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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ace Odyssey의 꿈. 디자이너 전 성은

2005-05-10

Design Studio SO 사무실에서 처음 만난 전 성은 소장은,
한마디로 너무 예뻤다. 이렇게 예쁘고 여려 보이는 그녀가 대체 이 험한 일을 어찌 해왔단 말인가? 그녀의 경력을 듣기 전까지 그녀를 바라보는 내 의심의 눈빛은 뜻대로 지워지지가 않았다.
민 설계에서만 7년. 삼우 설계를 거쳐 한 건축사 사무소에서 4년. 인테리어 회사에서 만1년을 버티기가 버거웠던 에디터는 그 험한 민 설계에서만 7년을 버텼다는 전성은 소장에게서 그 열정을 뼛속 깊이 느낄 수가 있었다. 게다가, 그녀의 학부 전공은 설계와는 전혀 관계없는 경제학이었다고. 행여나 그녀가 나의 의심스런 눈빛을 읽었을까 민망해 하면서 대체 무엇이 그녀에게 이런 열정을 심어주었는지. 궁금해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녀가 중학교 때 일이었단다. 우연히 지나가다 본 건물들_공간 사옥, 정동 교회, 대학로에 있는 해외개발공사_이 눈에 쏙 들어왔다고. 아무 것도 볼 줄 모르는 그녀였지만, 그 모든 건물들이 한 사람의 작품일 것이라 짐작했고, 그녀의 그러한 짐작은 사춘기 소녀의 열정을 김수근이라는 건축가에게 모으게 만들었다고 한다.

집안의 반대로 대학을 졸업하고 나서야 공간 설계에 입문한 전성은은 보다 사고가 자유로웠던 어린 시절 기회를 갖지 못함에 조금의 후회가 남아있을 뿐, 인생에는 너무 빠른 것도, 그렇다고 너무 늦은 것도 없다고 말한다.
나이가 들고, 결혼을 하고, 아이가 생기고. 이 모든 인생의 과정에서 챙겨야 할 것들이 산더미처럼 불어나 디자인에 대한 열정을 몇몇 다른 곳에 분산시키지만, 천천히 가도 가고자 하는 곳에 가기만 하면 된다는 신념으로 늘 상황에 충실해 본다. 무엇보다 이 일을 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선택 받은 사람이라 생각하며 감사하는 마음으로 일을 대한다고. 이 넓은 세상에 이처럼 자신을 기쁘게 만들기도 하고 슬프게 만들기도 하는 일은 없을 거라 말하는 전성은 소장의 눈이 반짝인다.

전성은 소장의 디자인은 그 장소성에서부터 시작된다. 공간의 기능에 충실하지 않으면 그 어떠한 멋진 공간도 아무 쓸모가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중심을 잡고 그 중심에서부터 퍼져나가는 방사형 사고를 한다. 한가지 생각에 묶여 디자인 하는 것은 재미없다.
고정된 하나의 사고로 공간을 대하면 얻어내는 것이 제한되어 그 공간의 기능에 충실할 수가 없다. 중심은 하나이되 다양한 각도로 사고하는 것이 중요하다. 건축주의 요구, 제약조건을 바탕으로 이슈를 정하고 디자인 프로그래밍을 하여 공간에 충실하면서 건축주의 마음에 들어가는 공간을 만들어 내는 것이 전성은 소장의 기본적인 디자인 방식이다.

Design Studio SO가 오픈 한지 이제 겨우 1년 6개월. 지금부터 시작이라는 마음인지라 고정된 디자인 스타일은 없다. 단지, 건축적인 베이스에서 그녀의 디자인이 시작되어 스타일리쉬한 결과물보다는 정제된 속에 디테일의 변화가 돋보이는 공간을 만들어낸다고. 무엇보다 변화가 있으면서, 실험적이더라도 감성적 자극이 아닌 편안함으로 공간을 풀어나간다.

상업공간, 주거공간, 오피스공간. 모두가 그녀에게는 매력적인 대상이다. 사람이 살아가는 주거공간은 주인의 모습과 닮기 위해 깊은 맛이 우러나오고, 상업 공간은 디자이너의 자유로운 사고대로 실험을 할 수 있어 좋다. 오피스 공간은 왠지 그녀에게는 편안한 느낌으로 다가온단다.

오피스 공간의 경우 직종에 관계없이 자연스럽고, 그 공간을 사용하는 사용자 또한 자유로운 사고를 할 수 있는 공간 디자인을 추구한다. 한가지에 몰두하는 공간이라기 보다는 사고의 전환이 가능한 공간을 만들어 내고자 하는 것이 그녀의 방식이라고. 그런 의미에서 얼마전에 마친 게임회사의 오피스는 기쁘고 만족스런 마음으로 마친 프로젝트이다.
건축주의 호의적인 태도로 오로지 사무자의 근무환경에 초점을 맞추고 진행할 수가 있었다.

어느 공간이든지 그녀에게 기쁨을 주기에 특별히 선호하는 공간도 비선호하는 공간도 없지만, 디자이너라면 누구나 꿈꿔 볼만한 갤러리나 뮤지엄에 욕심이 난단다. 그 공간을 특별히 멋들어지게 만들고자 함이 아닌, 빛 하나만으로 공간 자체의 아름다움이 그 정점을 바라볼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내고 싶다고.

전성은 소장은 그녀의 주변의 모든 것에 대해 늘 감사하는 마음이다. 머리속을 디자인으로 가득 채울 수 있다는 행복에 감사하고, 중간 중간 공부할 기회가 찾아옴에 감사한다. 7년의 민설계 생활 직후 진학한 대학원이 그랬고, 2007년 남편을 따라 해외에 나가 공부할 기회가 다시 옴에 감사한다. 그러한 중간 중간의 학업이 그녀에게 재충전의 시간을 준다. 틈틈이 해외에 나가 아이디어 충전을 하기도 한다. 그저 어제와 똑 같은 일상에서 사고 전환을 시도 한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라 여겨진다.

디자인이 무어라 생각하냐고 뜬금없는 질문을 해본다. 그녀가 한번 숨을 크게 몰아 쉰 후에 무언가를 말한다. 그 시대에 주어진 환경과 조건에서 보다 나은 공간에 대한 비전을 제시하여 일반인이 그 디자인을 향유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이라고. 아무 뜻 없이 물었지만, 그것이 정답이라는 생각이 머리를 스친다.
이러한 디자인을 공부하는 학생들에게 한가지 당부하고 싶은 것은,
디자인에 한 번 미쳐보라는 것이다. 무언가 진정 좋아하는 것에 미쳐보면 그 정점을 보게 되고, 그 정점을 맛 본 사람은 열린 눈으로 모든 상황을 맞이할 수 있기에 남들보다 나은 것을 만들어 낼 수 있다는 것이 전성은 소장의 믿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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