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전체보기

분야별
유형별
매체별
매체전체
무신사
월간사진
월간 POPSIGN
bob

아트 | 리뷰

핸드폰이 다이빙을 한다?

2004-06-11

핸드폰과 손. 요즘 제가 자주 촬영하게 되는 소재인 것 같습니다.
물론 제 의도와는 상관없이 주어지는 촬영의 기회들이지만 나중에 그것들만 모아 봐도 재미있을 것 같습니다.
이번에 드릴 이야기도 ‘핸드폰과 손’을 소재로 한 SKY 광고입니다. 기존의 “It’s different”로 이어지는 스카이 광고 톤이 주로 어둡고 고급스러운 분위기였던 것과는 대조적으로 이번 것은 밝고 경쾌한 분위기의 사뭇 다른 톤으로 진행되었습니다.
아마도 다이빙과 수영의 컨셉이 ‘어둡고 묵직한 고급스러움’보다는 ‘밝고 경쾌한’ 톤이 어울린다고 판단했기 때문일 것입니다.

각각 다른 포즈(?)의 핸드폰 5개와 여유분의 다른 포즈를 2개 더. 거기에다 핸드폰을 잡고 있는 손, 그리고 배경까지. 이 모든 컷들은 또한 각각의 여유 있는 변형된 컷들을 필요로 하겠지요.
보기에는 별것 아닌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상당히 복잡하고 어려운 촬영이었고 제 머릿속에서는 벌써 조각조각 나누어서 필요한 컷들을 분석하고 있었습니다.
심플한 사진 한 컷으로… 더 이상 말이 필요 없는, 그런 촬영이 그리워지는 순간입니다.

담당 디자이너는 핸드폰 모습들을 미리 결정해놓고 각각의 포즈들을 디지털카메라로 촬영해서 출력해 왔더군요.
늘 감탄하는 바이지만, 결과에 대한 확신과 일에 대한 열정이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었습니다.
이런 경우에 저는 정확한 설계도에 맞추어 카메라 앵글을 고정시키고 ‘멋진 빛’으로 ‘최고의 옷’을 입혀 주는 것에만 집중할 수가 있는 것이고 그것은 곧 좋은 결과물로 이어지게 됩니다.
‘최고의 옷’이란 최고의 조명을 말하겠지요.
사진에 있어서 조명이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 중요한 요소임에 틀림이 없습니다.

저의 경우, 특히 은색 핸드폰 같은 반사체를 촬영할 경우에는 부드러운 확산광(예를 들면 소프트 박스)보다는 강한 집중광(주로 허니컴)을 이용해 하일라이트를 살려주고 특히 외곽선을 강조하는 방법을 많이 사용합니다.
그러나 이 방법은 강한 직접 조명 때문에 간혹 거친 부분이 생길 수 있고 부분적으로 트레이싱 페이퍼 같은 디퓨져를 조명 앞에 설치하여 강한 하일라이트를 약간 부드럽게 만들어 주어야 합니다.
이때 디퓨져와 조명 사이가 가까우면 강하고 거칠게 되고 반면에 멀어지면 다소 약하고 부드럽게 됩니다.

이번 촬영처럼 여러 요소를 합성해야 하는 경우에는 어색함이 없도록 조명의 일관성을 유지하여 촬영하는 것 또한 매우 중요합니다.
낙하하고 있는 핸드폰에서 각각의 포즈는 다르지만 빛의 방향을 동일하게 지켜 주어야 자연스러움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각각 다른 포즈의 핸드폰들을 ‘왼쪽 위에서 메인 조명이 비취는 상황’으로 조명을 했고 손과 배경도 마찬가지로 조명의 일관성을 유지하며 촬영을 해야 했습니다.
그렇다고 똑같은 조명에서 핸드폰의 포즈만 바꾸면서 촬영을 해서는 안 됩니다.
각각의 포즈에서 빛을 반사시키는 상태가 상당히 다르므로 빛의 방향성을 유지한 채로 각각의 포즈에 맞는 최적의 조명을 만들어 주어야 하는 것이죠.

맨 아래 위치할 핸드폰과 손의 경우 빛의 방향성을 유지하면서 손에 맞는 조명으로 핸드폰을 들고 있는 모습을 촬영합니다.
물론 핸드폰은 제대로 된 조명을 받을 수 없어서 시커멓게 나올 수도 있겠지만 잡고 있는 손의 형태감과 그림자의 자연스러움을 담아내고자 손 위주로 촬영을 하는 것입니다.
잡고 있는 핸드폰은 따로 촬영해야 하는데 이것 역시 일관된 빛의 방향성에 유념하며 촬영했습니다

광고에 있어서 메인 이미지가 되는 사진은 매우 중요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회의에 회의를 거듭하고 여러 고민들 끝에 컨셉과 촬영 시안이 결정되며 까다로운 여러 조건들이 붙여진 채로 촬영하게 됩니다.
물론 실제 완성사진에 버금가는 완벽(?)한 촬영 시안도 함께 오게 되죠.
이때부터 광고 사진가의 역할이 시작되어진다고 보는데 디자이너도 사진가도 철저한 사전 준비가 반드시 필요합니다.
사전 준비 없이 막연한 생각으로 촬영에 임한다면 불확실함 속에서 혹시나 하는 생각에 이 앵글 저 앵글 시도하며 쓰지도 못할 불필요한 컷들을 만들게 되고 소중한 시간들을 낭비하며 에너지를 분산시키게 됩니다.
너무 막연하게 넓은 경우의 수를 대비하며 무난한 결과를 얻기보다는 구체적인 계획을 가지고 불필요한 노력들을 줄이고 확실한 방향을 정하여 끌로 파듯 집중 공략(?)하며 질을 높여나가는 현명함을 보여야 할 것입니다.

제 경우는 가장 먼저 광고의 컨셉(주제)을 생각하고 이해하고 공감하려고 노력합니다.
이것이 이루어지면 ‘사진적인 방법’을 총 동원하여 컨셉을 표현하려는 계획을 세웁니다.
그리고 사진적인 방법으로 혹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거나 효율적이지 못한 부분을 미리 예상하고 아주 구체적이고도 자신감 있게 다른 대안을 제시해 줄 수 있어야 합니다.
주로 ‘컴퓨터 작업’이 이런 경우 아주 유용한 대안으로 쓰입니다만 신중한 매너가 필요한 부분입니다.
막연하게 “컴퓨터로 합성하세요”, “그건 못찍어요”라고 말하기보다는 “이런 문제가 생길 수 있으니 나중에 컴퓨터로 작업하는 것이 보다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라고 말해야 하고 “아쉽네요. 저도 멋진 사진 한 컷으로 해결하고 싶었는데… 왠지 죄송합니다”는 겸손한 말 한마디까지 잊지 말아야 합니다.
최소한 힘들고 귀찮아서 디지털로 혹은 컴퓨터로 떠넘긴다는 인상을 주지 않는 것과 그러한 노력들… 우리 사진가들이 디지털을 대할 때 더 바람직한 태도가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facebook twitter

당신을 위한 정글매거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