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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의 흔적과 장소의 기억을 되살리는 도시정책

2013-11-26


기사제공 l 건축디자인신문 에이앤뉴스

건축에 대한 신선하면서도 감동적인 만남은 건축가로서 출발하는 인생의 길에서 훈훈한 기억의 자양분이 되게 만든다. 땅의 진정한 가치를 믿고 대지와 주변에 어우러지는 좋은 건축을 오롯이 구현하기 위한 건축가의 여정, 그 순조롭지만은 않은 길 위에서 훌륭한 스승과의 만남은 건축가를 더욱 성장하게 만든다.
넉넉지 않은 여건에서 작지만 가식 없는 건축과 절제되면서도 변화를 추구하는 대구 포도원교회로 한국건축문화대상 우수상을, 나눔의 교회로 순천시아름다운건축상을 수상한 바 있는 건축가 이용우는 대형화되고 현란해지는 교회건축에 진정 교회건축의 방향성과 강한 울림을 전해주고 있다. 현재 칸·도시건축사사무소 대표 건축사로 몸담고 있는 건축가 이용우는 1980년대 초 김중업건축연구소를 거치고 도성건축, 토건축, 디자인토건축, 별빛건축의 대표를 역임하며, 교회건축을 기반으로 주택, 공공, 문화시설, 호텔 등 다양한 분야에서 굵직한 작업을 선보이며 교회건축 흐름의 중심 영역을 차지하고 있다.

어린 시절, 서울역에서 아현동까지 걸어서 등교하던 때에 건축가 이용우는 서대문 마루턱에 있는 날렵하게 하늘로 솟아 오른 지붕을 가진 건물을 보고 마냥 신기해하곤 했었다. 훗날 건축공부를 시작하면서 그 건물이 바로 김중업선생의 주한프랑스대사관이란 것을 알았다. 또한 그가 고등학교 시절에 우연히 주간지에 실린 건물의 사진을 스크랩해 두곤 했었는데 그것은 바르셀로나에 있는 가우디의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Sagrada Familia)이었다. 그리고 잠시 머물렀던 시골집에 대한 기억, 필요에 의해 지어진 특별한 건축가가 없는 건축물에서 느꼈던 공간과 휴먼 스케일 등…. 이러한 어린 시절의 우연치 않게 접한 건축에 대한 만남은 그를 평생 건축가의 길로 접어들게 만든 중요한 요인이 되었다. 건축을 알기 이전부터 그 자신 속으로 자연스럽게 스며들어서 그를 건축가의 길로 이끌었던 셈이다. 그리고 그의 건축인생의 커다란 전환점이 된 것은 대학졸업 후 김중업건축연구소에서 일하게 되면서 부터였다. 당시 주한프랑스대사관의 유지보수 건으로 어린 시절 늘 보고 익혔던 그곳을 다시 찾았을 때의 기억, 김중업건축연구소에서 김중업선생의 주한프랑스대사관 도면을 접하였을 때의 감동은 지금껏 그가 건축을 계속할 수 있는 소중한 밑거름이 되어주었다.

건축가 이용우는 자본이 새로운 권력인 시대, 이제 건축은 자본의 시녀가 되었다고 토로한다. 그의 말인즉 건축은 부동산으로 전락하여 환금성으로 그 가치가 평가되고 있고, 건축가는 동의할 수 없는 시대적 상황속에서도 건축은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는 늘 그 스스로에게 묻곤 한다. “장대한 시간의 흐름 속에서 건축은 원하던 원치 않던 간에, 그 속에 다양한 이야기를 품고 역사 속에 오롯이 존재합니다. 모든 건축은 역사의 한편에 기록될 사건인 셈이죠.”

“마치 쇼윈도에서 손님을 기다리는 창부의 모습처럼 너무나도 과장된 형태와 디자인이 초라하게 늘어져 있어요. 덕지덕지 분칠한 얼굴 뒤의 상한 피부처럼 건축이 가면을 쓰고 있는 셈이죠.”
이제는 이 시대의 건축이 좀 더 솔직해져야 한다고 건축가 이용우는 나지막이 외친다. 그러기 위해서는 군더더기를 덜어버리고 순수한 모습이 되는 것이 중요하다고 그는 강조한다. 선택의 여지가 많은 현대건축의 디자인과 재료, 마감에서 상업자본주의에 영합하지 않고 단순한 구조와 절제된 마감, 경제적이며 지속가능한 건축을 이제 우리 스스로 추구해야 한다는 것이다.
“누구를 위한 건축인가?”라는 물음에 건축가 이용우는 그것이 건축주이든 건축가이든 또는 불특정 다수의 대중들이든 인간이 주제라고 힘주어 말한다. 건축은 세워지는 순간부터 도시와 자연의 일부로서 사회의 구성요소가 된다. 이는 건축의 주인이 개인이 아니고 사회 곧 공공성을 띤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렇기에 건축은 당연히 아름다워야 한다는 당위성을 갖게 한다. 비록 성형수술이 횡행하는 시대이기에 사람의 얼굴이나 외모의 아름답거나 추함은 선택의 대상이 될 수 없지만, 건축은 가능하기 때문이다. 건축은 추함과 아름다움, 편리함과 불편함, 때로는 권력의 상징이기도 하고, 못가진 자들을 위한 배려의 장이기도 하다. 하지만 건축가에 선택에 의해서 그것은 아름답게도, 편리하고 시민의 자긍심의 대상이 되기도 하고, 약자들을 위한 배려의 공간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이용우 대표는 건축물은 그 대지 위에서 스스로의 모습을 가지고 태어난다고 생각한다. “건축가가 할 일은 그 본래의 모습을 찾아주는 것입니다. 장소와 어떻게 조화를 이룰 것인지, 그 장소를 어떻게 변화시킬 것인지, 이는 건축가의 몫인 셈이죠.” “건축가는 장소가 지닌 의미를 읽습니다. 그곳에는 어떤 이야기가 있었는가, 그곳에서 어떤 이야기가 만들어질 것인가, 어떻게 이야기를 만들어 것인가, 건축이 인간적이란 것은 바로 그 속에 그러한 이야기를 담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오랜 시간 중첩된 이미지 또는 새롭게 만들어질 이미지들이 건축으로 다시 태어나게 되는 것입니다. 그래서 건축은 이야기를 담는 그릇이라고 생각합니다.”

“무엇을 할 것인가?” 당연히 건축은 용도를 가진다. 그 용도에 충실하기 위하여 기능을 고려해야 하는 것이다. 그러하기에 일단은 기능을 충족시켜야 한다. 건축은 기능을 담는 기계가 아닌가. 그러나 기능은 당연히 충족되어야 할 것으로 충분히 기능적이라고 성공적인 건축이라 볼 수는 없다. 건축은 당연히 기능을 넘어서야 하는 것이다. 기능 이상의 그 무엇을 담았을 때 그때에 건축이 의미 있는 작업이 될 것이다. 건축에 의미를 부여하는 것 그것이 또한 건축가의 할 일이라고 이용우 대표는 설명한다.
“언제 짓는가?” 건축은 기술과 사회, 정치 등 그 시대상을 반영한다. 콘크리트, 철, 유리로 대변되는 근대건축과, 덧붙여서 IT, 스마트빌딩, 재생에너지 등의 기술이 집약된 현대건축처럼 건축은 그 시대의 기술이 집약되어서 완성된다. 아울러 그 시대가 추구하는 가치에 따라 좌우되기도 한다. 이처럼 건축은 시대와 건축주 또는 발주자의 영향아래 놓여 있다. 이는 그 시대의 권력과 밀접한 연관이 있는 것이다. 왕권시대의 궁궐건축, 종교권력 시대인 중세의 종교건축, 상업자본의 시대의 상업건물, 민주화 시대의 공공건물 등을 보면 그 시대의 시대상이 투영된 것임을 알 수 있다. 하지만 그 속에서도 동시대가 요구하는 가치관을 고민하고 미래지향적이며 지속가능한 건축을 해야 한다는 것이 건축가 이용우의 생각이다. “왜 짓는가?”의 물음에 이용우 대표는 다시 또 그 자신에게 되물음으로 조용히 답변한다. “왜 건축인가? 왜 이 건축을 해야 하는가? 왜 그 자신이 건축을 해야 하는가?”

‘건축은 패션이다.’ 어느 아파트 건설회사의 광고 문구이다. 건설회사의 입장에서야 패션처럼 집도 유행에 민감해서 몇 년 주기로 수명이 다하고, 그리하여 다시 재구입하거나 리모델링을 하면 수주물량도 늘고 수익이 오르니 좋을듯하다.
하지만 도시는 패션으로 친다면 올드패션이고 그 패션주기도 1년, 10년의 단기가 아닌 장기 그것도 전쟁이나 지진, 화재 등 천재지변이 있을 경우에나 있을 법한 아주 긴 주기를 갖는다. 물론 제대로 성장한 도시라면 그 도시 고유의 풍정이 차곡차곡 쌓여서 전통의 향기를 풍기기 마련이다. 건축은 그 속에서 스스로의 모습을 뽐내거나 어우러지면서 다양한 모습으로 도시에 활기를 제공하게 된다.
하지만 우리의 도시를 바라보면 시간의 흔적을 지우기에 여념이 없다. 그리고 무조건 획일화시키고 있다. 서울에서 지방의 중소 도시에 이르기까지 옛 기억을 지우고 새 옷을 입기에 급급하다. 재건축, 재개발이란 미명하에 없어지는 것은 골목길과 마을로 대변되는 장소의 기억들이고 새로 생기는 것은 OO마을로 불리는 높이 솟은 아파트 단지들이다. 대도시와 지방 등 장소와 상관없이 비슷한 시기에 지어진 아파트는 늘 거기가 거기인 비슷비슷한 모습들이다. 건물의 형태, 높이, 평면, 배치 등을 살펴보더라도 역시 ‘아파트는 패션’이라 해도 뭐라고 할 말이 없게 되었다. 이렇듯 흔적 지우기와 획일화되어 가는 현상이 이 시대 우리 도시의 문제라고 건축가 이용우는 비판한다.
“우리는 도시정비와 원활한 교통 흐름을 위해 무작정 도로를 넓히는 경우를 자주 목격하게 됩니다. 하지만 도로 주변의 가로는 그 도시의 역사가 기록되어 있는 곳이어야 합니다. 도로를 넓히면 그 도시의 역사의 흔적을 지우는 결과를 초래하는 셈이죠. 그렇기에 기존 시가지의 도로 폭 확장은 신중을 기해야 합니다. 도시의 역사는 큰길가 10m이내의 가로와 골목길에 쌓여 있습니다. 굳이 오래된 문화재가 아니더라도 근대의 건축물이 보존대상이 되는 경우가 많아집니다. 하지만 보존해야 할 것은 대상 건축물뿐이 아니고 그 건축물이 서있던 주변의 골목길과 가로까지 포함해야 하는 것입니다.”

그 스스로가 서울시립대학교 도시과학대학원 건축공학과 석사와 서울시립대학교 대학원 건축학과 박사를 수료한 건축 및 도시전문가이기에 이러한 그의 비판의 잣대는 도시 전체를 보는 전문가로서의 혜안으로 읽혀진다.

“아파트 OO평형으로 불리며 어느 집이나 동일한 천정 높이 방의 크기, 구조로 획일화된 공간에서 성장한 아이들에게서 창조적이며 혁신적인 사고가 가능할까?”라고 건축가 이용우는 우리 사회에 반문한다. 이제 아파트만이 아닌 주거공간의 다양화가 시급하다고 그는 강조한다. 이제 우리 사회는 서로 다름을 인정하는 다원화된 사회가 화두가 되고 있다. 그런 점에서 보다 개성을 존중하고 다양한 선택이 가능한 사회, 타인을 배려하는 사회, 이러한 사회를 꿈꾸는 도시는 다양한 주거환경에서부터 시작되는 것이라고 건축가 이용우는 힘주어 설명한다. 그의 건축과 도시에 대한 솔직하면서도 진정성 있는 물음과 담론에 우리 사회는 좀 더 경청해야 할 것이다. 이제 건축가 이용우는 그 자신이 어릴 적 느꼈던 건축의 감동을 다시금 가슴 속 깊이 되새기고, 겸허한 자세로 진정 우리의 마음에 녹아들며 진한 감동을 전해주는 본질의 건축을 보여주게 될 것이다.

이용우 Yongwoo Lee(KIA, KIRA)
건축가 이용우는 현재 칸·도시건축사사무소 대표건축사이다. 서울시립대학교와 동대학원에서 석사와 박사과정을 수료하였으며, 김중업건축연구소와 도성건축에서 근무하였다. 대구포도원교회로 한국건축문화대상 우수상, 나눔의 교회로 순천시아름다운건축상, 노동부표준청사 계획안으로 노동부장관상을 수상하였다. 건축대전 초대작가이며 100 Architects Of The Year 2012전에 초대받았다. 주요작품으로는 충주삼탄교회, 미스바기도원교회, 안동광덕교회, 대구포도원교회, 순천 나눔의 교회, 당진동일교회, 남서울교회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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