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12-23
패션업계만큼이나 트렌드에 민감한 분야가 또 있을까. 매 시즌 형형색색의 신제품을 내놓는 그들이지만 브랜드가 지닌 분명한 가치관은 일관성을 유지한다. 개성으로 대변되는 이러한 가치야 말로 브랜드가 지니는 힘의 원천이라 할 수 있겠다. 여타의 매장에 비해 패션 쇼룸은 그래서 더 흥미롭다. 인테리어 디자이너는 우선 이러한 브랜드의 가치관을 분명히 파악하여 여러 시즌을 소화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야 한다.
'아르마니'는 딱 떨어지는 그 디자인만큼 단정한 모노톤의 공간을 선보이며, ‘돌체&가바나’의 개성 넘치는 쇼룸은 의상의 컨셉과 맞물려 풍부한 볼거리를 제공한다. ‘알렉산더 맥퀸’은 브랜드에 대한 강렬한 인상을 주는 오브제를 공간의 전면에 배치하는 수법을 사용했다. 때로는 공간 자신보다는 제품을 강조할 수 있는 절제된 수법을 구사해야 하며, 더 나아가 브랜드가 지향하는 가치나 기업의 경영방향을 공간 안에 풀어놓는 것 또한 인테리어 디자이너의 역할일 수 있다. 쇼룸은 ‘판매’를 비롯한 '홍보'의 목적을 띠는 공간으로 그 공간 자체의 이슈화가 브랜드에겐 중요한 요소가 되기도 하는데, ‘이동 가능한 쇼룸’의 등장은 소비자의 호기심을 유발하고 브랜드의 인지도 상승과 직접적인 매출로까지 연결되는 긍정적인 효과를 주기도 한다.
알렉산더 맥퀸 플래그십 스토어 / LA
디자인 : 펜타그램 아키텍츠
펜타그램의 윌리암 러셀은 7년이라는 기간에 걸쳐 런던, 도쿄, 밀라노, 뉴욕, 로스앤젤레스, 라스베이거스 등의 도시에서
<알렉산더 맥퀸의 플래그십 점포>
여섯 곳을 디자인했다. 다섯 곳은 인테리어 작업이었고, 로스앤젤레스에서는 건축물까지 설계할 수 있었다. 모두 이 패션 디자이너의 의복과 캣워크 쇼 등 극장 같은 특성을 지니고 있으면서 손님들을 형체가 없는 듯한 유기적 형태의 세계로 이끌고 들어간다. 인테리어 디자인은 벽면, 바닥, 천장이 서로 흘러들어가는 한편 벽토와 알루미늄 판을 사용하여 바위에서 깎아내 형태를 만든 듯한 착시를 일으킨다. 아래의 천장이 위층 바닥 위로 올라와 난간을 만든다. 시설물은 종유석처럼 천장에 매달려 있다. 기둥이 깎여나가 선반을 만들면서 서로 다른 여러 요소 사이의 경계가 모호해진다. 테라초 ‘카펫’으로부터 진주빛 자개 조각이 젖은 모래의 자연색으로 반짝거린다. 유기적이라는 주제는 새로 지은 로스앤젤레스 점에서 곡선의 백색 치장벽토와 유리 전면, 그리고 풍부하게 식재하여 조용한 분위기를 풍기는 후면으로 나타난다. 그리고 로버트 브리스 뮤어의 커다란 조각 작품이 설치돼 있다. ‘아메리카의 천사’라는 제목이 붙은 이 작품은 입구 위 천창 안에 매달려 있으면서 두 발과 다리로 방문객을 맞이한다. 머리와 어깨가 점포 밖으로 나와 있기 때문에 공중으로 떠오르고 있는 것 같아 보인다.
글 : 펜타그램아키텍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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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키 2 / 스웨덴
디자인 : 일렉트릭 드림스 AB
'몽키월드’는 버려진 기름과 철의 도시에서 태어나 이중적 성격을 지니고 있는 검은색 작은 생물이 살아가는 세상에 대한 이야기이다. 몽키는 귀엽고 붙임성이 좋지만 사악하고 거짓된 성격이기도 하다. 이들의 세계는 이들 자신만큼이나 놀랍고 애매모호한 장소로 이루어져 있다. 마술적이기도 하고 소름이 끼치기도 하며, 놀라우리만치 아름답기도 하고 구역질이 날 정도로 추하기도 하다. 이들의 이야기는 거머리, 나비 떼, 터빈 꽃, 활 나무, 신비한 약품 등이 등장하는 이상한 모험이 마구 뒤범벅되어 있다.
<몽키>
에서는 여러 개의 인테리어 개념이 동시에 진행된다.
<몽키>
를 위해 고안된 전혀 새로운 개념인 ‘기름과 철의 도시’는 화학 잔존물, 고층건물의 부서진 조각, 거대한 구슬로 만들어진 목걸이 등이 가득한 초현실적 세계다. 바닥은 검은색 광택 플로크리트인데 마치 젖은 네온빛 아스팔트 같다. 벽 내부는 여러 가지 스케일의 부서진 고층건물 조각으로 이루어진 추상적 콜라주 도시이다. 벽면은 완전히 거울로 마감되어 고층건물이 공중에 수평, 수직으로 떠 있는 것 같은 착시를 만들어내는 동시에 옷을 거는 선반, 액세서리 진열장, 구두 진열대 역할을 한다. 작은 액세서리는 7cm 크기의 퍼스펙스 공에 넣어 판매한다. 독성 화학 잔존물이 고인 웅덩이로부터 색색의 싹이 돋아 올라 제품 진열대를 만든다. 검은 천장은 끝이 없어 보인다. 어마어마한 크기의 퍼스펙스 목걸이가 빛을 뿜으며 온 천장에 퍼져 있다. 목걸이는 바닥으로 떨어지는 지점에서 좌석과 제품 진열대와 조명등을 만든다. 금빛 테이블 시스템 역시 거대한 이동식 목걸이인데 컨베이어 벨트에 착안했다. 테이블은 기다랗게 굽은 목걸이 모양으로 배치할 수도 있지만 여러 가지 다른 방식으로도 배치할 수 있다. 여러 색깔로 빛나는 우산에는 옷을 걸 수 있는 원형 고리가 달려 있다.
글 : 일렉트릭 드림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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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 쇼륨 / 홍콩
디자인 : 로미 코슬라 디자인 스튜디오
이 공간의 개념은 우리 사무소가 참여했던 설계경기에서 따왔는데, 거기서 우리는 '비단길'을 현대적 맥락에서 재해석하고자 했다. 그 소규모 공간을 위해 개발된 디자인은 접합부 없이 매끄러운 하나의 표면으로서, 이들 표면이 공간의 테두리를 이루었다. 우리 사무실은 설계경기를 위해 디자인한 아이디어를 더욱 발전시키는 데에 크게 흥미를 느끼고 있었다. 우리는 이내 두 개의 공간을 설계, 시공할 기회를 갖게 됐다. 바로 '검은 소공간'과 ‘흰 소공간’이다. 검은 소공간은 독립구조의 전시•판매 공간으로, 크리스털 메이커인 '스와로브스키'의 인디아 사업부를 위해 만든 것이다. 그리고 동시에 개발된 흰 소공간은 아주 작은 점포 공간으로, 2인조 디자이너 샨타누와 니킬을 위한 것이다. 앞뒤로 움직이는 평면은 점포의 모든 수납공간과 전자 장치를 감춘다. 바닥은 구부러져 올라가 벽면이 되고, 벽면은 다시 구부러져 천장이 된다. 천장은 계속하여 가구를 이루고 피팅룸을 만든다.
글 : 로미 코슬라 디자인 스튜디오
휴고보스 스페셜 컨셉 스토어 / 뉴욕
디자인 : 마테오 튠 & 파트너스
<휴고 보스>
는 네 개의 보스 제품군(보스 블랙, 보스 오렌지, 보스 셀렉션, 보스 그린)과 휴고 브랜드를 최초로 하나로 결합함으로써 “토털 룩”을 만들어 완전하고 동시적인 브랜드 경험을 제공한다. 그와 동시에 잘 확립된 판매 시스템에서부터 다이아몬드 모양의 나무 패널로 만든 구조물, 콜드레리오 사무실의 독특한 건축적 아이콘에 이르기까지
<휴고 보스>
자체의 독특한 사인을 여러 가지 높이에서 보여준다. 이 사인은 인테리어 공간 전체를 감싸며 건물에서부터 인테리어 디자인에 이르는 다양한 스케일에서 기업 이미지를 나타내는 패턴에 강조점을 부여한다. 인테리어는 두 구역으로 나뉜다. 첫 구역은 전시 목적에 이용되는데, 여러 가지 컬렉션을 위해 광택 처리된 철과 짙은 갈색 래커로 마감한 진열대, 그리고 액세서리를 위한 가죽-유리 진열장이 모두 이 곳에 자리 잡고 있다. 여기에는 또 코리안 카운터가 있어서 금속 벽면을 배경으로 다과를 즐길 수 있다. 이 구역에는 또 옷걸이, 랙, 상품 등이 바닥의 점무늬와 나무 구조물의 다이아몬드 모양을 배경으로 변화를 주어가며 진열돼 있다. 그리고 반사면으로 이루어진 안쪽의 “포커스 벽”에 반사된다. 이 벽은 경계가 되는 동시에 시야를 두 배로 넓혀준다. 이 곳을 지나면 두 번째 구역이 반투명한 가운데 보이게 된다. 이 곳에는 피팅룸이 있는데, 이 구역에서는 모든 것이 바뀐다. 양탄자, 빨간 벨벳 커튼, 황금빛 천장, 목재 등 분위기는 더 부드럽고 따뜻하다. 그리고 조명이 있다. 에이제이 비스바드와 협력하여 디자인된 진열 구역의 메커니즘은 극도로 정교하다. 프로그램 가능한 LED로 연출하는 동적 조명이 주위에 있는 패널의 패턴을 배경으로 카운터 블록을 따라 비대칭을 이루는 콘크리트-노출 벽돌 벽을 따라 빛을 발산하며, 여기에 천장의 홈에 설치된 스포트라이트 조명이 더해진다. 이와 같은 면모는 피팅룸에 이르러 누그러진다. 이 곳에는 다수의 가지촛대가 띠는 상징적 강도의 조명을 제외하면 간접조명뿐이다.
글 : 마테오 튠 & 파트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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