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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의 시간성에 대해 논한다. 디자이너 마 영 범

2004-12-28

비가 오는 날이었다.
비가 오는 날 디자이너 마영범을 만났다.
디자이너 마영범은 비오는 날을 좋아한단다.
비가 오는 날.
그는 목적 없이 거리를 배회하거나 혹은 숨어버린다는데...

인터뷰 | 호재희 정글에디터 (lake-jin@hanmail.net)

디자이너 마영범은 디자이너이기 전에 아티스트였다. 그래서인지 그의 작품은 예술적이다. 디자이너의 삶이 투영되는 디자인에서 그러한 느낌이 묻어 난 다는 것은 어찌 보면 아주 자연스러운 일이겠지만 말이다.

순수함에 대한 접근.
그것이 디자이너 마영범의 접근 방식이다. 인터뷰 하는 내내 디자이너 마영범은 천진난만한 아이 같았다.

Fine artist로써의 자부심일까? 순수미술을 전공한 마영범은 어릴 적 상업적인 예술은 저급이라 치부하며 고개를 들어 쳐다보지도 않았더랜다. 공부를 마치고, 현실적인 문제에 부딪히면서 그는 부러 의도한 것도 아니었는데, 어느날 정신을 차려보니 인테리어 디자이너가 되어있었다.
전문적 교육을 받은 인테리어 디자이너가 없는 그 과도기에 마영범은 인테리어 디자이너로써 작가주의의
1세대를 일궈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마영범’을 아는 사람이라면 누구든 느낄 테지만, 그의 작품들은 그저 그런 인테리어 디자이너에 의한 것이 아닌, 하나 하나에 뜻이 담겨있고 의미를 가지고 있는 사물들의 조화다.

도면과 씨름하는 것이 디자이너가 아니다. 디자이너에게는 그만의 생활방식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 사람들은 무얼 하는 사람이든 간에 외부의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기에 공간 creator로써 디자이너는 보고 느끼는 것을 디자이너답게 표현 해내야 한다.
‘-다움’이라는 말처럼 어려운 말이 없다. 무조건 남의 것을 쫓아서도 안되고 무조건 이상을 쫓아서도 안된다. 공간이라는 것은 사람들의 일상이고, 그렇기 때문에 디자이너는 그저 평범한 삶의 모습에서 스스로 느낀 것을 자신의 필터에 걸러 공간에 표현해야 한다.
본만큼 표현할 수 있다고 무엇보다 많이 봐야 한다. 그리고 끊임없이 스스로를 연마 해야 한다. 같은 세상을 봐도 각자 가지고 있는 내면의 filter를 거쳐서 다르게 표현된다는 것은 굳이 말하지 않아도 알고 있지 않은가.
디자인이라는 것은 현실과의 타협이다. 공간디자인이라는 것은 주어진 환경 속에서 디자이너의 재량을 펼치는 것이지 디자이너가 디자인에 대해 칼자루를 쥐고 휘두를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무엇보다 사람들을 생각하는 디자인이어야 한다고 말한다.디자이너들에게 있어 인간의 심리와 감성을 배우는 것은 정말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인간의 감성이 녹아 든 공간을 디자인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믿기 때문이다. 공간 구석 구석에 사람의 마음을 미리 심어두어야 한다. 미리 계산된 인간의 행동에서 보다 새로운 그리고, 즐거운 디자인이 나온다.

디자인을 공부하는 입장에서 모든 공간을 디자인 하다 보면 자신의 적성과 특성을 파악하게 된다. 디자이너 마영범의 작품 중에는 유독 상업공간이 많다. 감각적 디자인을 하는 마영범에게는 테이스트를 철저히 고객에게 맞춰야 하는 주거공간보다는 디자이너의 성격이 보다 뚜렷하게 묻어나는 상업공간이 몸에 맞는 옷이었다. 그렇다고 해서 디자이너 마영범이 모든 공간의 주인이 되는 것은 아니다. 상업공간은 불특정 다수가 대상이 되며, 패션샵은 옷이 주인공이 되는 공간이다. 그렇기 때문에, 상업공간의 불특정 다수의 고객을 간과하는 또는, 패션샵에 걸리는 옷을 무시한 디자인은 있을 수가 없다.
어느 공간을 디자인 하든, 누가 주체가 되든 간에 인간을 위한 감성적인 공간을 만들어 내야 한다는 것은 마영범에게 늘 풀어야 하는 숙제이다.

디자인을 하다가, 어느날 문득 자신의 디자인에 의문이 생겼다. 너무 상위계층의 놀이문화를 타켓으로 하고 있지는 않은지. 그로 인해 생겨나는 디자인의 시간성에 대해서는 어떻게 풀어나갈 것인지.
트랜드를 만들기 위한 의도는 없었지만, 디자이너 마영범이 만든 청담동 일대의 공간은 숱한 트랜드를 만들어냈다. 그래서일까? 트랜드. 피고 지는 디자인의 시간성에 대한 고민이 생겼다. 새로이 생겨나는 많은 공간에 트랜드를 쫓는 이유 없는 디테일의 포화상태는 마영범에게 디자이너들에 대한 실망을 안겨다 주었다.
인테리어 디자이너에게 있어 ‘공간’이라는 것은 디자이너가 자신을 사람들에게 내보이는 장이다. 스스로 진심을 담아 공간을 디자인하여 그것이 트랜드를 형성한다면 디자인의 시간성을 논하기 전에 훌륭한 작업이었다 할 수 있겠지만, 그저 자신이 훌륭하다고 느낀 남의 작품에 대한 시각적 자극을 그대로 옮겨 트랜드를 쫓는 것은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아픔 뒤에 깨달음이랄까? 많은 고민 끝에 말로만 되뇌었던 것들이 작품에 진심으로 묻어나 대중들을 위한 시간성을 갖는 디자인들이 하나 둘 나오기 시작했다.
공간을 디자인함에 있어 공간만을 앞에 놓고 생각해서는 안된다. 결론을 만들어 놓고 그 결론에 끼워 맞추는 것도 디자인이 아니다. 처음부터 차근차근 해 나가야 한다. 공간을 그저 멋 내기만 하는 것이 디자이너가 아니다. 인간을 담는 공간. 인간의 움직임·사고를 생각한 공간을 디자인 해야 한다.
무엇보다 자신의 스타일, 자기만의 캐릭터를 갖는 공간을 디자인 하는 것이 중요하다. 공간만으로도 그 공간을 만들어 낸 사람을 상상할 수 있게 하는 것이 디자이너의 힘 아닐까? 어떠한 작업을 하든지 그 공간의 캐릭터를 뽑아낼 수 있는 디자이너가 훌륭한 디자이너라고.
순수미술로 시작해서인지 fine art가 예술을 이끈다고 믿는다. ’미’를 통해 세상을 변화시키고자 했지만, 그럴 수 없는 현실에 미술을 그만 두었다. 그렇지만, 세상을 변화시키고 싶은 그의 맘은 여전했나 보다. 디자이너의 사회적인 영향력을 믿는다. 그리고 그는 디자이너다. 그로 인해 많이 변해왔고, 앞으로도 많이 변할 것이다.
디자인으로 인해 변화되는 세상이 어떨는지… 상상만으로도 짜릿한 일이다.

당신들이 하는 디자인이 인간이 사는 공간이라는 사실을 언제나 잊지 말기를 바란다. 계속되는 경기침체와 불경기로 취직이 어렵다고 하지만, 그대들은 디자이너가 아니던가! 작은 것부터 자기만의 스타일을 만들어 나가다 보면 언젠가 큰 것을 만들고 있는 자신을 발견할 것이라고.
2005년 새해를 맞이하여 다시 한번 힘을 내어 자신의 꿈에 한 걸음 한 걸음 다가가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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