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08-31
단독주택은 매우 개인적인 공간이다. 특정인을 위해 디자인되고, 그 사람의 삶의 패턴을 반영한다. 이것이 일반적인 주택 디자인의 패러다임이다. 그런데 우리가 몇 년간 작업했던 주택의 결과를 돌아보면 그렇지 않다.
설계총괄 우대성, 김형종, 조성기/ (주)건축사사무소 오퍼스 + (주)디자인모노솜
설계담당 양군수, 최용춘, 김미혜, 이상대, 이수연
건축주 문병현
위치 경기도 성남시 판교동 520-3
용도 단독주택
대지면적 212.5㎡
건축면적 106.09㎡
연면적 254.79㎡
규모 지상2층, 지하1층
마감 화강석, 목재(울린), 징크
주택 프로젝트를 진행하면 주택을 짓는 시간이나 디자인 시간보다 삶을 이해하기 위해 대화하고 만나서 함께 고민하는 시간이 훨씬 길다. 그 과정은 ‘건축가와 건축주가 함께 하는 여행이고 즐기는 장場이다. 이런 오랜 과정을 통해 들여다본 현대 주택건축의 단면은 달랐다.
가장 근원적으로 다른 점은 ‘내가 살기에 적합한 집이지만 잘 팔릴 수 있음을 염두에 두어 달라’라는 요청이다. 개별적 삶에 바탕을 둔 특수성보다는 보편성을 철저하게 근저에 깔고 있다. 단독주택은 아파트나 연립주택과 같은 규격화된 주거를 탈피해서 자기만의 생활패턴을 반영하려는 로망으로 시작된다. 그러나 깊은 대화의 과정에서 알게 된 보편성에 대한 심각한 요구는 우리를 매우 당혹스럽게 만들었다. 전체적인 측면에서 본다면 이는 우리 삶의 패턴이 매우 보편화 되었다는 것을 증거하는 것이 된다. 또한 주택의 소유에 대한 개념이 달라졌다는 것을 뜻한다. 새로 짓는 단독주택조차 일시적 개념의 소유물이며, 거주이외에 부동산으로서의 가치가 매우 중요함을 의미한다. 자산가치의 증가는 차치하고라도 최소한 쉬이 팔수 있는 순환적 가치는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것이 현실이다.
판교만 그러한가? 그간 작업한 몇 개의 주택을 다시 돌아본다. 2003년에 설계한 경기도 광주의 주택에서 최초의 주인은 2년만 살았다. 이후, 영화 속에 등장하는 주택이 되었다가 다른 이가 산다. 2006년의 도심지 단독주택인 연희동 주택은 부자(父子)가 함께 지었지만 완공과 동시에 외국인에게 임차되었다. 지어진 구조와 마당이 마음에 들어 2년을 살고 이후 다른 외국인이 살고 있다. 구조는 그대로다.
판교 주택은 지어질 때부터 몇 년 만 살다가 다른 이에게 판다는 생각을 염두에 두고 만들어진다. 짓는 과정에 이미 건축주가 바뀌기도 한다. 그래도 주택의 공간구성과 디자인은 그대로다. 보편적이기 때문이다. 몇 채의 주택건축에서 간혹 특수한 요청이 있으나 이것 또한 보편성을 크게 벗어나지는 않는다.
주택은 이미 짓는 사람이 영속적으로 살기위해 만들어 지는 것이 아니라 타인이 살기에 불편함이 없는(쉽게 팔 수 있는 주택으로) 공간구조를 지니게 되었다. 이는 우리사무실이 접한 특수 상황이 아니라 한국주거건축의 보편적인 양상으로 볼 수 있다. 누군가 짓지만, 다른 누군가가 살고 소유한다. 단독주택도 지은 사람만을 위한 집이 아닌 모든 이를 위한 보편성을 지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