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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에게나 열린 지하철 문화공간 1

2009-11-30


매캐한 지하공기, ‘지옥철’이라는 악명으로 우리의 머릿속에 어두운 이미지로 각인된 지하철. 지하라는 음습한 느낌과 ‘열차’라는 기계적인 인식이 뒤섞여 나타난 결과쯤으로 해석할 수 있을까. 하지만 이런 부정적인 이미지를 탈피하고 새로운 이미지를 구축하려는 시도가 일어나고 있다. 도시의 어두운 지하가 아니라, ‘지하의 문화도시’로의 긍정적인 변신을 꾀하고 있는 것. 바쁜 일정 때문에 정신없이 지나치기 일쑤지만, 조금만 관심을 기울인다면 문화의 공간으로 변모한 지하철 역사를 만날 수 있다. 이제 지하철 역사를 이용할 때면 잠시 주변을 둘러보자. 분명, 지옥철이라 생각했던 지하철역에서 일상의 지루함을 잊은 즐거운 순간을 마주할 수 있을 테니까.

에디터 | 이영진(yjlee@jungle.co.kr)
자료제공 | 녹사평역 홍보실, 메트로 미술관

지하 4층에서 지상 5층으로 이루어진 녹사평역의 외부 유리돔은 랜드마크이다. 지나다니는 사람들의 눈길을 끄는 조형물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하고 있기 때문. 지상에서 지하로 들어가는 엘리베이터는 유리박스로 설계되어, 도시의 풍경을 접할 수 있다. 유리돔 아래에는 여느 역사처럼 벽 쪽을 따라 만들어진 것이 아닌, 공간의 중앙에 배치된 에스컬레이터 덕에 자연스럽게 시간의 지층을 통과하는 기분으로 내부에 들어설 수 있다. 녹사평역에서만 볼 수 있는 계단과 에스컬레이터의 배치는 흡사 영화 해리포터의 마법사의 돌에서 움직이는 계단을 연상케 한다.


기존의 역사는 어둠과 중압감을 줄이고자, 형광등을 사용했지만 지하라는 무거운 공간의 이미지를 쉽게 탈피할 수 없었다. 반면, 녹사평역의 ‘빛의 향연’이라는 주제로 건설된 내부는 높이 12m의 유리돔을 통해 지하 4층 대합실까지 자연광을 끌어들인다. 자연광을 지하 속 깊이 끌어들여 지하 공간의 어두운 특성을 역으로 이용하여 신비로운 분위기를 자아낸 것. 이 신비로운 빛의 향연 속 지하 1, 2, 4층에서는 전시회가 한창이다. 여기에서는 한 해를 단위로 새로운 전시회가 열린다. 건설 당시에 지하철 11호선과의 연계를 고려하여 건설되었으나 계획이 백지화되어 유휴공간이 된 지하 4층은 현재 녹사평 발명테마관으로 탈바꿈하여 전시관과 세미나실이 들어서 있다.
서울 지하철 5~8호선 가운데서 가장 많은 건설 비용이 들어갔다는 녹사평 역사는 캐노피, 개찰구, 표지판 하나까지 심미성이 고려되었다. 일반 역사와는 다른 이런 독특한 구조와 디자인 덕분에 말아톤, 천국의 계단 등 많은 드라마와 영화가 촬영되기도 했고 예전에는 무료 결혼식장으로도 활용된 바 있다.

지하철 3호선 개통과 함께 지난 20년간 경복궁을 중심으로 한 문화예술지역의 초입에서 대중적인 문화공간을 마련하고자 했다. 경복궁역은 이런 서울메트로의 사업이 집중된 곳이라 할 수 있다. 1985년에 우수 건축물로 선정된 바 있는 지하철 3호선 경복궁역의 지하 1층에 위치한 메트로 미술관은 건축가 김수근이 설계한 곳으로도 알려져 있다. 화강석의 수려함과 아치형의 웅장함을 겸비한 메트로 미술관은 역사 자체의 환경이 쾌적하고 교통여건이 편리하기 때문에 전시관 입지 여건 및 효과가 타 전시관에 비해 월등하다. 서울 시내에서 소규모의 비용을 들여 예술 작품을 전시할 수 있는 공간이 그리 많지 않은 현실을 감안 할 때 경복궁역 내 메트로 미술관은 시민들이 부담 없이 전시작품을 만날 수 있는 최적의 장소라 할 수 있다. 834평 규모의 공간인 이곳은 가로 4m, 세로 2m 크기의 42개 전시 면적을 갖추고 있으며, 연중무휴로 작품을 둘러볼 수 있다.

특히 최근에는 3차례의 리모델링을 통해 안내데스크, 전시조명시설, LED 전광판 등을 설치하여 미술관의 품격이 높아졌다는 평이다. 또한 2008년부터는 이곳에서 전국규모의 서울메트로 전국미술대전을 개최함으로써 미술애호가들과 시민들의 문화 참여의 기회를 제공함과 동시에 공공미술관으로써 위상이 높아지고 있다. 공공미술관으로서 공공성과 대중성의 결합을 통하여 문화생산성을 높이고 시민에게 휴식과 사색의 재충전 공간으로 거듭난 것. 경복궁역의 메트로 미술관은 시민 누구나 접근이 편리하고 무료로 이용할 수 있어, 누구에게나 열린 문화공간이라 할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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