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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토일에만 만나요 - 문구점 oval

2009-01-06


홍익대학교 정문 앞, 미술학원으로 빼곡한 동네 어딘가, 금요일과 토요일 그리고 일요일에만 문을 여는 가게가 있다. 하얀색 3층짜리 건물 1층에 자리잡은 그곳의 이름은, 타원형을 뜻하는 ‘oval’. 세계 각지에서 공수한 특별한 디자인 문구와 잡화로 가득한 문구점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oval은 특히 디자이너들의 각별한 애정을 얻을만한 곳이다.

에디터 | 이상현(shlee@jungle.co.kr)


찾아오게 만드는 가게

홍익대학교 정문에서 신촌방향으로 걷다 보면, 쌈지 매장과 편의점 사이에 난 언덕길에 비스듬히 위치한 3층짜리 하얀색 건물을 한번쯤 목격한 적이 있을 것이다. 꽤나 예쁘장한 이 건물의 용도가 궁금했던 사람들도 적지 않았을 터. 카페나 술집이면 좋겠다 싶은 이곳은 사실 디자인팀 ‘빌리브라운’의 작업실 겸 사무실이다. 지난해 6월 특집기사를 통해 작업실 1층에 특별한 숍을 오픈할 예정이라고 공언했던 이들은 꼬박 6개월여 만인 지난 11월 1일, 문구점 ‘oval’을 공개했다. 그러나 얼마 후 오픈 소식을 듣고 찾았던 에디터는 ‘허탕’을 쳐야만 했다. 나무 문에 붙어있는 포스터에는 ‘Open : Friday ~ Sunday’라고 써있을 뿐.

주말에만 문을 여는 특별한 운영 방식에 대해 디렉팅을 맡고 있는 김수랑이 설명한다. “각자 하는 일이 있기 때문에 일주일 내내 숍을 운영하기란 여건상 어려웠어요. 부득이한 사정 때문에 주말에만 문을 여는 숍을 구상하게 됐지만, 한편으로는 합리적인 운영방식이기도 하며, 그 자체로도 재미있는 숍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렇게 ‘찾아오게 만드는 가게’가 컨셉트 아닌 컨셉트가 된 셈. 이는 물건을 바잉하러 들렀던 해외 숍들의 운영방식에서도 힌트를 얻었다. “저희와 마찬가지로 주말에만 문을 열거나, 아니면 공지를 통해 몇날 몇시에 오픈한다고 알려서 그날만 찾아올 수 있게 한다거나, 전화 예약 후 방문만 가능한 등 의외의 방식으로 운영을 하고 있더라고요. 불친절할 수도 있지만 그 시간만큼은 숍을 찾아오는 분들에게 최선을 다할 수 있다는 점이 고무적이었어요.”


'모나미스러운' 문구를 찾아서

김수랑은 3년 전부터 특별한 문구점을 구상했고, 그간 꾸준히 빌리브라운의 친구 목영교와 함께 해외 각지를 돌아다니며 색다른 문구와 잡화를 수소문했다. 팔릴 만한 물건보다는, 스스로 쓰고 싶은 문구를 찾아 다녔다. 온라인을 통해 물 건너오는 제품도 많지만, 여행지에서 직접 발품을 팔아가며 보물 찾듯 건진 제품도 적지 않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제품마다 소소한 이야기가 고스란히 담기게 됐다. 물건을 파는 분도 그 용도를 몰랐던 지류 제품을 폰트와 색감이 예쁘다는 이유로 구입하거나 몇 일 후 폐점을 한다는 '황학동스러운' 일본 잡화점에서 구입한 독특한 디자인의 110V 콘센트 키 홀더 등 뜻밖의 수확 품들이 바로 그 예. 이러한 과정을 통해 이곳 oval에는 미국과 일본, 북유럽 등지에서 공수한 평범한 듯 특별한 디자인의 문구와 잡화로 가득하다.

“너무 귀엽거나 예쁜 것과는 거리가 멀어요. 정제된 디자인의 문구, 어디에 놓아도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는 잡화, 여백이 느껴지는 제품을 찾아 다녔지요. 한마디로 ‘모나미스러운 문구’라고 할까요.” 그저 네모난, 그저 동그란, 그저 세모난 형태. 그저 빨간, 그저 파란, 그저 검고 흰 색깔. 그저 쓰기 편한 사이즈와 그저 덩그러니 놓아두면 좋을 빈티지 등 oval이 취급하는 제품의 특징은 심플하면서 모던한, ‘강단’이 느껴지는 디자인인 것. 이는 유독 도형에 각별한 애정이 있는 김수랑의 평소 디자인 스타일, 오랜 취향과도 관련이 깊다. 오죽하면 브랜드의 이름이 oval(타원형)일까. 앞으로 그녀는 이러한 oval만의 느낌을 담은 자체 생산품을 차례로, 그리고 꾸준히 소개할 예정이기도 하다. 현재는 90% 이상 바잉 제품으로 채워져 있지만 자체 생산품을 50%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다. 먼저 1월 중에 노트가 출시된다.


이제 오픈한 지 2개월 여, 고객 반응은 어떨까. 과연 ‘찾아오는’ 손님들이 생겨났을까. “선배들의 말이 1년은 해봐야 한다고 하더라고요. 지금까지의 스코어는 어느 정도 예상했던 수준이에요. 어느새 여러 번 찾아주시는 분들도 계시고요.” 장사로 돈을 벌어보겠다는 생각 보다는, 단지 빌리브라운의 안목과 취향과 느낌을 공유하는 사람들과의 소통의 통로쯤으로 생각하고 있는 듯하다. 실제로 oval을 통해 만난 클라이언트가 있다고 하니, 앞으로 oval을 통해 만들어갈 사연이 사뭇 기대된다. “물건을 구입하러 해외의 이곳 저곳을 돌아다니면서 뜻밖의 장소를 만나는 즐거움이 가장 컸던 것 같아요. oval 역시 홍대 앞의 그런 즐거움의 장소가 되었으면 해요.” 홍익대학교 정문에서 신촌방향으로 미술학원으로 빽빽한 길가를 두리번거려보자. 그리고 언덕 위에 비스듬하게 세워진 3층짜리 흰색 건물이 보이면 다가가 문을 열어보자. 인사할 타이밍을 놓쳐 머뭇거리는 수줍은 주인장과 깜짝 놀라게 멋진 디자인 문구와 잡화가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단 금요일과 토요일, 그리고 일요일에만.

oval
서울시 마포구 창전동 436-24 1층
02 323 1981
oval@shop-ov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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