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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 | 리뷰

칸디다 회퍼 Candida Hofer 개인전

2011-12-21


국제갤러리는 지난 11월 25일부터 오는 12월 25일까지 세계적인 독일 사진작가 ‘칸디다 회퍼’의 개인전을 개최하고 있다. 지난 2005년과 2008년에 이어 세 번째로 열리는 이번 개인전에는 2009년에 제작된 독일 베를린에 위치한 노이에미술관 시리즈 12점과 2010년에 제작된 수도원 시리즈 일부가 별도로 소개된다.

기사제공 | 디자인DB(www.designdb.com)

이 시리즈의 피사체가 된 노이에미술관은 1999년 유네스코의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었으며 프레드리히 아우구스트 슈틸러의 설계로 1841년부터 1859년까지 총 18년간에 걸쳐 완공된 프러시안 건축 양식의 기념비적 건축물이었다. 제 2차 세계대전 이후 심하게 파괴되어 60여 년간 폐허로 남겨져 있었으나 1997년 복원 설계 공모전을 통해 선정된 영국 건축가 데이빗 치퍼필드에 의해 복원, 보수된 이후 2009년에 본격적으로 재개관했다. 본래적인 건물의 건축 양식과 수차례에 걸친 전쟁을 비롯, 구 동·서독 체제가 남긴 상흔을 담고 있는 미술관의 면모를 이번 칸디다 회퍼의 노이에미술관 연작을 통해 직접 확인할 수 있다.


칸디다 회퍼 Candida Hofer


“나는 공간이 시간에 따라 어떻게 변해왔는지, 그곳에 놓여진 사물들로 인해 어떻게 변화되었는지, 그리고 이러한 공간과 사물이 서로 어떻게 연결되었는지를 담아내고 싶다.” - 칸디다 회퍼, 2000

현재 쾰른에 거주 및 활동하고 있는 칸디다 회퍼는 1944년 독일 북동부 에버스발데에서 저널리스트이자 방송인인 베르너 회퍼와 쾰른 오페라하우스의 수석무용수 엘프리드 슈어의 둘째 딸로 태어났다. 종전의 혼란 속에서 파괴된 건물들과 재건축 과정을 겪으며 어린 시절을 보낸 작가는 쾰른 소재의 사진아뜰리에에서 1년간 어시스턴트로 경험을 쌓은 후 1964년 쾰른 미술대학에 진학했고 졸업 이후 1968년부터 인물 및 광고 사진가로 활동했다. 1970년부터 1972년까지는 함부르크 소재의 베르너 보켈버그 스튜디오에서 실용 사진을 배우고 난 뒤, 1973년 당시 걸출한 예술가들의 교류 및 실험적 창작 활동이 활발히 이루어지던 전후 독일의 문화적 메카, 뒤셀도르프 쿤스트아카데미에 입학했다.

작가는 덴마크 출신 영화제작자인 올레 존에게 3년간 영화학도로서 수학한 후, 독일 최초로 사진학과가 개설되던 1976년 초기 교수로 임명된 베른트 베허를 스승으로 본격적으로 사진을 전공하며 현대미술의 대표적인 사진작가 안드레아스 구르스키, 토마스 스트루스, 토마스 루프 등과 함께 베허 학파의 첫 세대로 자리매김한다. 이후 작가는 1997년부터 2000년까지 칼츠루에 조형대학에서 교수직을 역임했으며, 현재까지 꾸준하고 왕성한 작품 활동을 진행 중이다.



작품소개

작가의 작품은 대부분 서점, 카페테리아, 미술관, 사무실, 동물원, 도서관 등 다양한 공공장소의 내부가 되어왔다. 공적 공간의 건축학적 관심을 주요 화두로 구상적 평면성을 기반으로 한 작가의 시각적 명료성은 작품의 캡션에도 똑같이 적용되어 작품 속 공간이나 건물, 위치, 그리고 촬영 날짜만이 간결하게 명시되어 있으며, 보는 이로 하여금 완결된 이미지적 소통과 화면 너머의 작가의 함축된 태도를 읽어볼 수 있다. 작가가 사진을 대하는 태도는 여타 기술적인 요소에 비하여 평면, 그 자체로서 시각적 탐구에 기인한다는 것을 알 수 있는데, 의도적으로 피사체가 된 공간 내부의 오브제와 환경은 그들이 자리한 장소와 진열 방식이 갖는 물질적 한계를 넘어서 시간의 흐름에 따른 변모와 축적을 보여준다.

이번 전시에 소개되는 12점의 노이에미술관 시리즈는 2009년에 재개관한 독일 베를린의 유서 깊은 장소로서, 회퍼가 촬영한 총 여덟 곳의 전시장 내부를 보여준다. 작가가 밝힌 바와 같이 미술관이라는 공간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천천히 변화하거나 소멸되는 사회적 습관들을 대표하는 장소이며 작품이 전시된 방식에 따라 변화하는 공간이다. 이는 전쟁이 남긴 상처와 이후 더해진 보수 및 복원의 흔적이 건물 고유의 건축 양식, 호화로웠던 장식의 역사, 고대 이집트, 선사 및 중세 이전의 유물들을 고스란히 드러낸다. 전시 작품들 중 대표적인 Neues Museum Berlin XII, Neues Museum Berlin VII, Neues Museum Berlin IX 는 미술관 북서쪽에 위치한 8각형의 돔으로 이루어진 홀(North Dome Hall)을 촬영한 것으로서, 기원전 1340년대 고대 이집트의 네페르티티 여왕 두상이 홀 중앙에 위치하여 있고, 반구형태의 문 벽감에 헤라클레스와 안드로메다 같은 그리스 신화의 영웅의 모습과 돔의 상층부에는 신과 성스러운 동물들이 어우러진 창세기의 모습이 묘사되어 있다. 이외에도 Neues Museum Berlin VI와 Neues Museum Berlin XIII는 South Dome Hall과 프레스코 천장화가 그려진 예배당 형태의 Medieval Hall에서 촬영되었고, 각기 적색과 황금색 벽돌을 사용한 곳으로서 공간의 돔 장식과 고대 로마시대에 유래를 둔 벨라리움(Velarium, 천막 지붕)이 있던 장소로 유래된다.

이렇듯 작가는 건물의 미학적 측면보다는 자체적 기능에 기반한 유형학적인 면을 통해 함축된 내부 공간의 과거와 현재가 혼재된 장면을 렌즈에 담아내고 있다. 나아가 작가가 지속적으로 탐구하는 ‘인간의 부재’와 ‘공간의 연출’을 평면적으로 해석한 이번 전시작품들은 작가가 현대 문화에 담긴 다양한 표상들에 접근하는 방식을 목도할 수 있는 중요한 기회가 될 것이다.



North Dome Hall / 북쪽 돔 형태의 홀


이 작품은 미술관 북서쪽에 위치한 8각형의 돔으로 이루어진 북쪽 홀(North Dome Hall)을 촬영한 것이다. 12미터에 달하는 높이에 자연광으로만 밝힐 수 있도록 설계된 이 곳은 사각형 벽감 내 반구형태 공간과 문에는 본래 헤라클레스, 페가수스, 키메라, 페르세우스, 안드로메다, 테세우스와 미노타우르 같은 그리스 영웅들이 그려져 있었다. 또한 돔의 상층부에는 신과 성스러운 동물들이 어우러진 16개의 창세기 모습이 묘사되어 있었다. 현재는 네페르티티 여왕 두상이 안치되어 있는데 이 두상은 고대 이집트의 미술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네페르티티 두상은 1912년 아마르나에서 베를린 원정 때 발견되었고, 이 후 베를린의 상징물로 떠올랐다. 2005년에는 이집트 컬렉션과 함께 샬로텐부르크에서 박물관 섬으로 옮겨져 초기에는 아르테박물관 윗 층에 전시되었고, 2009년에는 노이에미술관으로 옮겨져 보존되고 있다.


South Dome Hall / 남쪽 돔 형태의 홀


작품 속에서의 남쪽 홀(South Dome Hall)은 중세 홀과 로마 홀 사이 구석에 위치해있으며, 돔의 상층부로부터 자연광을 받는다. 복원 전, 돔은 적색, 황금빛의 별들과 더불어 그리스도교 및 중세 시대의 우화로 장식되어 있었으며, 전쟁 후 폐허가 된 그림들은 그리스도교의 독일 제국을 상징했었다. 건축가 데이빗 치퍼필드가 이 돔을 재건할 시, 그는 잃어버린 것들에 가장 크게 기여할 수 있는 요소들을 생각했다고 한다. 그는 고전주의에 저항하는 태도가 아닌 오히려 본연의 돔 공간으로 돌아가는 것을 우선적으로 생각했다. 그는 가장 단순한 돔의 형태와 가장 기본적인 건축적 요소인 벽돌을 통해 보다 근본적인 돔에 대하여 이야기 하고자 했다. 덧붙여 “(가장 기본적인) 형태를 만들면, 그에 연관 지을 수 있는 것들이 생긴다”는 생각을 중심으로 돔의 재건에 있어서 가장 단순하고 기초가 되는 점들을 고려했다고 강조했다.


Medieval Hall / 중세 홀


작품 속의 중세 홀(Medieval Hall)은 미술관 내 중세 시대의 미술작품을 기리기 위해 지어졌으며, 세 개의 통로를 나누는 바실리카와 채광이 잘 통하는 애프스로 구성되었다. 네 개의 짙은 색의 대리석 기둥은 천장을 받치고 있으며, 이 기둥들은 천장을 아홉 개의 돔으로 나누는 역할을 하고 있다. 돔은 당시 독일 황제의 초상화를 소재로 그려졌다. 채플 형식을 띈 이 홀은 중세 시대의 미술품이 전시되어있고, 천장에서는 프레스코 벽화를 볼 수 있다.


Roman Hall / 로마 홀


로마 홀(Roman Hall)은 이 홀 안에 전시되어있는 로마의 조각들에서 이름이 붙여졌으며, 각 기둥들은 이오니아식의 주두와 함께 갈색 계열의 보헤미안 석회석으로 제작되었다. 이 기둥을 주축으로 방은 네 부분으로 나뉘어지는 구조를 띈다. 화가 에두아드 파페(Eduard Pape)는 17개 구역의 로마의 도시와 로마 건축물이 살아있는 풍경을 위쪽 벽면에 그렸고, 해당 이미지들의 장소는 로마 포룸, 트라야누스 포룸, 로마의 황궁들, 트라야누스의 빌라 티부르티나 등으로 구성되어있다. 특히 진한 녹색의 벽은 황금빛 줄들로 장식되어있으며 이는 기둥의 홈에 새겨진 장식과 비슷한 면모를 띄고 있다.


Egyptian Courtyard / 이집트 코트야드(이집트식 마당)


고대에는 현세의 삶보다는 사후세계에 대한 관심이 더욱 높았다. 육중한 무게의 초기 이집트 화강암 관이나 로마 및 초기 기독교 시대의 양각 석관들에 새겨진 그림들은 사후 영생에 대한 복잡하고 다층적 관념을 보여준다. 이집트 코트야드는 미술관 내 1층에 위치한 역사의 방(Historic Room) 안의 무덤의 거리(Tombs Street)는 물론 페르가몬미술관의 아시리아의 왕실 지하실(Assyrian Royal Crypt)과도 근접해있다.


Ethnographic Hall / 민족학관


평평한 천장과 도리아 양식의 기둥들로 이루어진 이 홀은 한때 미개 지역이었던 아프리카와 오세아니아의 유물들은 물론 폴리네시아와 인디아, 중국, 일본, 멕시코의 고대 유물들이 전시되어 있었다.


Shallow Domed Hall / 좁은 돔 형태의 홀


대형의 민족학적 유물들이 위의 민족학관에 전시되었던 것에 반해 이 곳은 소형 유물들을 위한 전시 공간으로 사용되었다.


Bacchus Room / 바커스의 방


노이에미술관 중앙홀의 계단 아래쪽에 위치한 이 곳은 각각의 전시공간 사이에 위치한 까닭에 평평한 천장이 주를 이루고 있다. 보랏빛에 가까운 갈색을 띄는 기둥들은 폼페이 양식으로 구성되었고 구리 소재의 그물이 포도 잎사귀에 매달려있는 모습이다. 이미 바랜 듯한 어두운 보라색을 띄는 벽으로 인해 타 전시관들 보다 편안한 분위기가 감도는 이 방은 일상적인 기구들과 고대의 생활용품, 그리고 고전 예술 조각들의 전시를 위한 공간이다.



본 정보는 한국디자인진흥원 디자인디비닷컴(www.designdb.com)에서 제공한 자료이며, 상기 정보는 한국디자인진흥원의 동의 없이 무단으로 재배포 할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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