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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은 철학이 아니다. 디자이너 강 신재

2005-04-12

햇살이 유난히도 따가웠던 4월 어느 날 디자이너 강신재를 찾았다. 골목 깊숙한 곳에 자리잡은 void planning은 주택가에 흔하지 않은 유리 파사드로 이루어진데다가 측면 유리 파사드에 바로 위치하고 있는 계단 실 벽면에 빨간 색을 사용하여 굳이 찾지 않아도 눈에 띄었다.
그 곳에서 만난 강신재는 나의 예상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void planning.
그 이름 만으로 무언가 비어 있을 거라 상상했고, 그 주인 또한 그러리라 생각했는데, 내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디자이너 강신재는 철학이 없다. 아니,철학이라 규정되어 지는 무엇이 너무도 싫다고 말한다.
공간 디자이너는 그 공간을 사용하는 사람들을 위해 디자인 해야 하며, 그 사용자가 편하고 쉽게 사용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야 한다. 따라서 다분히 객관적인 디자이너의 감성이 담겨야 하거늘, 어찌 남의 공간에 디자이너의 철학을 담으려 하는지.

객관적이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일상으로부터 얻은 개념을 사용해야 한다. 강신재는 공간을 처음 대할 때 떠오르는 감성들을 메모로 정리한다.‘종이 위의 기적. 쓰면 다 이루어진다’는 책을 본 적이 있다고. 그리고, 그것을 자신의 일상으로 옮겼다. 메모의 습관화로 산발적인 사고를 정리하고 정리하다 보면, 객관적인 사고만이 남는다. 그것을 공간으로 옮기는 것이다. 객관적이라고 해서 남들과 똑같이 라는 말은 아니다. 정신분열증에 걸린 일본의 설치 미술가‘야요이 쿠사마’처럼은 아니더라도 무언가에 미치는 감성으로 사물을 바라봐야 한다. 언뜻 들으면 모순인 듯 싶기도 하다. 객관적으로 표현하라면서 미친 감성으로 바라보라니. 순간 다시 생각해보게 되는 얘기다.
깊이 있게 무언가 바라보다 보면 그것을 틀어보기도 하고, 그런 반복을 통해 다시 제자리에 투영해보게 된다. 그것이 한번 다시 생각해 본, 보통 사람들을 위한 디자인이 되는 것이라는 얘기로 정리된다.
감성을 쏟아 공간을 만지되 객관적인 감성을 사용하여 공간이 가질 수 있는 최상의 컨디션을 만들어 주자는 것이 디자이너 강신재의 생각이다.

1년 채 안된 정글 인터뷰를 통해‘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것이 무엇’이냐는 질문이 참으로 우문이라는 것을 깨닫는 순간이었다. 그것은 누구에게나 단연 자연이었다.
강신재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자연에서 디자인 아이디어를 하나하나 발견해 나가는 것이 인간의 감성을 담는 공간을 디자인 해 나가는 열쇠라는 생각을 한다. 따라서, 공간 디자인을 공부하는 학생들에게 신신 당부하고 싶은 것은, 하나의 프로젝트를 눈 앞에 두고, 그것과 직접적 관련이 있는 전문 잡지나 책을 뒤적이기 보다는 산과 들에 나가서 그 자연을 눈에 그리고 가슴에 담아보기를 바란다. 그 곳에서 객관적인 감성을 발견할 수 있을 테니. 자연을 제외한 가장 아름다운 피조물은 인간이다. 인간을 위해 아름다운 공간을 디자인 해야 한다면 당연히 그 공간을 사용하는 인간은 얼마나 아름다운 존재인지. 아름다운 인간이기에 그가 사용하는 공간을 아름답게 해야 하는 것인가? 무엇이 ‘선’이 되든 간에 인간이 아름다운 존재임에는 틀림없다.

디자이너는 끊임없이 감성을 키워가야 한다. 그와 동시에 자신을 끊임없이 디자인해야 한다. 자신을 디자인 하지 못하면서 어떻게 남을, 공간을 디자인 할 수 있겠는가. 비단 내적인 것뿐만 아니라 외적인 것도 부단히 노력해야 한다. 또한, 부단한 노력으로 늘 새로운 모습이어야 한다. 강신재는 ‘강신재 답다’는 말을 정말 싫어한다.‘-답다.’는 얘기는 그 디자이너의 생명력을 위협하는 소리라 생각한다고. 디자이너는 늘 새로움을 전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평소에 꾸준한 노력으로 남들과 달리 보면서 내 것으로 만들어 간다. 디자인적 감성을 키우는 방법 또한 남달라야 한다. 보이는 대로 보지 말고, 스토리를 스스로 만들어 보자. 자연이나 공연 전시 등을 통해 디자인 적 감성을 스스로 키우고 스스로를 디자인해라. 누구답다는 말은 싫지만, 디자이너다운 모습을 갖추는 것은 디자이너에게 정말 중요한 일이다.

영화감독이셨던 돌아가신 아버지로부터의 영향인가? 강신재는 3년 후에 영화감독이 되어 있을 것이라 확신했다. 앞서 말했듯 쓰는 대로 이루어 질것이라고……영상과 시나리오의 완벽한 조화가 이루어진 영화감독 강신재의 데뷔가 사뭇 궁금해진다.
그래서 인지 삶에 영향을 미친 인물들이 대부분 영화감독이다. 아버지로부터 시작해서 팀버튼, 에밀 쿠스트리챠, 쟝비에르주너, 피터그리너웨이… 끝도 없이 영화감독의 이름들이 나열된다. 메시지를 전달한답시고 우울하고 어려운 영화를 만들어내기 보다는 엉뚱 발랄 해 보이는 그처럼 재미있고 유쾌한 영화가 되리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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