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05-08
연구소라고 하면, 하얀 벽면에 각종 실험 도구들을 떠올리기 쉽다. 그러나 이에 대한 고정관념을 탈피하고 창의적인 공간으로 전환을 시도한 곳이 있다. 지난 5월 2일 충북 오송에 문을 연 샘표의 발효 전문 연구소인 ‘우리발효 연구중심’이 바로 그것이다. 예술계에서 샘표의 이름은 그리 낯설지 않다. 2005년 개관한 ‘샘표 스페이스’, 2011년 대규모 벽화 프로젝트 ‘샘표 아트 프로젝트’ 등은 문화, 예술과 기업의 적절한 호흡을 보여줬던 예로 손꼽혀왔다. 이번에는 연구소 내부를 작가들과의 협업을 통해 변화를 꾀하면서 실용성과 예술성을 겸비한 독특한 공간으로 탈바꿈시켰다.
에디터 | 정은주(ejjung@jungle.co.kr)
자료제공 | 샘표식품
‘우리발효 연구중심’은 서울, 이천, 영동으로 나뉘어 있던 연구소를 하나로 통합해, 한국의 전통 식문화를 계승하는 발효 기술을 통해 신제품을 개발하는 장소다. 2만 3186㎡(약 7000평) 부지에 1만 105㎡(약 3000평)의 지상 3층, 지하 1층 규모로 연구개발동, 지원동, 파일럿 플랜트 등의 시설을 갖췄다. 또한 발효에 중점을 두어 분자생물학실험실, 배양실, 원료실, 종균실, 미생물 클린룸, 멸균실 등의 전문실험실들을 만날 수 있다.
전체적으로 ‘우리발효 연구중심’은 “RECYCLE, REDUCE, REUSE”를 콘셉트로 정하고, 친환경적인 가치를 담아내고자 했다. 이월호 잡지로 쌓은 벽면과 버려진 바퀴와 파이프로 만든 조명 등은 인위적이기보다 자연스러움을 추구한다. 건물 곳곳에 있는 이러한 요소들은 일상의 대부분을 보내야 하는 연구원들에 대한 배려에서 비롯되었다. 일만 하는 공간이 아니라, 즐거움을 함께 공유할 수 있어야 한다는 생각에서 각종 편의시설을 만들었다. 다양한 형태의 미팅룸과 모든 사람이 여유롭게 즐길 수 있는 카페테리아, 야외 바비큐 시설을 갖춘 질러 놀이터, 감각적인 인테리어가 돋보이는 화장실 등은 그 예가 될 것이다.
여기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샘표에서는 연구소를 예술 공간으로 바꾸는 갤러리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연구원들에게 자유로운 영감을 불어넣는 동시에, 샘표가 진행해온 예술 프로젝트의 연장 선상인 이것은 크게 세 가지 섹션으로 나눌 수 있다. 6개의 회의실을 자유롭게 디자인한 ‘룸 갤러리’를 비롯해, 전문 실험실과 오피스를 잇는 55m의 긴 복도의 벽화인 ‘길 갤러리’, 샘표의 오랜 유물을 작품화한 로비와 외부 작품이다.
‘룸 갤러리’는 동양화, 서양화, 일러스트레이션, 디자인 등 각기 다른 전공을 가진 6명의 작가가 새로운 의미로 회의실을 재해석했다. 샘표에서는 회의실의 목적을 잃지 않는 한에서, 어떤 것도 자유롭게 선보일 수 있게 했다. 때문에, 각각의 공간은 채소밭, 수영장, 아파트 등으로 개성으로 태어났다.
‘길 갤러리’는 연구동 복도 길을 4팀이 두 개의 층으로 나눠 선보인 작품이다. 벽화가 갖고 있는장식적인 한계를 넘어, 새로운 패턴을 만들거나 로고를 이용한 극적인 조형물 등으로 창의적인 결과물을 만들어냈다. 이와 함께 샘표의 오래된 굴뚝을 활용해 만든 외부에 설치된 대형 화분인 장윤규의 ‘기억을 기록하는 화분’과 로비에 있는 발효에 사용하는 사각 틀을 활용한 사운드 오브제인 김기철의 ferment도 공간과 적절히 어우러지는 작품도 전시된다.
이렇듯 샘표는 ‘우리발효 연구중심’을 통해 “즐거움이 살아 숨 쉬는 연구소”라는 발상의 전환을 보여줬다. 이는 공간에 변화를 줬다는 점 이외에도 새로운 의미를 이끌어낸다. 작가들에게는 일반적인 작품 제작과는 다른 시도를 할 수 있게 했으며, 연구원들에게는 예술과 호흡하는 공간을 선사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