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상 곁에 있지만 그 소중함을 느끼지 못하는 것들이 있다. 그중 하나가 빛이다. 한낮에는 태양 빛으로, 밤에는 조명 빛으로 우리의 삶을 밝혀주는 빛. 그 빛의 모든 것을 담고 있는 곳이 바로 필룩스의 조명전시관이다. 옛 전통의 빛에서부터 미래조명까지 조명의 모든 것을 보여주고 있는 조명전시관에서 빛의 건강함과 풍요로움을 느껴보자.

취재 ┃ 정선미
포토 ┃ 니즈비즈


경기도 양주시 광적면에 자리한 필룩스 조명박물관 www.lighting-museum.com은 2004년 9월 개관한, 조명문화의 과거, 현재, 미래가 공존하는 국내 유일의 박물관이다.
조명의 역사를 한 눈에 알 수 있는 조명박물관에는 원시 등화구에서 토기등잔, 유기촛대 등 다양하고 특이한 세계 이국등화구가 전시된 ‘조명역사관’, 젊은 작가들이 조명과 빛을 이용해 만든 독창적인 예술작품들이 설치된 ‘조명예술관’, 전기조명의 시작이 보이는 ‘조명근대관’, 빛 변화에 따른 미술작품을 다양하게 느낄 수 있는 ‘조명미술관’, 빛 공해의 문제점을 짚어보고 우리 일상에서 노출된 빛 공해의 심각성을 알 수 있는 ‘빛공해관’, 미래조명인 감성조명을 구현하는 ‘미래조명관’ 등 다양한 조명문화가 펼쳐져 있다.

초기 조명은 그저 어둠을 밝히는 도구로 사용되었지만 현대의 조명은 환경, 생명을 연결하는 매개체로 점차 그 중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빛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 빛의 밝기 및 색을 통한 감성의 변화 등을 박물관의 다양한 공간을 통해 경험할 수 있다.


조명, 자연 빛으로 돌아가다
태양은 떠서 질 때까지 무수히 많은 밝기와 색온도를 통해 세상의 모든 사물을 밝히고, 생태에 영향을 미치며 인간의 감정까지 조절한다고 한다.
호롱불 밑에서 천자문을 외던 그 옛날 조명의 의미는 어둠 속에서 낮에 하던 일을 연속적으로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한, 그저 ‘밝음’에 초점을 맞춘 것이었다. 그러나 현대는 그 의미가 다시 자연으로 돌아가고 있다. 태양 빛에 가까운 조명을 구현하는 것이다.
식물의 성장에 필요한 자연 빛이 야간에 조명 빛으로 구현되고, 태양 빛 아래서 느꼈던 따스함이나 편안함이 조명 빛에서 나오는 음이온을 통해 심리적 안정을 찾게 해주는 등 인공조명이란 단어가 무색할 정도로 자연스럽게 변하고 있다.
특히 미래조명관에서 체험할 수 있는 감성조명은 공부에 집중할 수 있는 조명, 포근하게 잠잘 수 있는 조명, 식욕을 감퇴시키는 조명 등 심리적, 신체적 변화에 영향을 미쳐 인간의 생체에 좋은 방향으로 이용되고 있다.
미래조명관에는 병원, 학교, 미술관, 상점 등 다양하게 공간이 설정되고, 그 안에서 상황에 맞는 조명들이 구현되고 있다. 질병을 치료하는 조명, 소독하는 조명, 음식을 더 맛있게 하는 조명 등의 모든 체험이 이곳에서 이루어진다. 특히 조명미술관은 빛 변화에 따라 작품의 느낌이 달라지는 것을 보여줌으로써 시각적으로 편안하면서도 다양한 느낌으로 작품에 몰입할 수 있도록 상황을 연출하고 있다.

빛, 과하면 공해가 된다
밤이 되면 더 화려하게 변화하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미국의 라스베이거스, 프랑스 파리의 샹젤리제 거리 등은 관광지로도 유명하다. 이는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다. 한강을 가로지르는 수많은 대교大橋와 공원 등지에 아름다운 조명을 설치해 마치 콘크리트 덩어리가 살아있는 듯한 느낌을 표현하며 보는 이들의 감탄을 자아내게 하고 있다.
하지만 무엇이든지 과하면 부족함만 못하다고 했다. 이는 빛도 마찬가지다. 조명박물관의 빛공해관에는 빛이 과하면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신종 환경 공해로 대두된 빛 공해의 문제점을 보여주고 있다.
또한 높은 탑이나 건물에서 반짝이는 불빛을 보고 밤에 이동하던 수백 종의 철새들이 불빛 근처로 몰려들다 탑에 부딪혀 죽고, 낮의 길이가 짧아야 하는 단일식물은 가로등 조명 빛을 받아 열매를 맺지 못하고, 도시 근처 호수의 식물성 플랑크톤은 불빛 때문에 필요 이상으로 번식해 수질을 악화시키는 등 빛 공해의 여러 단면을 보여주고 있다.
더불어 우리는 현재 일상에서 어떤 빛 공해에 노출되어 있는지, 피해는 어떻게 줄일 수 있는지에 대한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