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 │ 길영화 기자 (kil333@maruid.co.kr)
사진 │ 김재윤

리챠드 프로헤어(Leechard Prohair)의 19번째 지점이 일산에 들어섰다. 리챠드 프로헤어는 매 지점이 들어설 때마다 트렌드를 상당히 능동적으로 받아들여왔다. 이는 인테리어 디자인을 통해 빠르게 메이저급으로 도약하고자 했던 클라이언트의 의지를 디자이너가 반영한 결과다. 이에 더 나아가 디자이너는 일상적인 미용실이 아닌 콘셉트적인 부분을 강조하며 향후의 트렌드까지 분석하여 끌어들이는 앞서나가는 디자인들을 리챠드 프로헤어에 펼쳐왔다.
이번 프로젝트에 차용한 트렌드 코드는 사이버(Cyber)와 고스(Goth)다. 디자이너는 그동안 리챠드 프로헤어에서 자주 보여준 콘셉트인 사이버적인 분위기에 공간의 특징을 결정짓는 요소로 패션과 음악 장르에서 유행하던 고스(Goth) 스타일을 끌어들였다. 사이버의 미래지향적인 모습과 고딕문화로의 회귀를 모토로한 고스 스타일은 사실 서로 상충되는 만남일 수 있다. 특히 바나 클럽이 아닌 미용실 공간에서의 고스적 이미지는 자칫 부담스럽게 다가올 수 있었으나, 디자이너는 오히려 기존 사이버적 콘셉트를 가지고 있던 미용실에 바의 분위기를 접목시킴으로써 고스의 이미지는 자연스럽게 공간에 스며들었다. 또한 반사되는 금속의 느낌과 섹시한 블랙 컬러로 어둡고 스산한 고스의 이미지를 상공간에 걸맞는 모던하고 세련된 모습으로 재해석하였다.

디자이너는 공간의 본질이 간판으로 인해 훼손되고 있는 현대 상업건물의 문제점을 파사드를 통해 해결하고자 했다. 특히 미용실 전면부에 블랙 컬러로 강하게 볼륨감을 강조한 입구는 정돈이 되어있지 않은 간판들로 뒤덮인 전체 건물 속에서 공간을 특별하게 인지시킨다. 고스의 이미지는 이런 입구에서부터 시작된다. 입구를 이루고 있는 블랙 컬러 덩어리는 내부로 관입되어 카운터와 유기적으로 관계를 맺는다. 그리고 카운터는 다시 내부 공간에 간단하게 마련된 바 공간으로 연결된다. 이때 블랙 컬러는 고스를 나타내는 가장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

내부에 들어서면 공간 구성의 주를 이루는 금속성의 재료들이 유선형의 형태로 공간 전체에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이는 반짝이고 탄탄한 금속성의 재료들이 곡선화되면서 나타나는 사이버적 이미지로 마치 새로운 세계로 들어선 듯한 기분을 들게 한다. 이와 더불어 블랙과 실버, 고스 문양, 샹들리에 등 내부 곳곳에 공간의 또 다른 콘셉트인 고스적 이미지를 느낄 수 있는 요소들이 적절히 어우러져 있다.
미용실의 내부에서는 스틸로 된 바닥을 통해 또 하나의 공간적 즐거움을 발견할 수 있다. 거칠게 사포질을 한듯한 바닥의 스틸판은 조명의 휘도나 조도, 혹은 방법론에 따라 다양한 이미지를 드러낸다. 상황마다 변하는 빛의 느낌을 고스란히 전달해주는 바닥은 속도감을 가진 일루전을 표현한 것이다. 이런 이미지 표현은 디자이너의 다른 작품들에서 보여졌던 전통적인 표현방식과 괘를 같이 한다. 화선지에 먹의 농담이 번지듯, 공간의 블랙과 실버, 사이버와 고스는 금속판에 비치는 변화무쌍한 빛과 함께 바닥에 번지 듯 스며든다. 이는 공간에 전통적 표현방법을 구사하는데 있어서 디자이너의 창의적이고 다양한 접근방식이 수묵화처럼 묘한 빛깔을 발하는 것이다. 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