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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 | 리뷰

스카이- 벗어나지 못하게 추적한다

2006-10-04


매 번 겪는 일이지만 스카이의 촬영이 시작될 때가 되면 마음은 늘 걱정 반, 기대 반의 상태가 되곤 합니다. 이번엔 어떤 컨셉이 주어지고 어떤 것을 고민하게 될지 흥미롭기도 하고요. 아무리 좋은 컨셉이나 표현 방식도 어디서 본 듯한 것은 수용할 수 없다는 스카이 광고주의 뚜렷한 입장을 잘 알고 있는 상황이다 보니, 끝도 없는 생각의 바다를 헤매며 고민에 고민을 더한 끝에 어렵게 결정되고 진행되는 촬영은 늘 흥분되고 긴장이 됩니다.
이번에 나온 제품은 카메라에 안면 인식 기능이 있어 사람의 얼굴을 자동으로 추적하여 화면의 주된 위치를 벗어나지 않게 보정해 준다고 합니다. 이 기능에 착안하여 촬영의 전체 컨셉이 정해졌고 와이어에 매달린 핸드폰은 마치 살아있는 듯 움직이거나 사람을 따라다니는 등 긴장된 장면들을 연출했습니다. 모델들은 마치 우주공간을 유영하듯 허공에 떠있는 모습이어야 했고 이것을 연출하기 위해서는 전문 와이어 액션(사람의 몸에 줄을 매달아 공중에 띄우는 기술) 팀의 도움을 받아야 했습니다.


모델이 주로 서게 될 위치를 결정하고 그 지점 바로 위 콘크리트 천정에 든든한 앵커를 박아 넣고, 그 앵커를 기준으로 좌우 옆 110cm 간격으로 각각 앵커 1개씩 모두 3개의 앵커를 설치하고 연결 고리를 달아 암벽등반용 카라비너와 도르래를 설치합니다. '하네스'라 불리는 안전벨트를 모델의 하반신에 착용시키고, 천정의 도르래와 하네스를 든든한 강철 와이어로 연결, 와이어의 반대편 끝을 여러 사람이 잡아당기는 형식으로 진행했습니다. 얇게 고안된 하네스는 몸에 붙는 청바지를 입어도 될 만큼 겉으로 드러나지 않도록 개조된 것을 사용합니다. 얇은 스판 반바지를 입히고 그 위에 하네스를 착용하고 의상을 입어야 하기 때문에 모델의 의상(특히 바지)은 원래보다 한 치수 큰 사이즈로 한 벌 더 준비하는 것이 좋습니다. 또한 드레스나 길게 내려오는 상의에는 옆구리 부분에 와이어가 빠져나올 구멍을 뚫어야 하기 때문에 옷이 상할 수 있으므로 가급적 렌털이나 협찬보다는 구입을 택하는 것이 좋습니다.


이번 촬영에서 조명의 포인트는 부드러운 순광으로 역광의 하이라이트를 사용하지 않으며 진지하고도 차분한 분위기를 연출해야 합니다. 붐 스탠드에 소프트박스를 달아 모델 앞 45도 위쪽에 메인조명으로 사용하고 비슷한 밝기와 위치에서 몇 개의 허니컴 스팟을 사용해 메인조명이 못 미치는 어두운 부분을 밝혀주거나 메인조명이 닿는 부분을 한 번 더 비추어 주변보다 한 스텝 밝은 영역을 만들어 전체적으로 밝고 어두운 부분이 많이 생겨나 풍부한 톤이 느껴지도록 연출해주었습니다.


레디 고! 지시와 함께 와이어가 당겨지고, 대형 선풍기가 강한 바람을 일으키고, 공중에 매달린 모델이 유영하듯 정해진 자세와 표정을 연기하며 촬영이 이뤄집니다. 와이어에 매달린 모델은 옆구리와 허벅지 등에 고통이 수반되므로 난이도 높은 포즈를 요구할 경우, 그 어느 때보다도 신속한 진행과 충분한 휴식을 할 수 있도록 각별한 관심과 배려를 해주어야 합니다. 모델이 힘들어하는 가운데서는 결코 좋은 자세나 표정이 나올 수 없고 아무리 연기를 잘 한다 해도 그 힘든 상황을 감출 수 없게 되어 사진에 그대로 나타나곤 합니다. 특히 이번과 같은 촬영은 모델의 자발적인 참여와 적극성 없이는 좋은 결과물을 기대할 수 없기 때문에 어느 때보다도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고 모델 선택에 있어서도 그 사람의 인내심과 친화력과 적극성 등을 눈여겨보아야 합니다.


많은 스태프와 함께 하는 상황에서 결과물에 집착한 나머지 과도한 욕심을 부리다 보면 여러 사람 고생시키는 것은 물론 결과물도 별로인 경우를 가끔 봅니다. 스태프의 능력과 성향을 잘 파악해 우수하고 친화력 있는 팀을 구성, 유지하고 또한 그들이 지치지 않도록 전체적인 시간 관리를 통해 가장 좋은 능력을 발휘하도록 세심하게 배려하는 가운데 진행해야 한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글 │ 임병호

1992년부터 임병호 스튜디오를 운영하고 있는 광고 사진가.
KTF, 파란닷컴, 삼성, 풀무원, SK텔레콤, 농심, 바디샵 등의 제품 광고를 촬영해 왔으며 홈페이지(www.limphoto.com,/a>)에서 그간 연재되었던 광고 사진 이야기를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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