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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거 유형의 새로운 바람, 타운하우스

2012-03-28


한국 주택 시장 일각에서 타운하우스가 새로운 상품으로 부각되고 있다. 이들에게 매겨지는 분양가격을 고려한다면 주택 시장에서도 최상위에 속하는 상품이다. 주택 시장에서 새로운 상품이 주목을 끌었던 경우로는 1980년대의 고급 빌라, 10여 년 전부터 시작된 주상복합아파트 바람이 있었다. 그러나 주로 주택 시장의 총아에 불과하던 이들과 달리 최근 타운하우스의 부상은 주거 건축문화 차원에서 주목 받고 있다. 적지 않은 사람이 타운하우스가 아파트 일변도의 우리 주거문화에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는 기대 어린 눈길을 보내고 있다. 서구에서는 일찌감치 도시 주거 유형으로 자리 잡아 그 진가를 확인한 타운하우스라는 주거 유형. 이 현상의 의미와 전망에 대해 알아보자.

에디터 | 이은정 객원기자(chunglyang1@naver.com)
사진제공 | 도시농부(www.dntown.co.kr)


‘townhouse’에 대한 사전적 정의는 ‘a tall narrow house in a town, usually in a row of similar house’로 한 벽으로 연결된 2~3층 주택을 말하며 통상 연립주택(row house)과 동의어로 사용된다. 사실 타운하우스가 ‘전용 마당을 갖는 단독주택이 측벽을 맞대고 연속해서 건축되는 주거 유형’을 가리키는 용어임을 생각한다면, 최근의 사례들 중 엄밀한 의미에서 타운하우스라 부를 만한 사례는 별로 많지 않다. 여기서 최소한의 타운하우스의 요건을 든다면 공유이든 전용이든 정원이 있으면서, 공동의 커뮤니티 시설을 갖추고, 최소 1층 이상의 전층의 전용 건축면적과 동시에 친환경적 요소를 반드시 포함한 저층 저밀도 집합주택이라 볼 수 있다. 단지 고급 단독주택 혹은 저층 아파트에 지나지 않는 사례들도 쉽게 눈에 띄는 지금의 타운하우스 바람. 과연 그것은 한국 주거 유형에 새로운 변화를 가져다 줄만한 훈풍인가, 아니면 그저 고급 주택 시장의 한 귀퉁이를 스쳐가고 말 조각 바람인가.


타운하우스 바람의 의미와 쟁점

먼저 최근 타운하우스 바람은 신도시 고급 단독주택의 연장선상에서 읽어야 할 현상이다. 자체적으로 환경 인프라를 확보하기 곤란하다는 점에서 타운하우스 역시 단독주택과 크게 다를 바 없는 주거 유형이다. 곳곳에 지어지는 이 건축물들이 주로 신도시 블록형(block) 단독주택용지나 연립주택용지 혹은 골프장 등 특별한 환경 여건을 갖춘 곳에 들어서고 있음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이 신건축이 갖는 의미와 쟁점이 명확해진다.

첫째, 고급 주택 시장에서 타운하우스 유행은 지속될 것인가. 자족적인 환경 인프라가 부족하긴 하지만 개별 마당과 대지와의 접근성 면에서 우월성이 지켜진다면 주상복합아파트보다 월등한 조건에서 고급 주택 수요를 흡수할 수 있을 것이다. 공급자 위주의 획일적인 아파트 건설에서 벗어나 수요자, 사람 중심의 주거 형태를 창조하고 지역 특성과 주민 요구를 반영한 마을 공동체를 활성화시키기 위한 방안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마을 공동체의 형태 역시 단독주택과 공동주택의 장점만 살린 주거형태인 타운하우스가 등장하면서 지금까지 아파트가 주도해왔던 것과는 다른 변화를 보이고 있다. 파주에 위치한 ‘도시농부’ 타운하우스를 그 예로 들 수 있겠다. 친환경 전원주택단지인 이곳은 타운 내에 다양한 문화시설, 식사 공간 등을 겸비해 주민간의 소통의 장을 제공한다. 뿐만 아니라 출퇴근 및 등,하교 셔틀버스 운영, 단지 내 도서관, 레스토랑, 놀이방운영 및 각종 가사노동 서비스를 제공하는 동시에 입주민들을 위한 창업지원센터를 설립해 다양한 아이디어를 실제 사업에 적용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이곳의 한 입주민은 “주부들의 가사노동을 최소화한 마을공동체인 도시농부는 도심 속 자연을 누릴 수 있는 환경 속에서 입주민들에게 다양한 기회를 제공하고, 제2의 인생을 계획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준다”고 전하기도 했다.

둘째, 타운하우스는 아파트 일변도인 한국의 주거문화에 변화를 가져올 만큼 새로운 주거 유형으로 영향력을 미칠 것인가. 타운하우스는 당초 일부 특별한 환경 여건을 갖춘 위치에 그 입지가 국한되리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따라서 물량의 한계로 고급 주택 수요 일부에 대응하는 수준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는 시각이 많았다. 기성 시가지 안에서 타운하우스가 고급 주택으로 들어서는 것은 도시의 환경 인프라가 현격히 높은 수준으로 개선되기 전에는 기대하기 곤란하다는 말과 일맥상통한다. 그러나 현실은 바뀌고 있다. 도심지 준주거지역에 들어서는 건축물의 구조안전 검사대상이 대폭 확대되고, 주거지에도 벽체를 사이에 두고 집이 붙어 있는 ‘맞벽주택’이 허용돼 외국에서 볼 수 있는 타운하우스 건설이 쉬워질 것으로 전망된다. 맞벽건축이란 인접한 두 건축물의 외벽을 합치거나 이웃과의 벽간 거리를 50cm 미만으로 한 건축방식을 의미한다. 지금은 상업지역 등 일부를 제외하고는 이웃의 동의절차를 받아야 맞벽건축 방식으로 지을 수 있다. 하지만 개정안에 따르면 국토부는 최근 준주거지역에 들어서는 공동주택에도 일조권을 적용해야 한다는 법제처의 유권해석으로 논란이 일고 있는 것과 관련해 전용•일반주거지역에서만 일조권을 적용하는 것으로 규정을 정리하기로 했다. 일조권은 건물을 신축할 때 북쪽 뒤편 건물이 햇빛을 확보할 수 있도록 건물의 높이에 따라 북쪽 대지경계선에서 일정 거리를 띄우도록 한 것이다. 이로 인해 타운하우스가 좀 더 빠른 속도로 주거문화에 뿌리 내릴 것이라 예상된다.

셋째, 타운하우스가 새로운 주거 유형으로 자리 잡기 위해 설계 면에서 갖추어야 할 요건은 무엇인가. 주택 시장에서 차지하는 물량이 적다하더라도 타운하우스가 한국 사회에서 갖는 의미는 크다. 주거문화에 다양성을 확보한다는 점과 여간해서 변하지 않고 있는 아파트 설계에 근본적인 변혁을 기대하기 위해서는 아파트와 경쟁할만한 주거 유형이 자리 잡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에서 그렇다. 따라서 타운하우스가 새로운 주거 유형으로 안착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개별 마당으로 대표되는 접지성을 지키는 설계가 필수다. 도시에서 생활하면서도 성냥갑같이 다닥다닥 붙어있는 건물에 갇혀있다는 느낌을 상쇄시키기 위해서는 자연을 맞을 수 있는 하나의 독립된 공간이 확보되어야 한다. 기존 전원주택에서는 독자적인 집 한 채이기에 이웃 간의 연대감과 유대감이 부족하기 쉽고 체계적인 관리나 재반 시설의 다양함이 아쉬울 수 있다. 예를 들면 공동 마당이나 브런치숍(brunch shop), 커피숍, 빨래방, 탁아시설, 유기농 생협 등과 같은 커뮤니티 시설이다.

타운하우스를 둘러싼 법제도적 여건과 과제

타운하우스를 둘러싼 최근의 법제도적 상황은 이러한 설계적 요건을 갖춘 타운하우스의 성립을 어렵게 만드는 문제를 가지고 있다. 현행 법규에 따르면 타운하우스는 ‘공동주택(연립주택)’이 될 수도 있고 ‘맞벽으로 건축한 단독주택’이 될 수도 있다. 타운하우스를 표방하는 사례들이 실제로는 단독주택으로 설계방향을 선회하고 있는 것도 정부의 분양가격 통제 정책 때문에 분양 가격을 매기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주거 유형으로서 타운하우스의 잠재력은 단독주택과 동일하게 접지성을 가지면서도 단독주택보다 경제적인 토지 이용 및 향상된 환경수준 확보가 가능하다는 점이다. 그리고 바로 이것이 고급 주택 시장에서 출발한 타운하우스가 중산층 주거 유형으로까지 그 폭을 넓히기를 기대할 수 있는 근거이기도 하다. 단독주택과 비교한 타운하우스의 경제성과 환경수준이 확인되면서 좀 더 작은 평형의 주택 시장으로까지 타운하우스 수요가 확산되기를 기대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고급 주택으로서의 타운하우스 건축이 성립 가능한 길을 열어주는 것, 즉 단독주택의 맞벽 건축의 활성화가 별 탈 없이 속히 진행되어야 한다. 현재 관련법이 개정 되고 있고 시행될 예정이라지만 그 효력이 언제부터 시작될지는 미지수다. 충분한 법적 여건이 확보되지 않는다면 지금 소위 타운하우스라는 이름으로 진행되는 사례들이 이미 그렇듯이 새로운 주거 유형과는 거리가 먼 ‘고급 단독주택단지’ 또는 값비싼 ‘다가구주택 단지’에 머무는 데에 그칠지 모른다.


참고문헌
『아파트와 바꾼 집』, 동녘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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