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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의 엔티크 시장 읽어보기 2편

2004-02-10

물건들이 풍기는 고풍스러움과 따뜻함도 좋았지만 , 앤티크를 찾아다니며 만난 사람들이 가진 인간미와 따뜻함이 나를 즐겁게 했다. 파는 사람들이나 찾는 사람들 모두가 오래된 것을 찾아 다니고 좋아하는 사람들이어서 그런지 여유있고 친절하다. 대부분 나이도 많다. 앤티크 자체가 지니는 멋스러움과 고전적인 이미지 외에도 거기에 담긴 인간미와 역사. 이것이 내가 새롭게 발견한 앤티크의 매력이다. 이 매력을 좀 더 나누고 싶다.

처음으로 찾은 곳은 'Helen of Troy'라는 앤티크 쥬얼리 갤러리였다. 밖에서 구경하고 있는데, 안에서 곱고 화려한 백발의 할머니가 나오시더니 들어와서 구경하라며 나를 안으로 인도하신다. 나는 학생이고 앤티크에 대해 알고 싶다고 했더니 무척 감동하면서 무엇이든 물어보고 사진도 찍으라신다.

할머니는 자기 이야기를 들려 주시겠다며 나를 불러서는 , 'Helen' 글씨로 만들어진 금 브로치를 보여주시며 이야기를 시작하셨다. 이 브로치는 보석 디자이너였던 첫번재 남편이 결혼 후 직접 만들어 준 첫번째 선물이라고 한다. 작고 심플한 브로치를 어루만지시며, 할머니는 옛 추억에 잠긴 듯 이야기를 이어가셨다. 그와 헤어지고 지금은 두 번째 남편을 만나 행복하게 살고 있고, 이렇게 좋아하는 앤티크 샵을 운영하고 있다고 한다.

지금까지 이 브로치를 계속 보관하고 있었지만 이제는 더 이상 갖고 있고 싶지 않아서 이렇게 판매한다는 것이다 . 이렇게 긴 할머니의 인생 스토리가 저 조그만 브로치에 담겨 있는 것이다.

할머니는 또 다른 얘기를 내게 들려 주셨다 . 구석에 꽁꽁 포장되어 있는 브로치를 꺼내 보여주시며, 이것은 자신의 할머니가 물려주신 것인데, 판매하는 것이 아니고 아직도 소중하게 간직하고 있다고 한다. 팔 생각이 없냐고 물어보았더니 아직 팔고 싶은 마음은 없다며 애지중지하시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무엇 하나 산 것도 없는데 , 할머니는 문을 나서는 나에게 ‘Good Luck’을 외쳐 주신다. 할머니의 표정만큼이나 따뜻하게 느껴졌던 한마디. 집 떠나 멀리 남의 나라에 유학 온 나의 심경을 알고 계셨던 걸까.

할머니의 이야기가 담긴 앤티크는 이전보다 사뭇 다른 느낌이다 . 앤티크의 매력, 가치에는 분명 그러한 삶의 이야기, 세월의 의미가 포함되어 있는 것이다. 여러분들은 어떻게 느끼시는지…

이번에는 램프에 얽힌 재미있는 이야기를 소개하고자 한다 .

1957년 10월 4일 소련이 인류 역사상 최초로 인공위성 스푸트니크 1호를 발사하면서 우주로의 진출이 시작되었다. 우주 개발 제1기는 미국과 소련의 우주 과학 경쟁기로서, 양국 전략 무기의 공격력 정비 경쟁을 반영한 시기이다. 양국이 첨예하게 우주 개발 경쟁을 시작한 시기는 1958년 1월 우주 개발의 선두를 소련에 빼앗긴 미국이 익스플로러 1호를 발사하면서부터이다.

스푸트니크는 소련 사람들에게 굉장한 자랑거리가 되었고 , 그걸 기념이라도 하듯 디자인에도 위성이 발사되는 모습에서 영감을 얻은 디자인들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특히 그 당시의 램프 디자인에는 모두 구와 선이 들어가 있었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이 있다. 사진과 같은 램프의 디자인에 숨겨진 양국의 우주 개발 경쟁에 대한 역사를 읽어 낼 수 있다면 정말 앤티크를 볼 줄 안다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

뉴욕에서 오랫동안 앤티크 샵을 운영해 오신 할머니를 소개하고자 한다 . 나이가 90대이심에도 불구하고 너무나 곱고 아름다우시다. 이곳 뉴욕 앤티크 시장에서 가장 나이 많으셔서 많은 사람들이 할머니를 존경한다고 한다. 내가 갔을 때 이분은 쇼윈도의 디스플레이를 바꾸고 계셨는데 어찌나 꼼꼼하게 하시던지 마치 자신의 보물을 다루듯 하셨다.

이 글을 마치며..
이야기가 담긴 앤티크. 위에서 소개한 Helen 브로치나 우주선 모양의 램프 뿐 아니라 갤러리 진열장에 놓여 새 주인을 기다리는 모든 앤티크들은 저마다 소중한 삶의 기억과 역사의 흔적을 지니고 있을 것이다. 작은 장신구 하나를 바라보며 거기에 담겨진 기나긴 이야기를 듣는다는 것은 앤티크가 주는 또 다른 즐거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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