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06-17
이상이 현재를 살아가고 있다면, 그의 제비다방은 이런 모습이지 않을까? 상수동에 그리움을 만날 수 있는 특별한 공간이 들어섰다. 문화지형연구소 씨티알의 레몬쌀롱이 2012년 봄, 제비다방에서 제 2막을 열었다. 문화와 사람, 감성의 어울림이 쉬어가는 제비다방에서 건축가 오상훈을 만나보았다.
에디터 | 김신혜 객원기자(l4502780527@gmail.com)
Designer 오상훈
Location 서울시 마포구 상수동 330-12(와우산로 24)
Purpose 까페/술집
Built Area 13.5평 (45m2)
Design Team CTR Form
Photography 더미스튜디오
Completion 2012년 4월
1988년도에 지어진 24년된 건물이 처음 이들을 만났을 때는, 과장되어 보이려는 구조물과 노점상들이 들어서지 못하게 설치해놓은 사인들로 둘러쌓여있었다. 레몬쌀롱을 함께 운영해오던 씨티알과 그의 친구들은 변해가는 홍대 앞 분위기 속에 자칫 그리워하게 될지도 모를, 그들만의 공간과 시간을 어떻게 지켜내야하나 고민에 빠졌다. 그리고 작가 이상의 기일이기도 한2012년 4월 17일, 그들이 지키고자 한 소중함이 그 문을 열었다.
1층은 모던한 바의 형태로, 지하 1층은 낡은 다락방의 모습을 하고 있는 제비다방은 두 층을 연결하는 커다란 구멍을 통해 연결된다. 지하 1층에선 뮤지션들의 공연이 열리곤 하는데, 원래 사무실이 었던 공간을 공연장으로 활용하기 위해 흡음제 역할을 해줄 수 있는 책장으로 벽면을 둘렀다. 레몬쌀롱을 운영할 때 손수 타일을 붙여서 만든 간판이 걸려 있는 구멍은 아래의 멋진 음악의 울림통 역할을 톡톡히 해주고 있다. 두 층에 나눠앉은 사람들은 위, 아래 층을 살펴보며 궁금증을 더하고 각기 다른 재미를 나눈다. 협소한 공간을 이용하여 좋아하는 공간을 만들고자 했던 그들의 최대 과제는 당시 홍대 변두리인 이곳까지 사람들이 찾아올 것인가였는데, 많은 사람을 수용하기보단 재미있고 독특한 공간을 만들자는데 의견을 모았다. 레몬쌀롱이 지인들만 아는 폐쇄적인 공간이었다면, 제비다방은 친구들과 지인들과 지나가는 동네 사람들이 함께 어울리며 다양한 생각을 나누고 감성을 나누며 그들만의 문화를 즐기자는데에 있다.
유럽의 펍, 혹은 작은 클럽처럼 만들고 싶었다는 건축가 오상훈은, 마련된 자리에서 보내는 시간이 아닌 마련하는 자리에서 어울리는 시간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주변에 외국 친구들이 많이 살고 있어서 자주 방문하곤 한다. 그들은 자리에 상관없이 창틀에 앉기도 하고 공연할 때는 잠깐 서 있기도하고, 왔다 갔다하면서 사람들과 이야기하며 자유롭게 어울린다. 조금만 적극적이면 자리는 계속 마련할 수 있다. 의자를 더 놓을 수도 있고, 바를 길게도 짧게도 쓸 수 있다.’
씨티알의 오랜 친구들이나 동네 사람들은 제비다방에 와서 그들만의 추억을 발견한다. 예전에 건물을 지나다니던 사람들은 입구에 설치되어있던 문에 자신의 모습을 비춰보곤 했었는데, 그들은 알전구가 박힌 무대 장치로 변신한 문에서 또 다른 자신의 모습을 기억해낸다. 레몬쌀롱의 간판을 통해 나누었던 이야기를 되살려보고 이 공간을 찾은 새로운 사람들과 그들만의 문화를 더 돈독하게 만들어 나간다. 잃어버린 감성들이 편한하게 자리하고, 잊혀져가는 시간들이 곳곳에 숨쉬고 있는 제비다방에서 나만의 자리를 마련해보자.
문화지형연구소 씨티알
http://ctrplu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