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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이스 | 리뷰

카페에서 작업실까지 다섯 걸음

2008-01-15

문화예술에 대한 대중들의 욕구, 그들의 눈높이를 맞추려는 예술가들의 열망, 그리고 이를 지원하는 다양한 방식의 자본. 이 삼박자의 리듬이 탄생시킨 복합문화공간의 가장 큰 매력은 일반 대중들과 예술의 거리를 한층 좁힐 수 있다는 점이 아닐까. 각 컨셉트에 맞게 무장한 공간 디자인으로 카페, 멀티숍 등 편하게 방문할 수 있는 상업공간에서 예술가들의 작품을 만난다면? 지난해 12월 첫발을 내디딘 복합문화공간 Jazzy M.A.S에서는 가능한 일이다.

취재ㅣ 김유진 객원기자
사진ㅣ 스튜디오 salt

미술관에서 긴 줄을 서 가며 몇 백년 전 거장들의 작품을 감상한다거나 구두소리만 또각또각 들리는 갤러리에서 작품의 의미를 이해하려고 노력해야 하는 부담 백배의 상황과는 차원이 다른 복합문화공간 Jazzy M.A.S(Multi Art Space). 이곳이 더욱 주목을 받는 이유는 이 공간이야말로 복합문화공간의 장점을 극대화시킨 곳이기 때문이다.

신사동 가로수길에 위치한 Jazzy M.A.S는 창작자와 감상자의 거리가 ‘0’으로 수렴되는 장소다. 단순히 창작의 결과물을 전시하는 것이 아닌 작업실 개념의 스튜디오를 제공하고 있어, 카페를 찾은 손님이나 전시를 보는 관람객이 몇 발자국을 걸어가 작가의 작업과정을 구경하고,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 현대예술에서 거창하게 논의되곤 하는 ‘소통’이 이 아담한 공간에서는 손쉽고 자연스럽게 이루어지는 것이다.
예술작품의 아우라를 확장시키는 권위의 상징인 미술관의 흰 벽도 이곳에서는 무용지물이다. 대신 작업 겸 전시공간에서 벽을 구성하는 것은 누군가의 붓질을 기다리듯 콘크리트의 맨살을 드러낸 노출콘크리트로 된 내벽과 공간을 자유자재로 구성할 수 있게 배려한 이동식 파티션이다.

작업 및 전시공간으로 구획된 이 공간은 크게는 1개의 공간이지만, 10개의 공간으로도 나눌 수 있다. 움직이는 파티션으로 공간을 조정하여 매번 새로운 공간 디자인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 가변적인 공간 구획은 자신이 할당된 공간 안에서 전시공간과 작업공간을 연결하여 효과적으로 구성할 수도 있고, 또 동시에 다른 공간에서 작업하는 작가들과도 만날 수 있다. 예술가-감상자의 소통뿐만 아니라 예술가-예술가의 커뮤니케이션을 덤으로 즐길 수 있는 셈이다.

어떤 작가의 어떤 작품으로 꾸며질지 매번 기대가 되는 작업 및 전시공간이 주인을 기다리는 회색빛이라면, 이와 바로 마주하고 있는 카페와 바 공간은 손님을 기다리는 컬러풀한 공간으로 대비된다. 전시장의 조도를 닮은 조명빛에 반사되는 빨강, 노랑, 파랑, 검정, 흰색의 테이블과 의자는 그 자체로도 카페로서 충분히 기능하고 있음을 증명한다.

Jazzy M.A.S의 ‘멀티함’은 이제 시작이다. 한쪽으로는 작업 및 전시공간에서 벌어지는 일을 바로 볼 수 있는 벽면에는 이곳을 다녀갔을 누군가의 벽화가 그려져 있고, 그 옆에는 노래를 부르거나 음악 공연이 가능한 음향시스템이, 그리고 정면의 스크린을 통해서는 빔프로젝터 등의 영상시스템으로 각종 미디어를 감상할 수 있다. 일주일에 한 번 DVD 상영회가 시작될 때면, 카페의 다른 한 쪽에 쿠션이 놓인 나무의자에 살짝 걸터앉으면 극장도 부럽지 않을 것 같다.

이 공간들이 자유롭고 혹은 즐거운 ‘멀티아트스페이스’로서 목적에 충실하고 있는 동안 카페 앞쪽 공간과 바에서 고개를 돌리면 창 밖으로 보이는 테라스에서는 편안한 휴식공간이 존재한다. 지하 2층인 이곳에서 지상 1층 바닥까지 이어진 높은 천장이 돋보이며 클래식한 가구와 앤티크 소품들로 어우러져 있다.
특히나 천장은 유리 소재로 마감되어 따사로운 햇빛이건 파란 하늘이건 촉촉한 빗물이건 날씨에 따라 바뀌는 자연이라는 작품을 감상하는 장소가 된다. 천장을 바라봤던 시선을 다시 눈높이로 돌리고 나니, 회색빛 벽면에 그려진 그림이 다시 한번 Jazzy M.A.S의 정체성을 상기시킨다.

작업실과 전시공간, 벽화의 공간은 최소 1일(24시간)부터 저렴한 비용을 내고 대여하는 형식으로 이루어지는데, 작업공간이나 전시공간을 대여할 때 특별한 기준이 없기 때문에, 꼭 전문가나 예술가가 아니더라도 미술작업에 대해 꿈을 꾸었던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이용할 수 있다. 창작자가 감상자가 되고 감상자가 창작가가 될 수 있는 공간. 앞서 예술과 대중과의 거리가 0이 되는 곳이라고 표현했던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Jazzy M.A.S를 이용하는 사람들에 따라 이곳은 매일매일 다른 작품과 다른 벽화를 입고 예술가를, 관람자를, 사람들을 맞이할 것이다. 아마 시간이 훌쩍 지날 때쯤 우리나라 인디예술의 역사가 이곳 작업실의, 전시장의, 벽면의 역사가 되지 않을는지.
지난해 12월 15일 패션쇼와 밴드 공연 등으로 화려하게 문을 열고 첫발을 내디딘 Jazzy M.A.S. 표현, 감상, 예술, 오락, 소통, 자유, 꿈, 열정. Jazzy M.A.S는 이렇게 서로 다른 뜻을 가진 단어들이 하나로 모일 수 있는 공간이다.

문의_ 02-3445-80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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