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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 | 리뷰

마시는 것만으로도 웰빙이 되는 커피

2008-03-11


임병호
1992년부터 임병호 스튜디오를 운영하고 있는 광고 사진가.
삼성전자, SK텔레콤, 스카이, KTF, CJ 등 대기업들의 광고 사진을 촬영해 왔으며 홈페이지(www.limphoto.com)에서 그간 연재되었던 광고 사진 이야기를 만날 수 있다.

광고주 동서식품
대행사 제일기획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안해익
컴퓨터아트워크 장명진(바이클릭)
아트디렉터 성봉재
스타일리스트 이은경
사용장비 FUJIFILM GX680
PHASEONE P25 디지털백
C1Pro
SPEEDOTRON 4804, 2403CX
Broncolor Grafit A4

일반적으로 ‘커피’하면 건강에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 기호 식품으로 여겨 왔습니다만, 그런 생각을 바꿔야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사람 몸에 좋은 녹차 성분이 함유된 웰빙 커피가 출시되었기 때문입니다. ‘마시는 것만으로도 웰빙이 되는 커피’ 맥심웰빙폴리페놀커피 지면 광고 촬영입니다.

웰빙을 표현하는 방법이 여러 가지 시안으로 제시되었습니다. 그 중, 늘씬한 모델이 요가를 즐기고 있는 시안을 제치고 아침 햇살, 푸른 잎사귀와 커피 원두가 어우러져 있는 시안으로 결정되었습니다. 일반적으로 커피 잔 위에 원두를 담아 놓거나 허브 잎사귀를 올려놓지는 않습니다. 또한 커피를 즐기는 테이블 위에 아침 햇살이 비치고 있고, 푸른 허브 줄기들이 어우러져 있다는 상황 자체도 일상적인 모습이라기보다는 광고의 컨셉을 강조하기 위한 이미지로 생각해야 했습니다.


위에서 내려다보는 이미지에서 바닥의 재질과 컬러는 시각적으로 비중이 높은 부분이기 때문에 신중히 선택해야 합니다. 웰빙의 정의가 다소 주관적일 수 있지만 ‘인공’보다는 ‘자연’에 가깝기 때문에 푸른 잎사귀나 원두와 잘 어울리도록 너무 밝지 않은 컬러의 고급스런 나무 재질의 바닥재를 테이블 소재로 정했습니다.
두 평 정도의 바닥재를 펼쳐 놓고 복잡하지 않은 자연스러운 무늬의 나무를 조립했습니다. 쪽마루와 쪽마루 사이가 완전히 붙을 경우, 나무 무늬 필름의 느낌이 들 수 있기 때문에 실제 쪽마루를 이어 붙인 느낌이 들도록 하기 위해 사이사이에 약간의 틈을 의도적으로 주었습니다.

커피 잔을 선택할 때는 원두를 풍성하게 담아야 하고 허브 잎사귀가 여유롭게 올라갈 수 있어야 하기 때문에 잔과 받침이 조화를 이루는 범위 안에서 가능한 한 큰 잔을 선택해야 합니다.
원두가 어둡기 때문에 되도록이면 밝은 컬러에 알이 굵고 깨지지 않은 잘생긴 녀석들로 골라 연출합니다. 푸른 잎사귀는 그 모양이 크지 않으면서 조명이 닿았을 때 빛이 투과할 수 있는 두께가 얇은 것을 골랐습니다. 그리고 화분에 심겨져 있는 식물 중 마음에 드는 줄기를 선택해 뿌리와 분리하고 호일에 물기가 있는 흙을 담아 뿌리를 감싸 주어 장시간 조명에 견딜 수 있도록 합니다.
이렇게 2~3가지 종류의 허브를 위와 같은 방법으로 여러 뭉치를 만들어 테이블 위쪽과 아래쪽에 조화를 이루도록 세팅합니다. 또한 커피를 제조할 때는 잔 바닥이 투명하게 보일 정도로 색이 엷어야 탁해 보이지 않습니다.

아침 햇살은 낮은 각도에서 한 방향으로 강하게 비추기 때문에 뚜렷한 그림자가 길게 드리워지고 따뜻한 색을 띠는 특성이 있습니다. 세트 전체를 커버하도록 소프트박스 하나를 탑 위치에서 필 라이트(전체 콘트라스트 조절용, 엄밀히 따지면 어두운 부분의 밝기 조절용 조명)로 비추고 4개의 허니컴 스폿(10° 정도의 허니컴 그리드를 장착하여 좁고 강하게 비추도록 함)이 사진의 왼쪽 위에서 아래 오른쪽으로 낮게 비추도록 세팅합니다.
이중 2개의 허니컴 스폿은 세트를 직접 비추도록 메인 라이트로 활용하고, 나머지 2개는 오른쪽 아래의 여러 오목 거울을 비추는 효과광으로 사용합니다. 사진 오른쪽 아래에 설치된 여러 개의 오목 거울은 허니컴 스폿의 빛을 반사시키며 바닥에 어른어른하고 영롱한 빛의 무늬를 만드는 역할을 하며, 또한 잔 속의 커피와 받침 위의 원두와 잎사귀를 부분적으로 밝혀 주어 조명의 깊이를 더하는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그리고 정확한 기준은 없지만, 오목 거울은 그 정도에 따라 배율의 차이가 있습니다. 아쉽게도 요즘 출시되는 일반적인 확대경(2배 정도)으로는 별로 효과가 없고, 고배율이어야 하는데 이는 구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마지막으로 잔 속에서 피어오르는 김을 연출해야 합니다. 일반적인 음식 촬영에서는 개조한 가습기의 입구를 긴 호스와 연결하여 김이 나오도록 만듭니다.
타이밍과 그 양을 엄지손가락으로 조절하는데, 이는 많은 변수가 있으므로 셔터를 누르는 때와 맞추어 여러 번 테스트를 거치면서 원하는 형태가 나오도록 손 동작과 타이밍을 인내심을 갖고 연습해야 합니다. 또한 조명의 열을 식히기 위해 팬을 돌리는데, 이 바람 때문에 김의 형태가 빨리 흐트러집니다. 그럴 때는 조명 앞에 투명 유리나 아크릴판을 설치하여 바람을 막아 주어야 합니다.


여러분은 ‘커피’하면 어떤 것들이 떠오르시나요? 저는 삶의 여유와 낭만, 좋은 사람과의 만남이나 나눔을 떠올립니다. 한 잔의 커피를 마시며 대화를 통해 삶을 나누고, 현장에서의 지식을 공유하면서 이러한 즐거움은 점점 더 커져 갑니다.
어떤 분이 농담을 섞어 한 말씀 중에 “촬영 노하우를 그렇게 다 공개하니까 다른 스튜디오에서는 일이 줄어들고 힘들어진다”라고 하셨던 것이 생각납니다. 얕은 지식과 노하우를 가지고 마치 그것이 사진의 비법인 것처럼 움켜쥐려 한다면 하루빨리 생각을 바꿔야 할 것입니다. 도구의 올바른 사용법이나 활용 방법은 가능한 한 여러 사람과 공유해야 합니다. 그리고 ‘창의적인 시각’과 ‘아이디어’에는 무관심한 채 ‘하드웨어적인 것’에 집착한다면 그 사람은 금방 바닥을 드러내며 한계에 부딪치고 말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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