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10-13
도시를 감싸는 여유로운 흐름
도시를 구성하는 다채로운 건축의 형태는 건축가와 디자이너의 창의성을 머금고 자라난다. 번뜩이는 영감과 이를 뒷받침하는 체계적인 프로세스를 통해 구현된 건물은 세상을 향해 내뱉는 건축가의 솔직 담백한 건축언어인 것이다. 건축물의 공간 곳곳을 사용자의 용도에 맞게 재구성하는 리노베이션 또한 공간디자이너의 재치 있는 아이디어에서 비롯된다. 낡고 쓸모없는 것을 알맞게 제거하고 적재적소에 맞는 공간해석과 물성, 색채, 설비 등의 요소를 가미함으로써 밋밋한 건축물은 전혀 색다른 공간으로 탈바꿈한다. 그 속에는 공간을 통해 고객과 자유롭게 소통하려는 디자이너의 실천의지가 내재되어 있다는 점에서 공간 커뮤니케이션으로 해석된다. 공간의 용도별 구성인자 중 대중의 소비를 머금고 생성과 소멸을 반복하는 상업공간 역시 인문학적 상상력과 소비구조, 소통의 관점에서 파악할 수 있게 된다. 도시를 구성하는 빛깔은 내부공간의 표정을 통해 더욱 빛난다. 겉으로 풍겨지는 외관이 도시의 랜드마크와 콘텍스트를 가늠하는 장치라면, 공간 속에 반영된 디자인은 사람의 심성처럼 부드러움과 강인함, 따뜻함 등의 심미적 속성을 드러내게 된다. 그것은 흡사 매력적인 겉모습에 이끌리는 첫인상이 만남을 통해 더욱 짙어져가는 속내를 알 수 있듯이 진한 커뮤니케이션의 관계성을 표출하고 있는 셈이다. 빠름이라는 속도감과 함께 전해오는 높다란 건물들, 날렵하고 세련된 모습으로 우리의 시선을 요란하게 만드는 센트럴시티. 그 한 켠에 독립적인 건물군으로 자리한 바이킹스 메종은 사뭇 무덤덤하지만 담백한 표정으로 다가온다. 재료가 가지는 순수한 물성은 촘촘한 알갱이로 뭉쳐지고 덧대어지면서 상업공간의 존재감을 조용히 감싸고 있다. 마치 어린 시절 벽면에 금 긋기를 하듯 장난기를 발동시키는 선의 흐름은 일직선을 내달리며 어느새 벽면 전체를 가득 채우고 있다. 현대적인 건축물로 구성된 외부 마사토 벽면은 흡사 지친 도시의 흔적을 조심스레 누그러뜨리기라도 하는 듯 차분한 물성을 토해낸다. 마치 그것은 오랜 세월을 머금고 적층된 괘적을 통해 그 속에 담겨진 느림의 언어를 슬그머니 끄집어냄으로써 삭막한 도시에 여유로운 흐름을 만들고자 한다.
공간의 표정과 심미적 속성
바이킹스 메종은 공간의 건강성을 통해 그곳에 담겨지게 되는 다양한 표정과 심미적 속성을 아우르고 있다. 시푸드와 한식을 접목시킨 ‘Prestige Korean seafood dinning’을 전면에 표방하면서 ‘자연 속에 지은 집처럼 따뜻하고 가족 같은 집’을 주요 공간개념으로 적용하고 있는 것이다. 음식을 통해 고객들과 건강한 만남을 이루고자하는 건축주의 의도를 효과적으로 담아낼 디자인은 무엇이었을까. 이에 디자이너는 자연 속에서 도출해낸 개울과 길, 흙과 나무를 소재로 정서적 편안함을 유도하는 ‘도심 속에 깃든 자연’이라는 공간언어를 디자인의 전개과정에서 제시하고 있다. 이러한 자연주의는 디자이너가 지속적으로 추구해온 디자인으로 아낌없이 주고 따뜻하게 포용하는 자연의 순수성을 통해 공간의 치유 능력을 보여주고자 한 것을 알 수 있다. 전체적인 공간 구성은 건축주의 요구에 따라 강산에의 디자인과 같은 방식으로 출발한다. 공간 중앙을 가로지르는 커다란 개울 축을 중심으로 10개의 실들이 정겹게 마주하고 있다. 런던, 파리, 도쿄, 시드니, 베이징 등 세계의 이름난 도시로 명명된 저마다의 룸들은 루의 형태로 계획되어 있고 창과 틈새로 개울의 경치가 자연스럽게 조망된다. 그것은 일반적인 식공간에서 보이는 인위적인 자연보다 더욱 진솔한 자연주의에 접근한 것으로 시각과 청각의 경쾌한 자극을 통해 얻어진 공간언어와 소통하고자 하는 디자이너의 의지를 읽을 수 있게 된다. 입구에서 ㄱ자로 꺾어진 진입로는 인포메이션 홀을 지나 다시 휘어 돌아가면서 꺾어지고 이어지는 동선의 흐름을 보여준다. 이를 통해 안쪽 공간의 고유성은 더욱 호기심 있게 다가오고 길을 거니는 듯한 기다란 복도를 통해 미로처럼 룸의 공간으로 이어진다. 마치 전통마을의 골목길을 연상하듯 오밀조밀하고 불규칙하게 구획된 길은 흙벽과 목재로 구성된 벽을 통해 정감 있게 다가온다. 길에서 마주치는 담장과 나무, 개울, 다리, 돌들의 다채로운 자연의 풍경들은 너무나도 정겨운 우리네 마을의 순수한 옛 정서를 닮아있다. 홀과 복도, 복도와 다리, 복도로 이어지는 전체적인 공간은 바닥과 천장의 높낮이를 서로 달리하면서 리듬감을 부여하고 있다.
의도되지 않은 거칠고 투박한 공간미
나무의 넉넉한 마음을 공간에 담고자 한 것일까. 아니면 나무로 구성된 공간에 묻혀 사는 도시인들의 자연주의를 담고자 한 것일까. 바이킹스 메종의 공간 곳곳은 온통 나무와 흙의 향기로 가득 차 있다. 온갖 시련을 이겨내고 고단한 세월의 흔적을 몸으로 체험한 나무의 솔직 담백한 피부, 무심과 무욕으로 빚어낸 막사발의 투박스럽고 꾸밈없는 아름다움을 유추해낸 마사토(흙) 벽면의 소박한 질감은 그 자체가 세월의 흔적을 머금고 진한 감수성을 토해내는 자연언어인 셈이다. 이러한 꾸밈없는 재료의 질감은 온화한 빛과 만나면서 더욱 생기있는 표정을 드리운다. 출입구홀 한쪽에 마주한 화장실 역시 나무의 싱그러움을 듬뿍 담아낸 공간으로 다가온다. 식공간 성격상 감추고 싶은 화장실이지만 인포메이션 홀을 향해 그대로 열려있는 파격성을 보여준다. 사랑채 문처럼 활짝 고재 대문을 열어젖히고 투명한 유리월을 통해 내부공간을 그대로 보여주는 세면대는 흡사 목재 오브제를 전시한 멋스러운 전시공간을 연상케 한다. 남녀 세면실이 나란히 양쪽에 배열되고 그 움직임은 출입구홀로 들어서는 고객들에게 유쾌한 모습으로 포착된다. 고재와 각재를 접목한 목재의 다양한 실험성과 철재와 목재의 결합을 통한 섬세한 디테일적 접근 방식 또한 바이킹스 메종의 공간을 돋보이게 하는 장치이다. 석재와 목재의 결합을 보여주는 인포메이션 데스크, 고재의 다양한 벽면 패턴 방식, 소음을 차단하는 목재 루버, 거울, 유리, 선반, 장식장 등으로 확대된 목재의 신선한 접근을 통해 계속적으로 진보하려는 디자이너의 면모를 과감히 보여주고 있다. 이처럼 바이킹스 메종은 정교하게 다듬어진 균형미와 정제미를 거스르고 있으며, 거칠고 투박스럽게 의도되지 않은 공간미를 연출하고 있다. 개울을 따라 어긋나게 구획된 평면과 랜덤하게 배치된 실들의 조합은 자연을 읽어가돼 자연 속에 담긴 꾸밈없는 순수성을 배우려는 듯하다. 억지로 포장하여 반듯하게 만들기보다 자연그대로의 솔직함을 원했던 디자이너이기에 그가 보여주고자 한 공간언어는 오히려 도식화된 현대사회에 신선함을 부여하는 질박한 디자인으로 다가온다.
취재ㅣ김용삼 편집장• 안정원, 사진ㅣ최정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