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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의 계곡을 통해 쏟아지는 하늘의 빛

2012-01-16


서대문감리교회는 60년이 넘는 역사를 가진다. 기존의 교회부지가 재개발지역으로 편입되면서 인근의 새로운 부지로 확장, 이전하게 되었다. 냉천동 일대는 노후한 주택들과 온갖 종류의 크고 작은 건물들이 구릉을 따라 군집되어있던 전형적인 도심 주거지역이다. 재개발로 인한 장소성의 단절이 충격으로까지 느껴지는 지역이다. 새롭게 건축될 교회 역시 단절된 기억의 회복이라는 문제와 새로운 장소성의 형성이라는 두 가지 과제를 지니고 있었다. 기독교적 상징이 느껴지는 교회 같은 교회, 권위적이고 폐쇄적이기 보다 친근감과 개방감이 느껴지는 아름다운 교회, 주민들과 친화될 수 있고 지역 커뮤니티의 구심점이 될 수 있는 교회, 60여년의 역사성을 이어갈 수 있는 교회가 건축주들이 원하는 교회의 모습이었다.

기사제공 | 건축디자인신문 에이앤뉴스

설계총괄 류재은/ (주)종합건축사사무소 시건축
설계담당 시건축/ 한철수, 김진우, 김영상, 박수민
위치 서울특별시 서대문구 냉천동 261-3
대지면적 1643.60㎡
건축면적 929.90㎡
연면적 2952.44㎡
규모 지하1층, 지상3층
구조 철근콘크리트구조


기독교적 신성이 느껴질 수 있는 형태와 공간은 어떤 것인가? 이 문제에 대한 교리적, 해석적 접근은 자칫 일방적인 주장이 되곤 한다. 건축가의 표현만이 있는, 공감되지 않는 결과로 나타나곤 한다. 이 지난한 문제가 최대의 화두로 다가왔다.

새 대지는 수십 개의 작은 필지가 군집된 동서로 좁고 긴 부정형이었다. 형태 자체에 이미 장소의 기억이 배어있는, 반듯하고 단일한 형태의 건축물이 들어서기 어려운 땅이었다. 뒤로는 신학대학 건물이 병풍처럼 서있고, 앞으로는 재개발될 고층 아파트들이 높게 솟아 이 교회를 내려다보게 될 땅이었다. 주요 기능으로는 대예배실과, 사무지원 공간, 식당 및 북 카페 등 친교 공간, 노인교실, 체력단련실 등 지역사회와 친교하기 위한 커뮤니티 공간, 교리실 등의 교육공간이 있다. 이들 기능을 예배시설과 부대시설로 크게 나누고, 대예배실을 부지 중앙의 진입광장 서쪽에 서향으로 배치하였다. 서향은 성지 예루살렘을 바라보는 상징적 의미를 갖기도 한다. 부대시설은 동쪽으로 배치되었으니, 서쪽이 신성의 장소이고, 동쪽은 세속으로 다가가는 장소인 셈이다. 진입광장을 중심으로 주출입계단과 대예배실 로비, 북 카페, 커뮤니티 공간, 식당 등을 입체적으로 배치하고 개방감이 느껴지도록 하여 주변 커뮤니티의 구심점이 될 수 있도록 하였다. 권위적이고 배타적이지 않은, 열려있고 포용하는 기독교의 모습이 느껴지도록 하였다.

교회는 다양한 구성원들이 모여 이루어진다. 개개인의 다양한 특성을 유지하며 신을 향한 단일의 종교적 가치를 지향하는 것, 이것이 교회의 본질이다. 이를 건축적 방법론으로 변환하였다. 각각의 필요한 기능을 필요한 장소에 배치하되, 그들 고유의 특징이 표출되며 모여 있는 형상과 공간을 표현하였다. 그들이 서로 조화되도록 어우르며 각각의 관계 속에서 건축적 가능성을 찾고자 하였다. 이들 모두가 단일의 지향점을 향하는, 종교적 감성이 풍부하게 느껴질 수 있는 공간으로 다듬고자 하였다.

기독교의 특징적 건축요소를 빛과 하늘에서 찾고자 한다. 같은 공간, 같은 형태는 어디에도 없는, 서로 다름이 만나 빚어지는 다양한 형태와 공간 속에서, 그 틈으로 내려 비추는 빛을 통해 하나님과 교감되는 장소를 만들고자 하였다. 신앙의 유무가 아닌, 어느 정도의 상태에 위치하고 있는가라는 관점에서 바라보았다. 누구나 신앙적 상태의 어딘가에 위치할 수밖에 없기에, 신앙을 갖는다는 것은 결국 스스로가 믿음의 영역으로 들어가는 것에 달려 있음을 알았다. 믿음의 영역을 인식하도록 인지의 경계를 만들었다. 대예배실에 들어서기 위해 건너야 하는 빛의 계곡이다. 이 빛의 계곡을 통해 교회의 주요 공간이 서로 교차하고 연결되며 인지된다. 이 빛의 계곡을 통해 하늘의 빛이 쏟아져 내립니다. 축복을 예감케 하는 상징적 공간이다. 기독교에 대한 탐구, 이해의 시도, 분석적 접근의 한계, 믿음의 문제, 지난한 과정, 나는 어디에 위치한 것인가? 이 모든 과정이 건축의 과정에 수반되었다. 이 과정 자체가 종교적 여정의 일부였음을 알게 되었다. 아직도 내 자신이 어디에 위치하고 있는지 모호하기만 하다. 그러나 점차 밝게 느껴지는 사실이 있다. 바로 신의 실재(實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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