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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 | 리뷰

진하게 남는 주스의 참맛

2004-09-22


이번엔 웰치 주스 촬영 이야기를 풀어보고자 합니다.
잡지 2면을 기본 안으로 두 개의 이미지를 만들어 내는 일, 그 첫 번째 이미지는 웰치 포도 주스를 마시고 환히 미소 짓는 딸의 모습을, 두 번째 이미지는 딸의 뽀뽀를 받고 행복해 하는 엄마의 모습을 담아내는 일입니다.
이번 촬영에서 제가 염두에 둔 것들을 정리해 보자면, 디지털 촬영이고 인물 클로즈업인 경우라 어두운 머리카락의 디테일이 뭉개지지 않도록 구석구석을 밝게 조명하면서도 너무 평면적이지 않아야 한다는 것, 아이의 경우 만약을 대비해서 얼굴과 손을 따로 촬영해 둔다는 것, 흰 우유와는 달리 입가에 묻은 포도 주스가 자칫 피처럼 보일 우려가 있기에 양과 농도에 신경을 써야 한다는 점, 아이들은 지치기 쉽고 인내심이 적기 때문에 엄마보다 아이를 먼저 촬영해야 한다는 점, 엄마 모델은 바쁘다고 할 것이기에 신속하게 촬영해야 할 거라는 예상까지. 이런 점들을 고려하여 작업에 들어갔고 미리 테스트 촬영을 해두었기 때문에 모델 체형의 차이를 고려하여 의자와 반사판의 높이, 그리고 배경 조명의 위치 정도만 바꾸어 가며 촬영을 마칠 수 있었습니다.

요즘 저는 고객들게 웬만하면 디지털로 촬영할 것을 권해 드리고 있는데 디지털에 대한 디자이너나 광고주 분들의 인식이 많이 바뀌어가고 있음을 느낄 수 있습니다.
제가 디지털을 처음 도입한 2년 전만 하더라도 디지털에 대한 거부감이 상당했고 그 시기에 생긴 고객들의 불만은 좀처럼 바꾸기 힘든 것이었나 봅니다.
그래서 요즘도 디지털을 권해 드릴 때에는 상당히 조심스럽게 접근합니다. 솔직하게 과거 디지털의 단점들을 말씀 드리고 현재는 어떻게 그런 단점들을 보완해 가고 있는지를, 그러나 요즘도 많은 변수들이 있을 수 있고 이런 저런 문제가 생길 수는 있지만 그런 것들만 조심하면 디지털의 좋은 장점들을 누릴 수 있노라고 차분하게 설명을 드립니다.
과거에는 슬라이드 필름만 넘겨 드리고 나면 그만이었지만 디지털로 전환되고부터는 촬영된 데이터를 CD에 담아 건네 드리는 것만으로 사진가의 역할이 끝나는 것이 아닙니다.
디지털로의 전환이 분명 편리해진 장점이 있는 만큼 사진가가 할 일과 책임져야 할 영역이 넓어진 것도 사실이고요.

이번 촬영에서도 디지털 촬영이 결정된 후, 제가 촬영한 데이터를 후반 작업할 디자인 업체의 작업 환경을 미리 점검해야 했습니다.
촬영 하루 전 테스트 촬영을 한 후 촬영된 데이터를 매킨토시 노트북인 파워북에 담아 디자인 업체를 방문했습니다.

물론 파워북은 이미 제가 촬영할 때 사용할 데스크탑 매킨토시 컴퓨터와 작업환경을 맞추어 놓은 상태입니다. 그 곳 환경에서 같은 데이터를 동시에 열어놓고 꼼꼼히 비교하며 차이를 줄여 나가게 되며 이때 제가 주로 점검하는 사항은 모니터 밝기와 감마값, 그리고 포토샵의 컬러세팅 값입니다.
모니터 밝기와 감마값은 촬영 시 노출의 기준이 되는 중요한 문제로 제 모니터에서 적정노출로 촬영했다 하더라도 실제 후반 작업 환경에서 어둡거나 밝거나 흐리게 보이는 경우가 허다하고, 그런 데이터를 포토샵에서 무리하게 보정하다 보면 그만큼 화질이 떨어져 거칠게 되며 디테일을 잃어가는 경우를 종종 보게 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정확한 모니터 밝기를 맞추어 촬영에서의 적정 노출을 작업환경으로 그대로 가져가는 것이 본래 데이터의 퀄리티를 유지하는 중요한 요소가 된다고 봅니다.
또한 CMYK 모드로 전환했을 때 색감의 차이와 암부 디테일이 잘 살 수 있도록 후반 작업환경의 포토샵 컬러 세팅 값을 체크해 둡니다.
색상 또한 중요한 요소인데, 워낙 작업환경에서 오는 변수가 크다 보니 후반 작업환경의 모니터 색상에 맞추어 가는 지혜가 필요합니다. 평소에 거래하는 인쇄소에서 나온 교정지와 모니터 색상을 최대한 맞추어 가면서, 그 차이를 줄여 나가려는 꾸준한 노력이 필요한 부분이기도 합니다.

좀 어렵죠? 하지만 우리나라 현실에서는 사진가가 이 단계까지는 신경을 써 주어야 뒷탈(?)이 없습니다. 저도 들은 이야기입니다만 일본의 경우 사진가는 RGB 상태로 데이터를 넘겨주기만 하면 그 다음의 모든 과정을 인쇄소가 책임진다고 들었습니다. 부러운 얘기죠.
그만큼 체계적이고 과학적인 CMS 관리가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촬영 당일 실제로 모델이 오면 다시 한번 테스트 촬영을 한 후, 데이터를 웹하드로 보내고 마지막 점검을 받습니다.
그리고 이상이 없다고 전화를 받고 나서야 촬영에 들어갑니다. 제 경우에는 촬영을 마친 후, 촬영된 데이터를 직접 들고 디자인 업체로 가서 열어 확인하는 것까지 보고 나서야 안심이 된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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