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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유산과 절묘하게 조화된 빛나는 크리스털

2010-10-27


도시는 역사적 흔적을 시간의 여정으로 담고 있다. 도시를 구성하는 주요 건축물들과 건축이 만들어내는 주변 환경은 도시의 매력을 발산하는 중요한 상징성으로 다가온다. 자연과 어우러진 건축물, 다른 건물과 조화된 건축물, 서로서로 마주보며 정겨운 이야기를 하고 있는 가운데 도시의 정겨움은 싹튼다. 그 속에는 사람이 주인공이 되어 다채로운 표정과 움직임을 토대로 시간과 장소의 역사를 켜켜이 써내려간다. 도심 곳곳에 차곡차곡 쌓여진 건축물의 가치만큼이나 진한 숨결을 토해내고 있는 것이다. 드넓은 호수를 현대적인 색채로 가득 찬 토론토 역시 옛것의 숨결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도심의 싱그러운 빛깔을 발산하고 있는 도시이다.

글 | 최성철 기자
사진 | Jeff Speed, Sam Javanrouth
건축가 | Daniel Libeskind

인디언어로 만남의 장소를 의미하는 토론토는 온타리오호 북쪽 연안에 위치한 캐나다 제2의 수도이다. 지리적으로 오대호 수운의 요지에 위치해 있어 일찍이 공업이 발달하였고 밀턴•윈저와 함께 캐나다 제1의 공업지대를 형성하였다. 토론토는 1615년 유럽의 탐험가 Etienne Brale에 의해 최초로 발견되었으며 이후 1791년 영국의 식민지로 편입되었다고 1834년 합병되었으며 1873년 캐나다 연방으로 독립하게 된다. 5대호의 하나인 온타리오 호에 위치해 있는 만큼 호수는 토론토를 캐나다의 경제, 통신, 운수산업의 중심지로 이끈다. 토론토를 관광객들이라면 우선적으로 도시의 상징으로 단연 CN타워를 꼽는다. 그 높이(553.33m)에서 알 수 있듯 토론토의 상징으로 자리 잡은 CN 타워는 방송용 송출탑으로 1976년에 문을 연 로케트 모양의 얇고 긴 방송 송출탑으로 맑은 날에는 120km나 떨어져있는 나이아가라 폭포도 볼 수 있다. 99미터 높이의 이스트 타워와 20층, 79미터 높이의 웨스트 타워로 구성된 토론토 시청사(Toronto New City Hall) 역시 이에 뒤지지 않는다. 이 신청사는 토론토를 상징하는 현대적인 건축물로 서로 마주보고 있으며 청사 중앙에는 의회 회의장(Council Chamber)이 있다. 토론토 시민의 사랑을 한 몸에 받고 있는 움직이는 지붕을 가진 원형경기장은 6만여 명의 관중을 수용할 수 있으며, 메이저리그, 콘서트, 전시회장으로 이용되고 있다. 특히 스카이 돔(Skydome)은 11,000톤이 넘는 무게의 지붕은 총 4개의 틀로 구성되어 있는 것이 특징이다.

근대에 지었지만 중세풍으로 지은 성 카사로마(Casa Loma, 언덕 위의 집)는 현대적 건축물로 가득 찬 도시 토론토의 색다른 볼거리이다. 1914년 토론토의 재력가이자 군인이었던 헨리 펠라트(Henry Pellat)경에 의해 지어진 고풍스러운 이 건물은 무려 350만 달러가 소요되었다. 내부공간의 위용을 자랑하는 그레이트 홀은 18m의 높이의 지붕과 12m에 달하는 창문, 돔형 천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또한 온실, 98개의 방과 10권의 장서를 보관한 서재, 100명이 식사를 할 수있는 식당, 와인창고, 5에이커가 넘는 영국식 정원 등이 인상적이다. 그밖에 1995년 개관한 바타구두 박물관(Bata Sho Museum)에서는 4500년부터 20세기에 이르기까지 세계 각국의 신발 1만여 점을 볼 수 있고, 조지아 스타일로 지어진 단아한 모양의 윌리엄 캠벨의 사택 캠벨 하우스(Campbell House)에서는 19세기의 생활상을 엿볼 수 있다. 만화 속 캐릭터들과 신나는 롤러코스터를 비롯한 놀이기구, 워터파크, 3D 필름과 다채로운 쇼 등을 만끽할 수 있는 캐나다 최고의 테마파크 파라마운트 원더랜드(Canada Paramount's Wonderland), 710에이커의 계곡에 4천 마리의 동물이 8개의 파빌리온에 나뉘어 자유롭게 살고 있는 토론토 동물원(Metro Toronto Zoo), 연일 사람들의 발길로 채우고 있는 쇼핑의 거리 블루어 스트리트(Bloor Street)와 에넥스(Annex), 7,725㎢의 면적으로 강, 호수, 숲, 계곡 등이 있어 각종 레포츠를 즐기는 장소로 각광을 받고 있는 알곤 퀸 주립공원(Algonquin Provincial Park) 등도 토론토를 풍성하게 만드는 도시의 요소로 다가온다.

도시를 구성하는 다양한 요소들 가운데 박물관 역시 도시를 풍요롭게 만드는 문화적 자산이다. 만남을 의미하는 토론토의 상큼한 첫인상처럼 과거를 간직한 흔적 위에 살포시 얹어진 형상의 로얄 온타리오 박물관(ROM)은 그 자체가 찬란히 빛나는 보석으로 다가온다. 보는 사람들에게 사뭇 긴장감을 야기하게 만드는 이 건물은 캐나다 최대의 박물관으로 역동적인 도시의 심장부에서 당당히 도시의 랜드마크적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 토론토의 가장 복잡한 거리 중의 한 곳에 들어선 박물관이지만 그 특이한 형태와 공간으로 사람들의 눈길을 끌기에 충분하다.
로얄 온타리오 박물관은 1914년 처음 개관하여 세계 문화와 자연사를 엿볼 수 있는 교육문화공간으로 자리 잡고 있었다. 이후 기존의 역사 유산에 10개의 갤러리와 마이클 리-친 크리스털(Michael Lee-chin Crystal)이라는 미술관 확장공사를 마무리하며 새롭게 탈바꿈하게 되었고 지난 2007년 7월 개장하게 된 것이다. 과거의 건축물에 슬그머니 얹어진 형상의 이 건물은 교차하는 매스들로 인해 사뭇 다이나믹한 자태를 뽐내고 있다. 새롭게 더해진 아름다운 매스로 인해 박물관은 10만 평방피트(2820평) 규모로 확장된 전시공간과 대중적으로 사랑받는 문화공간으로 거듭나게 된 것이다. 두 개의 불규칙하고 해체적 매스를 가진 리-친 크리스털 건물은 우리에게 세계무역센터(WTC)와 유태인박물관, 현대산업개발 사옥 등으로 잘 알려진 세계적인 건축가 다니엘 리베스킨드의 대표적 건축물이다.

건축가 다니엘 리베스킨드(Daniel Libeskind)는 박물관과 콘서트홀, 컨벤션센터, 대학, 주택, 호텔, 쇼핑센터 등 다양한 문화와 상업적인 건축물을 설계하고 있는 세계적인 건축가이다. 1946년 폴란드 생으로 1965년 미국으로 건너가 음악과 건축을 공부하였다. 이후 1970년 뉴욕 소재의 대학에서 건축학사 과정을 마치고 1972년 영국에서 대학원 과정을 수료하였다. 그의 건축은 늘 새로운 논설과 논평을 낳았고 여러 분야에서 접근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의 최근 대표작으로 남게 될 로얄 온타리오 박물관 역시 그 해체적 건축관을 잘 반영하고 있는 건축물이다. 저녁을 먹던 레스토랑에서 번뜩이는 영감을 토대로 냅킨에 그려낸 그의 스케치가 오늘날 로얄 온타리오 박물관의 창의적이면서도 멋스러운 디자인을 탄생하게 만든 것이다. 박물관은 각종 문화사와 자연사에 관련된 자료들을 풍부하게 전시하고 있으며, 중국미술과 고고학 소장품으로 유명하다. 또한 여러나라의 국가별 전시도 마련되어 있고 공룡의 해골을 기초로 한 공룡갤러리, 이집트시대의 미이라, 박쥐의 동굴 등 풍부한 볼거리를 관람자들에게 제공하고 있다. 총 6백만 달러의 거대한 자본이 투자된 박물관은 그 자체가 역사의 보고이자 도시민과 함께 하는 문화공간이라고 할 수 있다.
건물의 표면은 샴페인 컬러의 양극으로 처리된 알루미늄패널로 덮여 있으며, 물이 흐르는 표면은 낮에는 아른거리는 빛을 내며 밤에는 도시의 불빛이 되며 도시의 또 다른 볼거리를 제공하게 된다. 건물 외관의 약 20% 정도는 경사면을 따라 유리로 마감되어 있고 창을 통해 외부의 풍경과 갤러리의 모습이 자연스럽게 소통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박물관과 외부 보행자의 연결고리를 잇고 있는 이 건축적 장치는 외부에서부터 관심을 끌고 이를 통해 크리스털 공간과 기존의 역사유산 건물까지의 유도하기 위한 것이다. 기존의 퀸스 파크(Queens Park)에서 출입이 가능했던 박물관이 주출입구는 블루어 스트리트(Bloor Street)에 위치한 리-친 크리스털로 이전하였다. 1층에는 매표소, 휴대품 관리소, 회원 편의시설들, 상가, 행사 공간 등이 마련되어 있고 새로운 공공광장이 건물 앞까지 연결될 수 있도록 디자인되어 있다. 박물관 내부에는 풍부한 중국 콜렉션과 원시의 신비로움을 엿볼 수 있는 공룡관, 유럽, 이집트, 북미인디언 갤러리 등이 흥미를 끈다. 그 옆의 부속 천문관에서는 환상적인 레이져쇼가 밤하늘을 장식한다. 글로리아 히야신스 친 코트(Gloria Hyacinth Chen Court)라고 알려진 커다란 아트리움은 로얄 온타리오 박물관이 가지고 있는 기존의 역사유산과 새로운 건축공법이 절묘하게 만나면서 도시의 새로운 역사를 써내려가고 있다. 그 속에서 우리는 박물관 자체를 도시를 구성하는 중요 요소로 보는 토론토의 정신과 과거의 역사와 자연스럽게 조화된 새로운 건축물을 통해 아름다운 도시를 만들어가려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엿볼 수 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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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정
잡지디자이너 과심은 여러분야에 관심은 많으나 노력은 부족함 디자인계에 정보를 알고싶어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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