중한 건물과 바다의 전함과 같은 창의 개구부에 의해 운동 효과가 강조된다. 1층 파사드와 중간층(극장 및 박람회장)은 많은 부분이 가려져 있다. 외부에 차단벽을 세우고 짙은 색 도장 마감한 뒤 이 세 곳의 파사드 유닛에 이중 타공한 금색 알루미늄 패널 스킨을 입혔다. 타공된 구멍 도면을 하나의 스케일로 되풀이했고, 기존의 외부 바닥 포장 문양이 거주자에게 전형적인 포르투갈 분위기를 제공한다. 이 외피는 주 파사드에서 - ‘대학도시’ 측면에서 - 좀 더 강조된 형태로 벽면으로부터 분리돼 나와, 11m×5m 크기의 거대한 창 형태의 개구부를 만들도록 완전히 재구성된 리셉션 홀을 위한 자리를 만든다. 이 ‘마슈라비야’ 스킨은 스킨 자체의 황금색, 바로크 문양, 짙은 색의 기부, 그리고 고대 주택 내지 포르투갈 궁전에 대한 은유를 담아 정확하게 입힌 색 등에 의해 강조된다.

글 | AAVP 아키텍쳐

이 점포는 상자이며 닫혀 있을 때 호기심을 불러일으킨다. 열려 있을 때에도 내부를 완전히 드러내 보여주지는 않는다. 파사드는 포마이카로 만들었는데, 점포에 입고되는 컬렉션의 그래픽에 따라 철마다 문양이 바뀐다. 내부에서는 옷걸이 설치물에 역점을 두었으며, 아크릴 마감과 형광등과 타일이 제품을 뒷받침해주는 역할을 한다. 생각건대 일본인은 미국인이나 브라질인보다 호기심이 더 많고 더 배타적인 것 같다. 브라질에서는 점포 전면에 상품을 보여줄 수 있는 강력한 진열창을 내야 하지만, 일본에서는 그게 중요하지 않다. 점포는 우리가 처음 제안한 배치 그대로 만들어졌다. 알렉산더는 자신의 점포 내에 옷걸이와 선반을 충분히 갖추어 뭐든지 원하는 것을 노출시킬 수만 있으면 된다고 했다.

글 | 아서 카사스

오스트리아의 푸사흐에 만들어진 항구는 그림 같은 어떠한 풍경도 비교를 불허한다. 투명한 기하학적 구조물이 자연 환경과 극도의 대비를 이룬다. 2000년 이후 이 항구 건물은 주변 경관 위로 ‘떠’ 있으면서 소유주인 마리아 로너가 필요로 하는 전체적 조망을 제공해 주고 있다. 바움스크레거 에베르레는 계류장 머리에 만든 콘크리트 튜브에 대한 화답으로서 정육면체를 설치하여 항해자들이 모일 수 있는 새로운 장소를 만들었다. 계류장 바로 가장자리에 자리 잡은 이 건물은 하중을 지지하는 콘크리트 요소와 그것을 에워싸고 있는 유리 패널 간에 아름다운 상호작용이 일어나면서 건물 윤곽이 찬란하게 드러나게 된다.
콘크리트 요소의 구조물이 띠는 일정하지 않은 모양이 유리 패널이 띠는 직사각형과 대비된다. 하지만 유리 장식이 임의의 성격을 띠기 때문에 구조물과 외피 간의 대비가 지나치게 예리해지지는 않는다. 이 외피의 목적은 빛과 그림자가 건물 내부에서 이리저리 움직이도록 하기 위해서이다. 낮 동안 내부는 주변 환경으로 이루어지는 만화경으로 변신하는 한편, 외부에서 볼 때에는 주변의 물이 반사되며 ‘움직이는’ 모양으로 비친다. 밤이 되면 천장등이 하중 구조물의 조명과 함께 건물 내부 조직을 엑스레이처럼 비춰준다. 이용객은 콘크리트의 생물적 형태와 유리의 결정체적 구조가 빛과 어우러져 빚어내는 갖가지의 변화를 즐길 수 있다. 지극히 섬세한 마감 덕분에 건물 외피에서 건물로 이어지는 전이 효과를 위한 질감이 만들어진다.

글 | 게르트 발덴

대지는 도쿄의 긴자 거리에서 한 블록 떨어진 좁은 거리를 따라 자리 잡고 있다. 이 거리의 용도지구에는 “긴자 규칙”이라는 법령이 있는데, 용적과 고도제한에 보너스를 부여하는 것이다. 머지않은 장래에 11m 폭인 이 곳 도로변에 40미터 높이의 건물이 다닥다닥 붙어 세워질 것이다. 연속된 벽과 거리 간의 어쩔 수 없는 거리감을 타파하려는 생각에, 육중한 표면에 구멍을 숭숭 뚫어 놓는 간단한 행동에 나서게 됐다. 또한 대지가 거리 중간지점에 자리 잡고 있기 때문에 위로 올려다보는 조망으로만 인지가 가능하다. 파사드는 전면에서 바라보는 수평조망을 위해서가 아니라, 구멍에 의해 만들어지는 벽의 깊이를 보여주는 상향조망을 위해 디자인됐다.
스테인리스스틸 소재를 택하여 주변 건물과의 대비를 꾀했다. 파사드의 이미지는 단단한 금속에 구멍을 숭숭 뚫어놓은 데에서 온다. 표면은 아연 도금한 강철판으로 마감하여 거친 이미지를 만들고, 원통 구멍 내면은 스테인리스스틸로 마감했는데 구멍을 갈아낸 결과를 표현하도록 거울 마감했다. 원통 구멍은 서로 될 수 있는 대로 가깝게 뚫었다. 고도로 정확한 금속 테두리로 만들어지는 이처럼 강한 이미지가 주변에서 연속적으로 이어지는 건물 볼륨과 구별되는 독자적 의미를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나는 이 파사드가 도시의 법령이 띠는 양상을 보여줄 뿐 아니라 “긴자”라는 이름이 붙은 이 용도지구의 환경을 점진적으로 개선해 나가는 계기 또한 되기를 바란다.

글 | 타케토 시모히고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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