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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르투에서 알바로 시자를 만나다

2013-07-31


안양예술공원에 있는 알바로시자홀이 제4회 안양공공예술프로젝트와 함께 새롭게 변화할 예정이다. 서가와 작업실을 만들 뿐 아니라, 여러 전시와 시민 참여 프로그램을 더욱 확대할 것이라고 밝혀 기대를 모은다. 알바로시자홀은 포르투갈 출신의 건축가로 1992년 건축계의 노벨상인 프리츠커상을 수상한 알바로 시자(Alvaro Siza)가 직접 만든 건축물이다. 그는 평소 시적인 모더니즘의 건축으로 유명하다. 한국의 알바로 시자홀, 아모레미지움 등의 건축물 외에도 세계 다양한 곳에서 자신만의 건축을 펼쳐나가는 알바로 시자이지만 그의 건축 기반은 포르투갈의 포르투라 할 수 있다. 그런 그의 건축을 살펴보기 위해, 포르투((Porto)에 다녀왔다.

글,사진│이소애 객원기자( am.ssssoae@gmail.com))

건축계의 시인이라 불리는 알바로 시자는 포르투 근처 마토지뉴스(Matosinhos)라는 곳에서 태어났다. 이후 그는 포르투에서 건축을 배우고 페르난도 타보라(Fernando Tavora)와 함께 건축 작업을 하며 특유의 감각을 키워나갔다. 그래서 포르투와 그 주변에는 그의 흔적들을 많이 만날 수 있다. 그의 처녀작인 보아 노바 티하우스(Boa Nova Tea House)부터 그가 직접 설계하고 학생들을 가르쳤던 포르투 건축 대학 건물과 대표작으로 꼽히는 Quinta da Conceicao 야외 수영장, 세랄베스 현대미술관(Serralves Museum of Contemporary Art), 이외에도 여러 사무실과 주거시설 등이 포르투와 그 주변 도시에 밀집해있다.

알바로 시자는 간단명료하면서도 시적인 건축을 해왔다. 그의 건축은 항상 주변 맥락을 담고 있으며, 그로 인해 인위적이거나 독보적인 건축이 아닌, 건축가의 섬세한 손길이 묻어나는 자연스러운 건축을 지향했다. 포르투의 상 벤투 지하철역, 포르투 건축대학, 그리고 세랄베스 현대미술관, 세 작품을 통해 알바로 시자 건축의 아름다움과 그만의 철학을 찾아보고자 한다.

상 벤투(São Bento) 지하철역
상 벤투 지하철역은 포르투 구시가지 중심에 위치하고 있다. 시자 특유의 단순 명료한 건축적 언어가 역 곳곳에 묻어난다. 이 길다란 모양의 지하철역의 끝과 끝에는 각각의 출구가 있는데, 경사진 지형 때문에 두 어쩔 수 없이 단차가 발생했다. 시자는 이 지형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 기울어진 천장과 계단을 통해 그 경사를 지하 내부로 끌어들였다.
지하에서 마주한 지하철역의 모습은 매우 정교하다는 인상을 준다. 하얀 기둥이 반복적으로 세워져 있는 것은 마치 어떤 리듬을 연상시키고, 기둥 끝에 있는 계단은 리듬의 클라이맥스를 이루는 듯하다. 천장은 계단을 따라 완만하게 경사가 져 있는데, 이것은 살짝 굴곡이 져 미적 감흥을 더한다.

포르투 건축 대학 (Faculty of Architecture, University of Porto)
포르투 건축 대학은 알바로 시자의 유명한 작품 중 하나로, 포르투 구시가지에서 버스를 타고 들어가면 된다. 포르투 건축 대학은 네 개의 매스와 긴 형태의 매스, 그리고 그 사이에 있는 삼각형 형태의 마당으로 이루어져있다. 매스가 차도를 등지고 있기 때문에, 차를 타고 들어오면 학교가 잘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살짝 돌아보면 강과 함께 강의실이 모습을 드러낸다.

마당에 서면 매스 사이 사이로 강을 볼 수 있다. 이는 차도 쪽으로는 긴 매스를 두어 시선을 안으로 모으고, 강 쪽으로는 분리된 매스를 통해 시야를 넓혀주는 역할을 한다. 또한 세 번째와 네 번째 동 사이의 간격을 넓힘으로써 반복적인 매스에 신선한 변화를 주는 동시에 더욱 넓은 뷰를 갖게 해준다.

이베리아 반도의 따가운 햇볕 때문인지 마당에는 사람이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이곳에는 각 건물들을 연결하는 복도가 지하에 존재해서였다는 것을 금방 알게 되었다. 복도에는 학생들의 개인 사물함과 휴식공간이 자리하고 있다. 이곳은 지하 복도임에도 불구하고 곳곳에 창과 보이드 공간을 마련해 자연스러운 채광을 느낄 수 있도록 했다.

포르투 건축 대학은 간단한 듯하면서도 곳곳에 건축가의 배려가 묻어있는, 학생들을 위한 공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스승이자, 세계적인 건축가가 애정을 가지고 지은 건물에서 건축을 공부하는 학생들은 참 행운일 것이다.

세랄베스 현대미술관(Serralves Museum of Contemporary Art)
포르투에는 알바로 시자의 건축물 가이드 지도가 있다. 이 지도를 따라 읽다 보면, 세랄베스 현대미술관에 가서 알바로 시자의 작품이 ‘지식’과 ‘부재(不在)’를 어떻게 표현하고 있는지 꼭 확인해보라는 문장이 있다. 여기에서 말하는 두 가지 요소는 바로 ‘시’의 요소라고 할 수 있다.
알바로 시자의 건축에 있어서 시란, 방문자에게 모든 것을 친절하게 알려주는 것이 아니라, 함축적인 의미를 찾도록 하는 것이다. 공간을 보면서 질문을 던지거나 해석을 하고, 감동을 하는 참여적 장소인 셈이다.

세랄베스 미술관은 저택 및 정원에 지어졌다. 이를 존중한 알바로 시자는 기존의 질서를 거스르지 않으면서도 자연스러운 건축을 했다. 미술관에는 전시장과 함께 레스토랑, 도서관, 가게 그리고 강당을 운영하고 있으며, 가게와 강당은 메인 건물과 별도로 존재하여 미술관이 문을 닫더라도 사용할 수 있다. 전시장은 여러 방들이 통로로 연결되어 있으며, 곳곳의 창에서 들어오는 빛과 창으로 보이는 정원 역시 또 하나의 미술작품이다. 건물을 마주하는 각도에 따라 미술관은 천의 얼굴을 보인다. 미술관을 향해 걸어가는 동안에도, 레스토랑 테라스에 앉아 중정을 바라볼 때도, 미술관 안에서마저, 건물은 춤을 추는 듯 드라마틱한 모습을 보인다.

세랄베스 미술관의 또 하나의 자랑거리는 바로 정원이다. 이 정원은 100년이 넘게 가꾸어져 왔다. 정원을 둘러보다 보면 미술관의 또 다른 모습을 만나볼 수도 있다.

건축가가 클라이언트의 요청으로 건축물을 설계하는 것은 흔한 일이다. 하지만 그 장소가 건축가 자신과 깊은 관련이 있는 곳이라면 설계는 더욱 특별해진다. 자신이 이미 그 장소를 잘 알고 있고 큰 애정이 있기에 선 하나도 그냥 그릴 수 없다. 친구 선물은 고르기 쉬워도 가족 선물은 사사로이 따질 것이 많아지는 것과 같다.

포르투라는 도시에서 한 건축가의 흔적을 찾는 일은 매우 흥미로운 일정이었다. 알바로 시자는 이곳에 없었지만 시자를 만나 여러 가지 이야기를 전해 들은 느낌이었다.

포르투 관광안내소를 가면 알바로 시자 건축물 가이드 지도를 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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