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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 | 리뷰

크다! CMA보다 큰 PMA, 빅팟 탄생

2007-12-11

임병호
1992년부터 임병호 스튜디오를 운영하고 있는 광고 사진가.
삼성전자, SK텔레콤, 스카이, KTF, CJ 등 대기업들의 광고 사진을 촬영해 왔으며 홈페이지(www.limphoto.com)에서 그간 연재되었던 광고 사진 이야기를 만날 수 있다.

광고주 하나은행
대행사 웰컴
어카운트플래너 이성훈
아트디렉터 이호룡
카피라이터 박승헌
컴퓨터아트워크/BOM 채동훈, 임만섭
사용장비 FUJIFILM GX680
FUJINON 180mm
PHASEONE P25 디지털백
C1Pro
SPEEDOTRON 4804, 2403CX
Broncolor Grafit A4

얼마 전에 하나은행 빅팟BIGPOT의 인쇄 광고 촬영이 있었습니다. 프랑스 현대 조형 미술계의 거장인 ‘장 피에르 레이노Jean Pierre Raynaud’의 작품인 커다란 화분이 하나은행 빅팟 상품의 광고 모델(?)로 등장하게 되었습니다. 그의 초대형 화분 작품은 국내의 몇몇 미술관에서도 만날 수 있다고 하는데 광고에서 현대 조형 미술 작품을 그대로 사용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합니다.

우선 경기도의 어떤 미술관에서 촬영을 해야 한다는 연락을 받고 현지 상황을 자세히 알아보았습니다. 그런데 2미터가 넘고 자동차와 같은 광택이 있다는 설명을 듣고는 야외 촬영이 힘들겠다는 결론에 도달했습니다. 광고주는 ‘거대한 부피감이 느껴지며 강한 하이라이트와 자연스러운 중간 톤, 묵직한 느낌의 어두운 부분까지 잘 표현되고 광택의 느낌이 살아 있는 사진’을 원했지만 그런 촬영을 위해서는 대형 돔dome 스튜디오가 필요하다는 판단을 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거대한 작품을 돔 스튜디오로 옮기는 것은 불가능하므로 야외에서 촬영한 후 컴퓨터로 후반 작업을 하자는 의견이 나올 무렵, 국내의 어느 갤러리에 작은 화분 작품을 소장한 사람이 있다는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그렇게 해서 어렵게 섭외한 화분 작품이 삼엄한(?) 경호를 받으며 스튜디오에 도착하게 되었습니다. 작품은 강렬한 빨간색과 초록색 두 가지로 은가루를 뿌려 놓은 듯 펄 느낌의 고광택 도료로 마감이 되어 있었습니다.

1억 원이 넘는다는 고가의 작품인지라 행여 흠집이 날까 흰 장갑을 끼고 조심스럽게 세팅을 시작했습니다. 우선 빛이 투과하는 유백색 아크릴판을 휘어 돔 형태로 배경을 만들고 그 속에 작품이 들어가도록 했습니다. 지면 광고의 최종 레이아웃을 고려해 오른쪽 위에는 허니컴을 장착한 스트로보를 주조명으로 배치하고 명부를 살려 주었으며, 왼쪽에는 암부가 생기도록 조명의 각도를 조절했습니다. 암부가 너무 많으면 원통의 느낌을 살려 주는 계조의 표현이 어렵고, 너무 적으면 부피감이 줄어 미니어처란 느낌이 들기 때문에 주조명의 위치와 각도를 잡는 데 매우 신중해야 했습니다. 그리고 명부와 암부 사이의 중간 톤들을 풍부하고 자연스럽게 만들어 주고 암부의 세부를 표현하기 위해 필라이트를 설치했습니다.

붐 스탠드를 이용해 소프트박스를 작품의 정면 위쪽에 설치하여 필라이트가 세트 전체에 영향을 미치도록 하고 작품의 아래쪽에는 화이트보드가 반사판 역할을 하도록 설치합니다. 화이트보드는 주로 흰색 우드락 재질을 이용하는데, 설치 시 위아래 거리에 변화를 주면서 자연스러운 계조가 이어지도록 세심한 조절이 필요합니다. 주조명을 확산판 없이 직접 비출 경우 작품의 펄 느낌은 강하게 살지만 계조의 변화가 너무 급격하고, 확산판을 사용할 경우에는 밋밋한 결과가 나오게 됩니다. 따라서 확산판을 사용하더라도 조명의 중심부, 즉 가장 밝은 영역 위주로 사용하고 조명의 주변 부분은 빛이 직접 작품을 비추도록 하여 펼의 느낌도 살리고 자연스러운 톤의 변화도 꾀하도록 합니다.

작은 화분 작품으로 거대한 느낌을 표현하려면, 조명도 중요하지만 카메라의 앵글에 따라 부피감과 배치한 조명의 효과가 변하게 되므로 최적의 앵글을 찾고 위아래로 조금씩 변화를 주는 촬영과 그에 따른 조명의 수정을 반드시 해야 합니다.

요즘은 굳이 갤러리에 가지 않더라도 공공 시설물이나 큰 건물 내부에서 어렵지 않게 예술가들의 작품을 만날 수 있습니다. 그림이나 조각, 설치에서 사진까지 다양한 장르의 작품들이 여러 공간들을 채우고 있는데, 기업들뿐만 아니라 삶의 여유가 있는 개인들도 미술품을 사들이며 그 가치를 높이는 데 한몫을 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듣습니다. 어떤 은행에서는 국내 미술품에 투자하는 소위 ‘아트 펀드’를 만들어 프라이빗 뱅킹 고객들을 상대로 판매하고 있는데 반응이 좋다고 합니다. 사진 분야도 사진에 대한 관심과 인식이 변함에 따라 그 소장 가치를 인정하는 사람들이 더 많아질 것입니다.

지금 제 앞에 놓여 있는 높이 20센티미터 남짓한 화분 모양의 플라스틱 덩어리는 프랑스 거장의 작품이기에 그 가치를 인정받아 광고에 등장하여 화제가 되었습니다. 머지않아 장래에 열심히 활동하는 우리 작가들의 작품이 사회적 관심의 대상이 되고 또 광고에 더 많이 등장하게 되기를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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