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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 공간의 디자인

2006-03-22


얼마 전 청계천의 복개사업이 마무리된 후, 청계천은 많은 인파로 붐비고 있다. 그 많은 인파를 본 후, 정말 서울에는 도시사람이 즐길 수 없는 공공의 공간이 부족하다는 사실을 절실히 느꼈다. 21세기 디지털시대의 출현은 생산 소비자라는 새로운 경제주체 개념으로 국민의 삶의 질이 곧 국가 경쟁력을 좌우한다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창출하였다.

생산성에 인간 삶의 질에 측면에서 개선하는 디자인 활동인 공공디자인은 다수의 문화적 감수성과 선택의 안목을 높여 궁극적으로 문화적인 인프라를 확장시키는 것에 목적을 둔다.
이 문화적 기반은 앞으로 우리가 하나하나 풀어나가야 할 숙제다. 디자인된 공공의 공간이 늘어날수록 우리들의 환경은 점점 좋아질 것으로 믿는다. 공공의 공간은 개개인이 공공디자인에 대한 의식 확립이 정확해야 옳고 그름을 판단할 수 있을 것이다.

어떠한 방향이 우리에게 더 나은 것인지 좀더 많은 관심을 가지고 공공디자인에 대해서 생각해볼 기회를 가졌으면 한다. 마루에서는 공공의 공간으로 변화되기 힘든 공무원의 공간인 문화관광부 청사 사무환경 개선 프로젝트를 통해서 공공성을 가지고 있는 공간이 진화되는 과정을 살펴보고자 한다. 그리고 공공디자인에 대한 의식의 변화와 우리가 공공디자인에 대해서 인식하고 있어야 하는 범주에 관해서 경원대학교 신홍경 교수의 의견을 들어보았다.


글ㅣ 월간마루 김민혜 기자 
사진ㅣ 월간마루 최정복 기자

‘조직과 공간’이 연동되는 시대는 끝이 났다. 현재와 미래는 유기적으로 변화되고 움직이면서 변화하는 시기이다. 따라서 업무와 자기변화의 요건은 점점 더 강해진다.

‘조직적 공간의 퇴출은 정보화 시대와 관련이 된다. 정보화 시대는 대체로 세 가지 특징을 가지고 있다. 속도의 무한한 증가와 시간의 축소, 접속성(Connectivity)과 공간의 축소, ‘무형적인 것’(the Intangible)의 우세. 이러한 상황은 엄청나게 가속화 된 가변성(可變性)을 낳으며 이러한 가변성에의 적응이 정보화시대의 핵심이 되고 있다. 새로운 시대에는 조직이나 개인이 경량화 함으로서 변화에 그때 그때 재빠르고 유연하게 적응할 수 있다. 조직의 운영방식에 관련되는 것으로 ‘자기조직화’(self-organization)의 원리가 있다. 이는 아래로부터 위로 작용하는 운영방식으로서 그 핵심은 자유로운 선택권을 가진 각 구성원들이 스스로를 창조적으로 구성하도록 조건을 조성하는 데 있다.

여기서 조직의 상층부는 미리 정해진 계획, 명령, 지시사항을 아래로 내려 보내는 것이 아니라 자율적인 개인들의 선택에 가장 바람직한 방향으로 영향을 미치는 적절한 규칙들을 찾아서 부여하는 역할을 한다. 이러한 규칙 찾기에 동원되는 것이 이른바 시뮬레이션 방법을 사용하는 ‘행위주체기반모델’(Agent-Based Model)이다.

따라서 더 큰 규모의 중앙집권적 공간조직의 구축에서 창조적 적응능력의 제고와 민주적 공간구성으로의 변화는 필연적이다. 정보화 시대에 있어서 공무원의 업무공간은 특별한 중요성을 띠게 된다. 정보화 시대를 특징짓는 요소 중 하나인 ‘무형적인 것’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것이 지식을 기반으로 한 정보인데 이를 집중적으로 만들어내는 곳이 업무공간이다.

다가오는 미래에는 지식이나 정보를 관리하는 각 개인들의 지적 및 정서적 능력을 최고의 수준으로 향상 시키는 것이 사회의 주된 방향이 된다. 문화관광부의 업무공간 환경개선을 위한 주 목적은 이러한 새로운 형태를 담아내어서 창의적이고 문화화한 높은 수준의 업무공간을 만들어내고 표출하는 것이다. (글/ 신홍경)

20세기 산업화 시대의 공간 디자인 접근방식은 주요 클라이언트와 스타 인테리어의 의사결정으로 이루어져 왔다. 실제 사용자와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권력을 쥐고 있는 사람들만이 공간의 디자인을 결정할 수 있었다. 혹은 얼리어답터 역할을 하는 스타 디자이너가 디자인의 트렌드를 표출하는 것에 급급했다고 볼 수 있다. 21세기 미래디자인의 키워드는 다원화된 의사결정의 집단의 출현이다.

디자이너는 불특정 집단의 다수를 설득하여 상호간에 소통가능한 방법론을 제시하는 것이 역할로 자리매김한다. 문화관광부 청사 사무환경 개선에 관한 디자인을 진행한 경원대학교의 신홍경 교수는 지속적이고 의미가 우위에 있는 공간을 제시하였다. 공공기관과 같이 지침 매뉴얼이 세세하게 지정되어있는 곳에서는 창의적인 디자인이 어렵다.

또한 적절한 선에서 타협할 수밖에 없는 현실과 부딪힌다. 직급에 따라 가구와 면적까지 정해져 있는 공무원들의 사무공간을 좀 더 창의적이고 가변적이며 지속가능한 공간으로 뒤바꿈 해놓기까지는 많은 논의와 토론 그리고 고심을 거쳐서 만들어졌다. 디자인을 제시하고 설문조사까지 하는 실례는 찾아보기 힘든 과정이라고 볼 수 있다. 다수의 의견을 존중한다는 것은 그만큼 다양한 의견을 충족시켜야 한다. 특별한 경우에는 다수의 의견과의 적절한 타협도 필요하다.

문화관광부는 현대화된 한국전통을 표출하는 것을 전제로 진행되었다. 과거의 방식대로 한국의 미를 시각적으로 재생산하기보다는 색감과 재질과 같은 직간접적인 방법으로 표현되었다. 한복의 비단천을 그대로 도배지로 사용하여 각 공간의 파티션이나 미닫이 문에 부착하여 간결하면서도 강한 이미지를 표출하였다. 흰색과 붉은색 그리고 초록색, 파란색의 원색의 조화는 전통 색조의 조화로움을 드러낸다.

높은 파티션으로 인한 부서간, 개인간의 소통없음을 이동가능하고 투명한 파티션을 두어 소통을 원활하게 한다. 또한 이동가능한 사무가구를 두어 부서의 이동 혹은 특별한 사안에 대한 모임을 원활하게 한다. 붙박이처럼 고정되고 움직임이 없는 부서가 아니라 움직임이 활발한 공간이 되는 것이다.
이는 사람과 사람 혹은 사람과 공간간의 인터랙티브를 가능하게 한다. 고정된 공간에 사람이 맞추기보다는 사용하는 사람이 사용자의 특성에 맞게 움직여서 사용할 수 있는 시스템을 제공하였다. 이는 여러 차례의 피드백 과정을 통해 수정되고 보완되었다. 다수의 의견이라고는 하지만 모든 사람을 만족시킬 수도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이는 지속가능하고 가변적인 것들을 위한 시작이다.


공공기관의 디자인의 변화는 전무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각 업무공간의 지침매뉴얼이 있고 색의 사용이나 가구의 사용 그리고 일인당 사용자의 면적 등이 지정되어 있다고 들었습니다. 그리고 제약된 예산문제 등과 변화에 대한 불만 등 문화관광부가 이와 같은 관례를 깨고 새로운 업무환경을 바꾸는 과정은 많은 어려움이 따랐을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예산에 대한 제약은 항상 따르는 것이기 때문에 그 문제보다는 의사를 결정하고 진행하는 과정 자체가 어려웠습니다. 혁신인사관리과와 기획관리과가 2004년 12월에 처음 시행되었습니다. 이는 팀간의 유기적인 협조관계가 업무효율에 있어서 중요한 안건으로 문제제기가 시작되었던 시점이었고, 변화가 요구되었던 시기였습니다.

기존에는 전형적인 공무원 색의 가구와 물품들 그리고 높은 벽과 실로 분리된 부서가 있었지만 현재는 벽도 허물어졌고 사용된 색도 과감하게 원색 위주의 밝은 색조로 구성되었습니다.

처음에는 높은 파티션으로 막혀있던 개인의 공간이 허물어지고 익숙지 않은 색들에 대한 불만이 없었던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이는 칸막이 문화라는 의식구조와 우리과, 우리예산, 우리 사무실이라는 의식 즉, 일률적인 구성과 의식의 형태를 변화하려는 의도적인 선택이었습니다. 찬성과 우려가 섞인 개개인을 설득하는데 많은 어려움이 많았고, 현재도 모든 사람들이 만족하고 있지는 않지만 다들 적응해 나가고 있습니다.


문화관광부의 업무환경 개선의 과정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셨던 부분은 어떤 것이었습니까?

2층의 공간이 바뀐 후, 어떤 이는 제발 빨간색은 피해달라고 하는 이도 있었고, 파티션이 없으니 집중이 안 된다는 이도 있었습니다. 이 모든 의견을 수렴하고 통합하여 적절한 타협점을 찾아나가기 시작했습니다. 이로써 2층의 기획관리실과 혁신인사관리부의 시작을 기점으로 시간차를 두어 점차적으로 업무환경의 개선의 폭을 넓혀갔습니다. 이 모든 과정은 고정된 틀로 지정되기보다는 지속적이며, 가변적인 공간으로 변화가 가장 중요한 점이었습니다.

문화관광부의 업무는 각 지정된 부서의 고유의 특성에 따라 기본적으로 일이 진행되지만, 특별한 사항에 대해서는 각 부서의 특정인물이 또 다른 팀으로 운영되기도 합니다. 이는 부서간 조직간 변동을 자연스럽게 연결해야 하는 것이 관건이었습니다. 부서장의 특성에 따라 위치와 시스템을 변경하여 유연하고 가변적인 환경을 조성하는 것에 목적을 두었습니다.

문화관광부 청사 사무환경 개선 프로젝트는 앞으로 어떤 계획들이 남아 있습니까?

2004년 12월의 2층을 시작으로 3층의 장관실과 장관대기실 그리고 5층은 문화산업정책과와 여성휴게실 7층은 프레스 브리핑 룸(브리핑 룸은 2003년에 완성) 그리고 8층은 종무과, 체육과, 관광여가산업과가 각각 순차적으로 완료되었습니다. 앞으로 4층의 문화관광부의 주력부서인 문화정책국과 예술국과 1층의 로비가 남아있습니다. 문화관광부의 얼굴인 만큼 더욱 발전적인 모습으로 올해 안에 마무리 될 예정입니다. 이로써 이 업무환경 개선 프로젝트가 끝을 맺는 것이 아니라 계속 진행형으로 지속 가능한 변화가 될 수 있도록 진행될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실내건축가협회(KOSID)에서 공로상을 받으셨다고 들었습니다. 축하드립니다. 공공기관 내에서의 변화는 쉽지 않았을 것입니다. 많은 노력을 하셨습니다.

문화관광부가 타 공공기관에 비해서 좀더 유연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기본 취지가 훼손되지 않으면서 다양한 스펙트럼을 통해서 다양한 영역을 수용할 수 있는 인력의 구성이 문화관광부의 장점입니다. 이러한 열린 사고가 벽을 무너뜨리는 것과 원색 사용과 같은 공공기관의 본질적이고 고답적인 구성을 뒤로 하게 된 중심 역할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조직의 유연함은 새로운 변화를 시도하게 하며 다양함을 수용할 수 있게 만드는 중요한 밑거름입니다. 다양한 키플레이어들의 적절한 활동과 다양한 스펙트럼의 역할을 한 문화관광부의 모든 분들이 이와 같은 좋은 성과를 낼 수 있었던 원동력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다음에 2부가 연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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