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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이스 | 리뷰

색채와 물성의 감성적 커뮤니케이션

2005-09-30

바쁜 도시일상에서 무료함을 달래려 잠시간의 일탈과 끊임없이 이동방식을 보이는 현대인들.
회색빛으로 넘쳐나는 도시의 매캐한 빌딩 숲 속에서 일련의 노매드한 삶을 갈구하는 도시민은 무언가 색다른 공간을 필요로 한다.
어디론가 떠나 잠시간의 머무름을 통해 얻어지는 기분 전환식의 유희, 그 속에서 자신의 삶과 환경을 주체화시키고 능동적으로 변화시킨다는 차원에서 색연필의 공간은 그 시작을 알린다.

끊임없이 자유롭고도 창의적임을 탐미하려는 듯 디자이너는 색채와 물성의 흔적남기기를 통해 공간과의 커뮤니케이션을 시도한다. 색채의 마술과도 같은 매력적이면서도 끈끈한 개념들을 인간의 감정과 긴밀하게 연관시켜 공간에 도입하고자 한 것이다.
흡사 혼탁한 세상에 맑은 기운을 던져주려는 듯 색연필의 공간은 그 출발부터 여느 엔터테인먼트 공간과 차별화를 추구하고 있다. 다소 적용하기에는 오해소지가 있을 수도 있지만 제목부터 유년시절 동심어린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듯 편안하고 감성적인 느낌으로 다가온다.

날렵한 직방형 매스의 파사드를 외부에서 가볍게 인지하면 지하 깊숙이 빠져들 듯 인입되는 진입부의 표정이 호기심 어리게 다가온다. 두터운 박스형으로 돌출된 입면체는 좁고 열악한 공간적 제약에 강인한 인상을 드리우고 둥글게 원형으로 뚫려진 벽면의 장난스러움이 동심어린 표정을 부여하고 있다. 밝고 화사한 컬러를 통해 이곳이 또 다른 노매드의 공간임을 의미하듯 휴식과 환희의 그린 톤과 붉은 기운이 심리상태를 한껏 고조시킨다.
색의 대비와 색채의 심리효과를 통해 진입하면서 강렬함을 선사해 주고 있는 셈이다.
화이트와 블랙 톤을 배경으로 한 강렬한 붉은색 포인트로 마감한 좁고 기다란 진입로는 수직적 채색 띠의 반복을 통해 상승하는 이미지를 유발시킨다. 그로 인해 야기되는 깊이감은 자연스럽게 동선을 안쪽으로 이끌고 맞은편 시선이 만나는 지점에서는 면의 확장감이 한껏 고조된다.
내부공간으로의 진입은 이 레드풍의 수직적 이미지월을 우회하여 들어서게 된다.
전체적인 공간구성은 진입부와 룸, 개방형 홀로 나누어지고, 기존의 어둡고 칙칙한 지하공간은 밝고 청량감이 넘치는 공간으로 탈바꿈한다. 그린계열의 차분함 속에 강렬함이 표현되었다고나 할까.

전체적으로 표현된 공간색 또한 크리미 파스텔톤에 백색과 핑크, 자주와 그린의 여느 유희 공간에서 쉽게 접할 수 없는 원색과 물성의 흔적이 넘쳐난다. 기본적으로 미니멀의 속성을 통해 단순하면서도 긴장감 있는 공간의 틀을 짜고 면이 흐르는 곳곳에 여성스러운 크리미 파스텔톤과 남성스런 소재를 통한 비비드 컬러를 사용한 것이다.

디자이너는 부드러운 색감으로 감미로운 연주를 하듯 공간에 경쾌함을 반영한다. 복도면은 빨려 들어가는 듯한 동선의 날렵함을 화사한 색채로 엮어내고, 이와 연계되는 룸의 공간을 색채보다는 물성적 흔적을 던져줌으로써 차별화시키고 있다.
여기서 디자이너의 창의성은 색보다는 물성의 흔적으로 남겨진다. 이로 인해 평면을 빼곡히 들어찬 몇 평 안 되는 저마다의 룸 공간들은 공간적 한계 틀을 벗어나게 되고, 잠시간의 머무름은 환희와 유희를 동반한 다양한 이야기 거리를 북돋아준다.
꽃과 나무 결, 돌조각의 향기, 꿈틀거리는 듯한 물성의 흔적과 파동의 일렁임, 남성적으로 강렬한 선과 부드럽게 표면을 감싸는 여성스러운 질감, 순수한 바탕 색채에 불쑥 던져지는 대담하고 화려한 원색의 충격 등으로 좁은 듯한 룸의 공간은 독립적으로 고유한 색깔을 만들어가고 있다.
정해진 면은 면 자체로 물성석 색채를 뿜어내고 은은한 조명과 만나면서 더욱 생기를 부여하게 된 셈이다. 인포메이션과 직접 연결되는 홀은 개방적인 공간으로 스테이지를 머금고 있으며, 바닥에 간접조명을 통해 차분한 분위기를 유도하고 안쪽으로의 동선을 이어준다.
이렇듯 색연필의 공간은 밝은 가운데 어두움이 차분하게 공간을 적시고 어두운 가운데 불현듯 나타나는 밝은 색채가 더욱 시선과 감성을 자극한다. 결국 색채와 물성을 통해 지하공간은 더욱 활력 넘치는 공간으로 탈바꿈하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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