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07-18
포토저널리즘의 가장 중요한 목적 가운데 하나는 효과적인 커뮤니케이션이다. 즉 시각적으로 효과적인 사진을 촬영해 독자가 사진을 제대로 이해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독자의 시각 인지가 어떤 과정을 통해 이루어지는지를 먼저 고려해야 한다.
글 | 김성민 경주대학교 조형예술학부 사진영상학과 교수
주제vs배경, 효과적인 주제 드러내기!
게스탈트 인지 심리의 이해와 응용
사실상 서점이나 인터넷 상에서 포토저널리즘에 관한 글이나 책자를 찾아보면 대부분 현장에서의 실질적인 테크닉이 위주여서, 우리의 눈과 뇌가 시각적인 자극을 어떻게 처리하는지에 대한 시각 인지 심리학은 거의 다뤄지지 않는 것을 볼 수 있다. 사진가나 편집인이 좀더 효과적인 커뮤니케이터가 되기 위해서는 이러한 인지 심리에 대한 이해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
게스탈트(Gestalt) 심리학은 1912년경 독일에서 막스 워트하이머(Max Wertheimer)와 그 동료들의 작업과 함께 시작되었다. 이들은 인지는 환원할 수 없는 형태들에 근거하고 있다는 인지 원칙에 대한 근거로써 형상 혹은 외형이라는 의미의 ‘게스탈트’라는 용어를 사용했다.
우리는 이미지에서 각 부분들을 보는 것이 아니라 전체 이미지를 본다. 일례로 개의 머리, 몸통, 다리, 꼬리 등이 개별적으로 인지되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완벽한 개로 지각된다. 따라서 게스탈트란 단일 형상으로 시각 요소들이 통합되는 것을 의미한다. 전체는 부분들의 합과 다르거나 그 이상이다. 게스탈트(형상)는 일정한 대조의 형태에 의해 배경으로부터 분리되었을 때에만 인지될 수 있다는 것이다.
눈에 보이는 모든 형태들은 적어도 두 가지의 구분되는 측면인 형상(전경의 인물이나 주요 피사체)과 배경을 가진다. 사진을 볼 때 우리는 우리의 시선을 집중시키는 형상이 되는 오브제를 즉각적으로 선택할 수 있게 된다. 그런 다음에 형상을 둘러싸고 있는 주변부인 전경과 배경을 본다. 베를린 대학의 언스트 웨버(Ernst A. Weber) 교수는 그의 저서 ‘시각, 구성과 사진(Vision, Composition and Photography)’에서 사람이 배경으로부터 주피사체인 형상을 선택하는 데에는 단지 1/100초 정도의 시간이 소용된다고 기술하고 있다. 즉 우리는 형상과 배경을 동시에 보는 것이 아니라, 배경으로부터 형상을 우선 분리해 낸다고 볼 수 있다.
무엇이 형상이 되느냐는 문제는 사진의 특성, 독자의 관심사, 지식 및 문화적 배경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형상과 배경을 동시에 인지할 수 없다는 사실은 독자뿐만 아니라 사진가에게도 매우 중요하다. 뉴스 상황에서 포토저널리스트가 자신의 주제에 집중하게 되면 자신의 주제가 배경과 어떤 관계를 맺고 있는지를 동시에 보기는 정말 어렵다. 따라서 촬영을 할 때는 항상 자신의 주피사체와 배경이 서로 다투거나, 배경이 사진의 메시지를 손상시키지 않는지 신중하게 생각해야 한다. 또한 심도를 지나치게 깊게 가져가게 되면 배경이 형상의 일부처럼 보이는 효과를 가져오게 돼 형상과 배경의 구분이 없어질 수 있다는 점을 항상 명심해야 한다. 뉴스 사진을 촬영할 때는 항상 조리개 수치를 8 이상을 놓고 촬영해야 한다는 생각은 극히 아마추어적인 발상이라는 점을 잊지 말자.
시각 인지 심리학 : 형상과 배경의 관계와 사진 메시지에 미치는 영향
의사소통이 효과적이고 성공적으로 이루어지는 사진의 경우 인물 혹은 오브제(형상)는 배경과 대조를 이루면서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독자들은 이러한 사진을 통해 신속하고 매우 쉽게 그 메시지를 접수하게 된다.
그러나 깊은 심도로 인해 전경과 배경에 모두 초점이 맞게 되면 주피사체인 형상으로부터 시선을 뺏어오게 된다. 아웃 포커스가 된 배경은 형상과 배경의 극명한 대조를 만들어내지만, 아웃 포커스가 된 전경은 오히려 사진 메시지를 약화시킨다.
사례 1 메뚜기를 바라보고 있는 사진들은 형상과 배경이 사진 속에서 어떤 관계를 유지하는지를 잘 보여주고 있다. 위의 사진에서 메뚜기는 일정한 형태를 가지고 있지 않은 배경으로부터 분리되어 선명하게 드러난다. 얼핏 보게 되면 아웃 포커스가 된 배경이 얼굴이라는 것을 보지 못할 수도 있다. 아래 사진에서 독자들의 시선은 배경의 얼굴과 메뚜기 사이를 계속 오고갈 것이다. 그러다가 오히려 메뚜기가 아닌 배경인 얼굴에 더 시선이 가게 되는 것을 느낄 것이다. 이렇게 되면서 위아래의 사진은 시선이 머무는 위치가 서로 바뀌게 되면서 그 메시지 자체에도 변화를 가져오게 된다.
사례 2 왼쪽 사진에서 카메라의 선택 초점은 인물의 발가락과 민들레를 주피사체, 즉 형상으로 부각시키면서 정확한 포인트를 만들어냈다. 뒤쪽에 있는 얼굴에도 초점이 맞았다면 시선은 발과 얼굴을 오고가게 돼 사진 메시지를 훨씬 더 약화되었을 것이다.
오른쪽 사진에선 초점이 흐릿해진 전경이 일종의 시각적 공전(空電, visual static) 효과를 가져와 인지와 이해를 방해한다. 발가락 사이에 끼워진 민들레가 주제, 즉 형상임에도 불구하고, 전경의 지나치게 많은 부분들이 아웃 포커스가 된 민들레로 채워지면서 메시지는 지나치게 약화되었다. 부적절한 구성과 크롭핑(cropping)으로 사진 메시지를 해친 전형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사례 3 사진이 매우 거칠게 크롭핑이 되면서 이해하기 어렵게 된 경우가 위 사진이다. 이 사진을 이해하기 위해 대부분의 사람들은 가운데 있는 백색 부분이나 오른쪽의 글자가 써진 곳에 집중하게 된다. 사진 속에서 무엇이 ‘형상(주제)’인지를 찾으려고 노력하면서 우리는 시각 인지의 게스탈트 이론을 따라가게 된다. 이 사진의 백색 부분은 리차드 자키아(Richard Zakia)가 말하는 형상과 배경의 특징들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주제는 아니다. 참고로 리차드 자키아가 말하는 형상과 배경의 관계는 다음과 같다.
Ⅰ형상은 일반적으로 배경(전경이나 배경)보다 작다.
Ⅱ형상은 경계를 가지고 있지만, 배경은 그렇지 않다.
Ⅲ형상은 배경보다 좀 더 강렬한 형태를 가지고 있다.
Ⅳ물리적으로 동일한 위치에 놓여 있을지라도 형상은 배경보다 더 가깝게 느껴진다.
사진 속의 어두운 부분에 있는 원형들이 어떤 물체의 눈이라는 것을 인식하면서 우리는 이것이 소의 머리라는 것을 알게 되고, 오른쪽에 붙어있는 ‘7183 PRINCESS''은 소의 인식표라는 것을 알게 된다. 이 사진은 지나치게 거친 크롭핑 때문에 사진을 이해하는데 반드시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성공적이지 못한 케이스라고 할 수 있다.
사례 4 신문에 실렸던 기상 사진으로 형상과 배경의 관계를 매우 모호하게 설정함으로써 혼란스러운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분명히 앞에 정확하게 초점이 맞아 있는 나무 가지들이 형상임에도 불구하고, 배경의 아웃 포커스가 된 인물의 형태는 시각적으로 매우 강하다. 이러한 점 때문에 오히려 시선이 자꾸 배경으로 돌아가는 역류 현상을 가져오게 된다. 그렇지만 막상 배경으로 간 시선은 무엇인지 주제를 모르고 헤매게 된다. 따라서 뒷배경의 인물들이 오히려 초점이 맞았더라면 훨씬 더 효과적이고, 의미있는 사진이 되었을 것이다.
형상과 배경의 문제 : 전경과 배경의 시각적 노이즈
일상 생활에서 우리는 우리들의 욕구, 관심 혹은 당시의 기분에 따라 상이한 오브제들을 형상(주제)으로 보게 된다. 우리가 관심을 기울이는 그 어떤 대상도 형상(관심의 중심)이 되며, 그 주변부는 우리가 의도적으로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 한 배경(전경과 배경)이 된다. 텔레비전이나 영화 스크린에서 제작진을 보여주는 글자가 올라갈 때 시청자들은 이러한 글자와 배경 중 하나만을 보게 된다. 우리의 눈은 이 둘을 동시에 초점이 맞는 상태로 볼 수 없도록 만들어져 있다.
성공적인 사진은 독자를 사진가가 형상으로 보기를 원하는 부분으로 이끌게 된다. 이를 위해 사진가는 선택적 초점, 구성, 조명, 원근감, 암실 테크닉(요즘은 포토샵 테크닉이 더 해당된다)을 통한 톤과 콘트라스트의 조절 등을 통해 배경으로부터 관심의 중심이 되는 부분이 두드러지게 만들 수 있다. 전경과 배경 등의 주변 요소가 관심의 중심이 되는 형상과 시각적으로 다투게 되면 사진이 가지고 있는 의도된 메시지는 약화되거나 왜곡될 수 있다.
사례 1 복잡한 배경과 약한 구성력으로 인해 사진 메시지가 전달되는데 많은 어려움을 겪는다. 배경의 맥주 광고가 다트를 던지고 있는 인물의 손과 얼굴에 겹쳐 매우 혼란스러워 보인다. 배경의 광고가 없었다고 해도 이 사진에서 인물은 밝은 배경으로 인해 두드러지게 나타나기 어려웠을 것이다. 얕은 심도, 카메라 앵글의 변화 혹은 배경과 주인공에 다른 조명을 줘 강조하는 방법 등을 고려했어야 하는 사진이다.
사례 2 너무 많은 메시지를 담고 있는 듯하다. 이 사진의 목적은 장화를 들고 운전자에게 기부금을 간청하고 있는 소방관을 보여주는 것이다. 그러나 관심의 중심이 되는 소방관은 배경으로 철저하게 분리가 되지 못했다. 소방관 뒤에 있는 포스터와 후방에 있는 자동차는 형상과 배경의 관계를 혼란스럽게 만드는 방해 요소가 된다. 운전자가 장화 속으로 돈을 집어넣는 장면을 강조해 촬영했더라면 훨씬 더 좋은 사진이 되었을 것이다.
*본 기사는
<월간사진>
2006년 8월호에 게재되었습니다.
월간사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