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10-27
고수련 한의원은 전체적으로 자중감을 갖춘 공간이라고 할 수 있다. 젊은 한의사들이 모인 곳이어서 의도적인 장치로 공간에 무게감을 주었다고 하는데, 그 효과는 확실하게 느껴진다. 대리석은 다양한 과정을 거쳐서 물성 그대로의 것을 드러내어 고수련의 공간을 메우고 있다. 공간을 디자인한 김백선은 진료 이전에 공간을 접할 때, 숙연함이 느껴지도록 의도적인 계획 아래 진행했다고 한다. 진료를 받기 이전에 외부와의 관계를 정리하고 심리적으로 진료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하는 의도적인 장치물인 셈이다.
처음 공간에서 느꼈던 ‘무겁다’라는 느낌은 의도 그대로를 적중한 반응이었다고 볼 수 있다. 무겁다라는 이미지 다음으로는 사용된 재료의 물성이 강하게 느껴지는 것이었다. 김백선은 물성은 그 자체로 에너지 즉, 기가 있다고 말한다. 물성은 에너지를 발산하는 또 하나의 장치인 것이다. 손을 많이 탄 마감재보다는 생명력과 사실적인 느낌이 그대로 드러나고, 고유의 맛이 느껴지는 것을 의도했다. 고수련 한의원에 처음 들어가게 되면 처음 맞닥뜨리게 되는 것은 대기 공간이다. 무겁거나 물성이 그대로 느껴진다는 것 이외에도 또 한가지 눈에 띄는 점이 있다. 대기실 자체가 모가 나있는 공간이다. 장방형의 공간이 아니라 사선으로 세 방향이 각기 축을 달리하고 있다. 디자이너는 이를 거부하지 않았다.
있는 그대로의 것을 활용하여 대기실을 안정적이면서도 극적인 공간으로 구성하였다. 대기실에서 또 하나 눈에 드러나는 것은, 곳곳에 놓여진 전통적인 느낌의 가구들이다. 그 가구들은 사방탁자라고 하는 전통적인 우리네의 가구라고 한다. 소담스럽고 멋스러운 가구로 전체적인 공간에 차분함과 소소한 재미를 더한다. 이러한 세심한 가구와 소품들은 보는이로 하여금 시간성과 함축성을 느끼도록 하는 장치이기도 하다.
이러한 시간성과 함축성을 느낄 수 있는 부분은 가구에서 더 확장된다. 대기실에서 각 치료실과 원장실 그리고 다른 여러 방들을 이어주는 복도는 전통적인 주거형태의 담을 형상화 했다고 한다. 공간 내부에 사용되는 마감재 치고는 거칠게 사용되었다. 이는 실내공간이기는 하지만 외부의 담과 같은 느낌이 들도록 구성된 것이다. 하지만 이는 심상적인 느낌을 많이 차지한다. 그는 이것을 시각적으로 보이는 범위 안에서 문이 직접적으로 보이지 않도록 하는 세심한 디자인을 보였다. 전체적으로 공간은 돌로 이루어진 패턴화된 공간처럼 보이기도 한다. 각각 사용된 돌은 각 위치에 따라 정해진 패턴을 가지고 질서를 이루고 있다. 이 또한 의도된 디자인 요소로 다양한 각도에서 이를 설명할 수 있겠지만 그는 전통적인 모티브에서 차용했다고 한다.
백선디자인의 김백선 소장은 고수련 한의원에서 무게감있는 전통적인 패턴을 선보였다. 있는 그대로의 물성을 전통적인 배치를 유지하면서 그 동안 해왔던 것들을 ‘그대로 놓여짐’을 통한 소통을 바란다.
취재 김민혜 기자 arcmoon@maruid.co.kr
사진 김재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