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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건축, 아름다운 동네

2014-09-19


지난 60여 년간 건축문화 진흥과 발전을 위해 앞장서 온 한국건축가협회의 제29대 회장인 한종률 신임회장이 올 3월부터 본격적인 행보에 들어갔다. 지난 2년간 이광만 전임회장과 함께 수석부회장을 맡으며 불철주야 협회 업무를 익힌 경험을 바탕으로 대한민국의 건축문화부흥이라는 야심찬 포부를 내비췄다.

기사제공 l 건축디자인신문 에이앤뉴스

이미 한종률 회장은 한국건축가협회 제 56차 정기총회 이취임식에서 “창조시대에 걸 맞는 건축 환경을 조성하고자 하며, 건축가들이 초심을 잃지 않고 좋은 건축을 꾸준히 실현해 나아갈 수 있도록 건축부흥운동을 펼쳐나갈 것이다”라고 밝힌 바 있다. 한종률 회장은 14세기 후반부터 이탈리아에서 시작한 르네상스가 중세의 암흑시대를 극복하고 고대 그리스 ․ 로마문화를 되살리고자 한 르네상스에 주목한다. 그리고 르네상스의 중심에 서서 이탈리아 문예부흥운동에 커다란 역할을 담당했던 피렌체의 메디치 가문의 역할에 주목한다. 1400년부터 1748년까지 무려 350년간 지속하며 성장한 메디치가문은 예술가들을 적극 후원함으로써 르네상스의 걸작들을 탄생시켰다. 레오나르도다빈치를 비롯하여 미켈란젤로, 보티첼리 등 수많은 예술가들이 메디치가의 후원을 받아 예술 활동을 시작했던 것이다. “이탈리아를 세계건축문화의 중심으로 이끈 메디치가의 건축에 대한, 문화에 대한 뛰어난 안목과 적극적인 후원이 없었다면 과연 찬란한 르네상스의 건축문화의 탄생이 가능했을까요?” 한종률 회장은 이러한 르네상스의 흐름을 눈여겨보고 이제 21세기 대한민국의 건축문화를 꽃피우고 그 문화를 세계로 전파하기 위한 ‘건축문화 부흥운동’을 적극적으로 열어가고자 한다. 더불어 과거 메디치가의 역할을 현대에서는 상당부분 정부가 담당하고 있기에 진정성 있는 대한민국 문화중흥을 위해 박근혜 정부의 안목과 후원을 기대하고 있다. 그의 바람대로 진행된다면 새로운 건축문화 부흥의 발상지가 21세기 서울이 될 수도 있게 된다.

“정부가 법, 제도를 개선하고 건축문화를 후원할 때에만 대한민국 전 국민의 삶의 질이 개선되고 진정한 행복한 환경이 만들어 질 것이며, 이는 또 많은 대기업들의 모범이 되어 중요한 큰 건축의 설계환경에도 좋은 영향을 미칠 것입니다.” 국내의 법, 제도가 현실적으로 열악하여 재능 있는 건축가들이 제대로 실력을 발휘할 수 있는 여건이 안 된다는 점을 지적한 한 회장의 말이다. 그 일환으로 새롭게 신설되는 것이 국내 건축 환경 개선에 커다란 기여를 한 사람에게 수여되는 ‘올해의 건축가 KIA Gold Medal'이며, 세월을 잘 이기고 현재에도 그 가치를 지속적으로 유지하고 있는 건축물을 높이 평가하는 ’25년 건축상‘이다. ’25년 건축상‘은 건축 원로인 이광노 교수의 기금으로 운영되며 세월을 아우르고 백년, 이백년 후에도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건축물을 기리고자 마련된 의미 있는 상이다. 또한, 협회는 어려운 환경에서도 일관된 건축관을 잃지 않고 우리의 환경을 풍부하게 만들어가고자 하는 설계사무소를 ‘올해의 우수 건축사사무소’로 선정하여 UIA를 통해 전 세계에 알리고자 한다. 이는 건축계에 만연해 있는 각종 시상제도와 획일화된 소통방식에서 벗어나 창조경제 시대에 합당한 건축 터전을 조성하고자 함이었다. 이러한 흐름에서 건축계의 등용문인 ‘대한민국 건축대전’ 역시 소형건축물, 동네 만들기 등에 집중하고 미래의 젊은 작가들의 창의적이며 융복합적 아이디어들이 최대한 발현될 수 있도록 준비할 예정이다.

“도시가 아름다워지려면 작은 건물이 아름다워야 합니다. 경제논리에 의해 다른 많은 것들을 잃어버리고 있는 우리의 동네, 마을을 살리기 위한 ‘작은 건축, 아름다운 동네‘에 대한 지속적인 대안 마련에 몰두하고자 합니다.” 한종률 회장은 그동안 경제발전을 통해 대규모 건축물, 공공건축, 큰 단지의 아파트들은 이미 상당한 수준에 올라와있지만, 대한민국의 95%에 이르는 대다수의 건축물은 소규모 개발업자들의 경제논리에 휘둘려 살기 좋고 아름다운 동네 풍경을 저해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유럽의 역사적인 마을을 보더라도 일본의 소형건축들이 빚어내는 아름다운 풍광과 비교해 볼 때 우리의 마을은 현저히 주거환경이 저해되고 있다며, 건축가들이 살기 좋고 아름다워서 누구에게나 자랑하고픈 마을을 만들어가야 한다고 강조한 것이다. 나아가 한 회장은 건축가들의 손길이 곳곳에 스며들고 건물, 가로를 만들어가야 하며 이를 위해 정부와 대화하고 설득하며 언론을 통해 국민들이 삶을 향유할 권리를 인식하게 할 것이라고 밝힌다. 건축가들이 문제의식을 갖고 인류를 위한 더 나은 환경 조성에 노력한다면 건축계가 직면한 위기 상황도 슬기롭게 해쳐 나아갈 수 있다는 것이 한 회장의 평소 생각이다. 이러한 문제의식은 이미 서울의 수많은 미개발동네들을 비롯하여 지방의 많은 소도시들이 획일화된 아파트단지로 변하고 몰 개성한, 불편한 다가구주택, 근린상가로 도배되어 가고 있는 현실에 제동을 걸기 위함이다.

좋은 건축을 꾸준히 실현해 나아갈 수 있도록 ‘건축부흥운동’을 꾸준히 임기 내에 펼쳐 나가는 동시에 이러한 일련의 제반 문제들을 보다 심도 깊게 논의하고 발전시키기 위해 한 회장은 금요토론회의 마련하고자 한다. 협회에서 보다 큰 능력을 가진 선후배, 동료 건축가들의 적극적 참여를 통해 작은 건축, 아름다운 동네에 대한 지속적 대안을 제시하고자 함이다. 더불어 이미 한국건축가협회와 연합을 이룬 새건축사협의회는 물론 대한건축사협회와 여성건축가협회 등 건축단체와의 적극적인 공조를 통해 대한민국 건축 환경을 획기적으로 개선하고자 하는 취지이다.
지역의 자생적 도심 재생 프로젝트를 선정하여 모범을 삼고자 하며, 바람직한 공모를 통해 건축문화의 확산을 이끌어가는 것도 좋은 대안이라고 밝힌다. 1401년 피렌체 대성당 세례당의 청동문을 제작하기 위해 피렌체시는 조각가를 공개적으로 응모하였고 최종 선정된 로렌초 기베르티가 23년간 혼신을 다한 끝에 오늘날 피렌체를 대표하는 걸작품을 탄생시켰다는 점을 거론한다.

한종률 회장은 “서양건축 역사상 최초의 건축이론가로서 고전주위 건축이론을 최초로 정립한 로마 시대의 건축가인 비트루비우스(Vitruvius)는 그의 저서 ‘건축십서’를 통해 건축가는 건설 기술력을 잘 알아야 하고, 미적 창의력과 구조적 안정성, 공공에 대한 윤리성은 물론 천문학, 철학, 역사, 음악, 문학, 회화 등 교양을 두루 갖춰야 한다”는 점을 상기해 본다. 건축가가 여러 가지 분야의 전문성에서 완전할 수 없겠지만 여러 관련사항과 기술에 대해서 비판하고 검증해야 할 단계에 놓여있을 때 이를 판단하고 대처함에 부족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건축설계란 단순히 도면을 그리는 것 이상의 창의적인 가치를 지니며 총체적인 문화와 기술의 산물이라고 한 회장은 강조한다. 현실적으로 건축가가 공공건축을 만드는 전문가로서 존경받고 건축가의 사회적 역할이 더욱 높아져 가야함을 피력한 것이다. 전체적인 시장경제에서 공정한 설계기준을 마련함으로써 좋은 설계가 채택될 수 있는 건축 환경을 만들어 가는 것도 해결해야 할 과제라고 한 회장은 덧붙인다. “건축가의 동료인 설비, 전기, 구조, 조경, 실내설계 분야의 전문가들이 적정한 대우를 통해 경제적으로 안정되고, 아름다운 설계에 동참하도록 혼신을 다해 노력할 것입니다.” 보다 구체적인 설계보수 대가의 현실화를 통해 많은 건축가들이 경제적 고통을 뒤로하고 좋은 환경을 만들어가기 위해 전력을 다할 수 있게 임기 기간 동안 힘쓸 것이라는 한종률 회장의 신념어린 다짐이다.

새로운 아이디어를 통한 국내 건축계에 활력을 불어넣는 동시에 건축 관련 업계와의 적극적인 소통을 통해 건축문화에 활력을 불어넣고자 하는 한종률 회장의 ‘신건축부흥운동’의 로드맵이 본격적으로 가동되고 있다. 한 회장이 주창하는 ‘건축부흥운동’이 대한민국 건축문화의 르네상스 바람으로 작용하게 되기 위해서는 범건축계의 동참과 정부의 지원이 그 성공 여부를 판가름 지을 중요한 요인이라는 점에서 향후 아름다운 결실을 얻어내길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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