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04-10
도시재개발은 과거의 오래된 기반 속에서 지속적으로 변화를 추구하는 개발의지를 통해 더욱 새롭게 거듭난다. 세계 곳곳에서 버려지고 황폐한 공장지구를 매력 넘치는 복합문화·상업지구로 탈바꿈시키려는 시도들이 벌어지고 있다. 이런 흐름에서 볼 때 낙후된 산업시설을 친수공간으로 재개발하여 밴쿠버의 대표적인 상업 · 관광지구로 변모시켜 사람들이 즐겨 찾는 관광지로 새롭게 개발하였다는 점에서 그랜빌 아일랜드는 모범적인 도시 재개발 사례로 손꼽히고 있다.
기사제공 | 건축디자인신문 에이앤뉴스
낙후된 산업시설지역에서 세계적인 관광명소로 거듭난 캐나다 밴쿠버 그랜빌 아일랜드 재개발지역··· 도시재생의 진정성 있는 열의가 담겨져
캐나다 3대도시 중 하나로 손꼽히는 밴쿠버 다운타운과 다리로 연결되어 있는 그랜빌 아일랜드는 16만㎡의 조그만 섬으로 원래 독립 인디언들의 터전이었다. 애초 자그마한 제분공장 마을이었지만 1886년 CPR(Canadian Pacific Railway)이 놓임으로써 밴쿠버가 명칭이 변경되었다. 이후 1909년 드도빌다리가 Greek 지역까지 연결되면서 밴쿠버항의 개발이 활성화되었다. 샛강에 바다물이 흐른다고 해서 붙여진 펄스 크릭(False Creek)은 1920년대에 남측 해안 제재산업의 중심지역으로 성장하였고, 이에 근접한 그랜빌 아일랜드는 산림업, 광산업, 건설업, 조선업개발을 지원하기 시작하였다. 그랜빌 아일랜드는 산업도구를 제조하는 공장들이 넘쳐나는 산업지역으로 성장하게 된다. 하지만 대공황과 전후시기를 거치면서 펄스 크릭의 대다수 제재소들이 간판을 내렸고 그랜빌 아일랜드 산업지역은 점차 쇠퇴의 길을 걷게 된다. 공장들이 문을 닫으면서 여기저기 빈 창고들로 넘쳐나고, 그나마 남은 산업시설들은 고속도로와 인접한 외곽으로 떠나게 되었다. 버려진 공장들로 인해 그랜빌 아일랜드 지역의 환경은 심각하게 오염되었고 점차 사람들이 찾지 않는 유령도시가 되어갔다.
그러던 중 1973년 버려진 산업지구였던 그랜빌 아일랜드를 현대적인 상업지구로 탈바꿈시키고 수변지역에 공공의 접근성을 높이고자 하는 도시재개발 계획이 시정부에 의해 세워지게 된다. 이 계획으로 소규모 공장시설이 있던 자리에는 각종 판매점, 레스토랑, 극장, 교육시설 등이 들어서게 되었고, 야채와 과일, 생선 등을 판매하는 퍼블릭 마켓(Public Market)은 그랜빌 아일랜드로 사람들을 모으는 역할을 담당하게 되었다. 하지만 점차 방문객들이 증가하면서 이들에게 다양한 볼거리와 즐길 거리를 제공하고자 하는 움직임들이 일어나게 되었다. 퍼블릭 마켓이 넓히고 섬 전체를 운행하는 전차 등의 다양한 부대시설이 만들어지게 된 것이다.
그랜빌 아일랜드 재개발 장기계획으로 일컬어지는 'Island Insight'는 이러한 요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지난 2005년 놈 코널리에 의해 수립되었으며, 그랜빌 아일랜드의 역사적 특징을 잘 보존하면서도 장소성을 증대시킴으로써 사람들에게 도시로의 접근성을 높이게 되었다. 이 계획에는 그랜빌 아일랜드의 독특한 자연환경 및 지역성과 어메니티(amenity)를 되살리는 동시에 장기적으로 도시를 재생시키고자 하는 구체적인 대안, 도시구조 인프라에 대한 이해, 지속가능성, 교통체계, 토지이용계획 등이 포함하고 있다. 그랜빌 아일랜드 전 지역을 대상으로 한 Island Insight 계획은 도시 지하 공간 서비스와 부두, 선착장 등을 검토하였고, 도시설비의 Barrier Free 강화, 경제·사회·환경적인 지속가능한 개발, 안정성과 치안유지, 재정자립도 강화, 변화에 대한 다양한 접근성을 체계적으로 모색하였다. 토지이용계획에는 낙후된 인프라를 회복하고 다양한 연령과 계층들이 어우러지고 해변으로의 접근성을 높이는 매력 넘치는 장소 만들기, 과거의 산업시설을 재활용함으로써 현대와 조화로운 방식을 수용함으로써 공공영역에 더욱 활기를 불어넣고자 하였다. 그랜빌 아일랜드에 적용된 교통시스템 역시 보도이용을 증대시키고 자전거 도로, 환승시스템, 페리, 시내전차, 자동차로의 접근성을 강화시켰다. 특히 미니페리는 그랜빌 아일랜드와 잉글리시 베이, 사이언스 월드 등 바다와 인접한 밴쿠버 중심지역을 이어줌으로써 자동차 없이도 자전거와 도보만으로 그랜빌 아일랜드에 접근이 가능하다.
캐나다 모기지 주택공사 CMHC(Canada Mortgage and Housing Corporation)와 A Federal Crown Corporation가 현재 재정을 운영하고 있는 그랜빌 아일랜드는 정부로부터 어떠한 금융지원도 받지 않는 경제적 자급자족 지역으로 거듭나게 되었다. 지난 2005년 이후 캐나다 모기지 주택공사 CMHC에서 새롭게 재개발한 계획에는 일터와 주거공간의 유료주차장, 셔틀버스 등의 교통계획이 더해졌고 주민과의 인터뷰와 워크숍, 책임자의 자문과정을 거침으로써 그랜빌 아일랜드 지역의 복합문화적 색채를 더욱 풍성하게 만들고 있다.
낡고 오래된 공장과 창고는 신선한 과일과 음식을 제공하는 퍼블릭 마켓(Public Market)으로 변모하였고, 어린이들을 위한 키즈 마켓(Kid's Market)은 물론 뮤지컬과 콘서트 등을 볼 수 있는 아트클럽 극장, 각종 장신구와 공예품을 구입할 수 있는 다채로운 예술가들의 공방과 판매점, 브리티시 컬럼비아주에서 가장 오래된 맥주 양조장 중 하나인 Brewery, 밴쿠버의 명문 에밀리 카(Emily Carr) 예술학교 등이 리모델링되어 독특한 도시의 분위기를 자아낸다. 매년 1200만명 이상의 관광객들이 즐겨 찾는 퍼블릭 마켓에는 약 260여개의 상점, 스튜디오, 갤러리 등이 들어서 있고 2300여명이 출근하는 일터가 되고 있다. 연일 관광객들로 넘쳐나는 그랜빌 아일랜드의 곳곳의 부둣가에는 연극, 음악, 시각예술 등의 공연문화가 펼쳐지며 관광객들에게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한다.
과거의 낡은 산업시설을 기반으로 그 흔적을 고스란히 간직한 채 재개발된 그랜빌 아일랜드는 과거와 현재가 잘 조화된 개발이라는 점에서 많은 것을 느끼게 해준다. 오래된 산업시설을 무조건적으로 해체하기보다는 그대로 인정하고 적절한 시설과 공간기능들을 창의적으로 덧입힘으로써 도시공간은 더욱더 흥미롭고 윤기 나는 곳으로 변해간 것이다. 여기에는 지역민들과의 충분한 대화를 통해 재개발의 여론을 수렴하고자 하는 바람직한 진행과정, 항만을 중심으로 한 인간미 넘치고 조화로운 친수공간의 특성을 조성하고자 하는 도시재생의 진정성 있는 열의가 있었기에 세계적인 관광명소로 거듭나게 된 것이다. (편집국장 김용삼 사진 에이앤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