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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의 연금술사 장순각.

2004-04-13


작년 여름
병원 인테리어 자료를 구해달라는 부탁을 받았다.
잡지를 뒤적이며 눈에 띄는 병원들에 포스트잇을 붙이기 시작했다.
아무 생각 없이 잡지를 넘기던 중 내가 선택한 이미지들이 특정한 유형을 가지고 있음을 발견했다.
아름다운 공간. 전에는 볼 수 없었던 감각적인 공간.
‘디자이너가 누구지?’
이미지 한쪽에 인쇄된 디자이너 장순각.
그렇게 그 이름을 기억하게 되었다.
그리고 우연히 불우한 이웃의 집을 리모델링 해주는 프로그램에서 그를 다시 만나보게 되었다.

드디어,
디자이너 장순각을 만나러 가는 길.
얼마전 오픈한 gallery alt안에 위치한 그의 사무실 ‘jay is working’이 너무 궁금했다.
자신의 공간을 어떻게 디자인 하였을지 그 궁금함을 참을 수가 없어 나는 느린 걸음을 재촉하였다.





인터뷰 | 호수진 정글에디터 lake-jin@hanmail.net


일요일 일요일밤에 ‘러브하우스’ 디자이너로 일반인들에게 알려진 디자이너 장순각.
그를 설명할 수 있는 단어를 한참이나 생각해보았다.
공간에 생명을 불어넣는 작업.
어느 디자이너에게나 마찬가지겠지만, 그의 작품을 보고있노라면 어디서 구했는지 알 수 없는 요술 방망이로 남들이 잠든 틈에 ‘살아나 숨쉬어라 뚝딱!’이라는 주문을 외운 듯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아침에 눈비비고 일어나 ‘우와~’라는 탄성을 자아내리만큼 놀랍다.
생명이 살아 숨쉬는 듯한 공간.
흐름이 끊이지 않는 공간.
작은 것 하나에도 존재 의미가 담긴 공간.
말로는 다 설명할 수 없지만, 그러한 공간이 바로 디자이너 장순각이 ‘창조’해내는 공간인 것이다.

디자이너 장순각의 디자인은 무엇보다 공간의 기능을 중요시한다.
그렇지만 그의 작품에서 미적측면이 배제된 기능은 찾아볼 수가 없다. 그는 초기 정사각 반듯한 면 처리 작업으로 정리된 느낌의 공간을 디자인하였다.
단순히 수직·수평적으로 레이어드된 벽체들로 시각적 풍요를 주었고 공간 확장이라는 개념을 위해 z축을 사용하였다.
공간의 요소들이 같은 흐름 속에 서로의 무게와 의미를 주고 받는 직선적 공간을 구성하던 중 연구의 일환으로 평면에 free form을 삽입하였고, 공간의 흡입력 극대화 차원에서 free form을 공간의 입면에 도입하여 보다 풍부하고 리듬감있는 공간을 디자인하게 되었다..
‘공간 자체의 절제된 디자인’과 ‘극단적 free form의 사용’이 장순각이라는 디자이너의 작품을 이해할 수 있는 두 맥이 아닐까 싶다.

공간의 기능성.
일요일 일요일밤에 ‘러브하우스’에서 특히나 강조되었던 부분이다.
그는 러브하우스를 통해 디자인이 삶의 질을 얼마나 향상시켜줄 수 있는지, 디자인으로 변화되는 삶을 보여줌으로써 일반 대중들에게 디자인의 중요성을 알려주었다.
그러한 의미에서 디자이너 장순각은 ‘러브하우스’가 제한된 시간, 제한된 소재, 제한된 공간이라는 어려운 상황에서의 작업이었지만 매우 보람찬 작업이었다고 회상한다.

그의 사무실 jay is working이 담겨있는 Gallery ALT 역시 그러하다.
Gallery라는 장소에 충실하듯 전시 공간은 회색의 노출 콘크리트로 관람자의 시선을 작품으로 몰아보지만, 공간 안의 공간, 그 중심에 살아 숨쉬는 동적인 공간 jay is working은 공간의 흐름을 깨지 않기 위해 조용히 그러나 힘있게 살아 숨쉬고 있었다.
공간의 z축인 천정고를 높이고, 공간 속에 공간을 만들되 실의 끝이 보이는 개방된 공간의 삽입으로 공간의 확장성을 확보한다는 그의 디자인 원리를 엿볼 수 있는 이 공간은 노출 천정으로 시원한 개방감을 주었으며, 미로처럼 연결된 그의 사무실 역시 전시공간과 통하는 ‘틈’을 이용하여 공간 내 모든 공간들이 하나로 연결되어 있었다.
Gallery ALT는 빛, 색, 질감, contents 어느 각도에서 바라보아도 풍요로운 공간이었다.
절제되었지만 절제되지 않은 공간.
요소 하나 하나가 제 의미를 가지고 조화롭게 위치하고 있는 편안한 공간.
이러한 것들을 바로 디자이너의 ‘감각’이라고 하는 것일까?
그러나, 디자이너 장순각은 ‘감각’이라는 단어에 대해 대단히 신중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디자이너로써 타고난 감각이 아닌 보고, 또 보고, 선 하나의 사용에도 기본에 충실하는 그런 성실한 자세, 끊임없이 노력하는 자세를 강조하였다.
음악이나 영화에서 디자인 영감을 얻는다는 그는 프랑스 유학시절 논문을 위해 보았던 1900년대 초기 무성 영화들에 등장한 공간들에 대한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영화 속 공간을 완벽한 공간의 재연이라고 생각한다며 기회가 된다면 미학적으로 앞선 사람들과 함께 일해보고 싶다는 말 속에 유독 영화 감독이 많았다.

실용적 가치를 창출하는 것이 디자인의 매력이라고 말하는 디자이너 장순각이 공동대표로 일하는 jay is working은 현재 6명의 디자이너들에 의해 움직여지는 회사로 다양한 분야의 디자이너들이 열정을 가지고 일할 수 있는 디자이너들의 장이었다.

자신의 디자인 철학을 알고 싶다는 질문에 자신의 작품을 시적인 언어로 미화하고 싶지 않다 했지만, 그 어떤 아름다운 미사여구가 필요하겠는가? 그의 작품은 그 자체로 아름다웠다.

갤러리의 공간개념은 “공간속의 공간“ 개념이 주는 시지각적 확정성을 최대한 이용하고,
관입공간을 기준 부피로 하여 점점 부유하는 실내 passage 개념을 도입한 moving 개념의 입구에서 공간이라 말할 수 있다.
진입과 함께 왼편의 두껍게 떨어진 wall은 오른쪽으로 흘러 들어가는 갤러리 진입의 추상적 언어이고, office mass 에 설치된 백색 L자형 information wall 의 형태는 앞으로의 동산방향을 발하여 준다.
이후 보여지는 3단짜리 계단을 level 2로의 유입을 상징한다.
level 2로 진입하면 level 3의 5계단 중 2개가 보이는데, 이 역시 동선표현과 함께 시지각의 상상적 확장을 도모한다.
level 2.5 와 lelve 3 의 연결계단은 5단으로써, 5분 이상의 projecting 전시가 이루어질 경우, 계단에 앉아 관람하는 방식이 될 것이다.
level 3은 전시 passage가장 상층부위로 아래쪽으로는 office공간의 회의실과 모형실이 위치하여 있는데, 소규모 작품전시를 위주로 한다.
이 끝 부분에는 office내부를 들여 다 볼 수 있는 긴 창이 나있는데, 이는 내부에 설치된 beam projector로 다음전시에 대한 설명을 하는 공간으로 쓰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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