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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 | 리뷰

영화 연출하는 사진가, 한계를 넘나들다!

2013-01-07


1년만에 만난 그는 여전했다. 여전히 에너지 넘치는 추진력으로 동시에 여러 주제의 작업을 시원시원하게 진행하고 있었다. 작업을 보여주는 형식과 스타일에서는 더욱 풍부해진 고민과 확신을 느낄 수 있었다.

기사 제공│월간사진

지난해 에르메스 미술상 후보작가로 선정되고 2010년에는 일우사진상을 수상하며 주목받기 시작한 최원준(34)이 1년간의 프랑스 생활을 마치고 돌아왔다. 삼성문화재단이 후원하는 파리의 씨떼에 입주하면서 프랑스로 떠난 최원준은 그곳에서 프랑스의 대표적인 미술관인 팔레드 도쿄에서 운영하는 국제 작가 협업 프로그램인 르파비용에 선정되어 활동했고, 파리의 케 브랑리 미술관의 사진가 지원프로그램에도 선정되어 오는 5월에 전시를 가질 예정이다.

프랑스로 떠나기 전 최원준은 철공장과 예술가의 작업실이 혼재한 문래예술공장을 배경으로 3채널 영상 작업인 ‘물레’를 만들었다. 프랑스에 머물면서는 자신이 시나리오와 연출을 맡아 홍종우라는 역사적 인물이 주인공인 영화를 제작했고, 지금도 또다른 다큐멘터리 장편영화를 준비하는 중이다. 사진과 영화 등 여러 매체를 균형감 있게 병행하는 한편 최원준은 자신이 촬영한 공간이나 주제를 다각적으로 보여주기 위해 다양한 시각자료를 함께 전시해 하나의 아카이브 설치작품을 완성한다. 귀국 후 한국에서의 첫 작업이 10월17일부터 평화박물관이 운영하는 스페이스99에서 전시됐다. 박정희 정권의 유신 40주년을 맞아 아트스페이스 풀과 평화박물관이 공동 기획한 전시에서 최원준은 옛 안기부 건물을 촬영한 사진과 영상, 시각자료를 아카이브 설치로 전시할 예정이다. 또 군사문화와 토건주의의 잔재를 추적하고 기록해온 사진작업의 연장선상에서 ‘풍수지리’라는 새 작업도 준비 중이다.

지원작가로 선정되어 내년 5월에 전시를 갖는 케 브랑리 미술관은 어떤 곳인가?
과거 약탈과 식민의 역사에 대한 반성의 의미에서 미테랑 정권 때 만들어진 미술관으로, 우리나라 국립현대미술관과 견줄만한 큰 규모와 프랑스의 유명 건축가 장누벨의 설계로 유명한 파리의 명소다. 주로 아프리카와 아시아권의 전시와 소장품으로 유명한데, 25만점에 달하는 아프리카 컬렉션은 세계 최대 규모이다. 귀국 전에 본 전시가 아프리카 소장품과 아프리카 현대작가들의 작품을 함께 전시한 것이었는데, 토속품과 현대미술을 한 공간에서 보여준 시도나 발상이 기발하면서 인상적이었다. 이곳에선 매년 비유럽권 출신의 사진가를 공모해 지원하고 있다. 프랑스에 거주하지 않더라도 응모할 수 있으며, 선정되면 1만5천유로의 지원비를 받아 작품을 제작하고 이듬해에 미술관에서 전시를 갖는다. 나는 ‘검은 기념비’라는 작업으로 응모했고, 아르헨티나와 태국 작가와 함께 선정되었다.

‘검은 기념비’는 어떤 작업인가?
북한이 아프리카에 건설한 아프리카 독재자들의 기념비나 건축물에 관한 다큐멘터리 작업이다. 북한은 만수대창작단 산하에 해외사업부를 두고 주로 아프리카 독재국가에 기념비나 대통령궁, 체육관 등을 건설하는 공사를 수주하고 있다. 외화벌이 수단이면서 자신들의 사회주의 리얼리즘 미술의 집약된 기술을 전파하는 것이다. 북한은 지구상에서 유일하게 사회주의 리얼리즘 미술을 유지, 발전시켜가는 나라로, 아프리카와 북한이란 독재국가들이 연관되는 지점, 이를 통해 유지되는 미술 그리고 아프리카의 토속적인 스타일과의 결합 등 여러 흥미로운 지점들이 있다. 올 연말쯤 6개 나라를 찾아 작업할 예정이며, 사진작업과 별도로 해외영화제를 겨냥한 다큐멘터리 장편영화로도 준비하고 있다.

팔레드 도쿄의 르파비용은 작가협업 프로그램으로 유명하다. 한국 작가로는 최초로 참가했는데 어떤 경험을 했는가?
직접 참가해보니 작가들 사이에서 왜 유명하고 경쟁이 심한지를 알 수 있었다. 팔레드 도쿄가 운영하지만 프랑스 작가는 3~4명뿐이고 나머지 60퍼센트가 외국 작가면서 다양한 장르에서 선발된다. 그만큼 다른 장르와 문화를 경험할 수 있으며 특히 8개월간 큐레이터와 함께 세계 각지를 여행하며 현지 작가와 협업하기 때문에 작가로서 실험적인 프로그램을 경험하고 시야를 넓히는 더없이 좋은 기회다. 또 모든 결정은 참여작가들의 토론을 통해 이뤄지기 때문에 새로운 아이디어나 지혜가 넘쳐난다. 공연예술가와 협업해 파리와 베를린에서 공연을 만들고, 노르웨이 크루즈선을 타고 워크숍을 열고 배에 관한 작업을 구상하고, 코르시카 섬으로 가서는 그곳 작가와 함께 공동작업을 진행했다.

귀국해서는 프랑스에서 만든 영화 ‘1894년 3월28일’을 상영했는데, 어떤 영화인가?
홍대에서 열린 네마프(서울국제뉴미디어페스티벌, NeMaf)에서 상영했는데, 우리나라 최초의 프랑스 유학생인 홍종우라는 인물이 주인공이다. 영화 제목은 홍종우가 갑신정변의 주역인 김옥균을 상하이에서 저격 암살한 날짜에서 따왔다. 홍종우는 파리의 기메 아시아박물관에서 한국관 큐레이터로 일했으며, 춘향전을 소설 ‘향기로운 봄’으로 번역해 출판하는 등 한국 문학을 최초로 프랑스에 전파한 이이기도 하다. 영화는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홍종우라는 인물이 역사에 등장하게 된 사건과 심리를 추적하는 내용이다.

사진가로서 비디오, 영화를 적극적으로 이용한다. 어떤 이유에서인가?
오랫동안 내 스타일을 고민해왔는데, 결정적인 계기는 2008년 대안공간 풀 전시였고, 2010년 터치아트 갤러리에서 비디오 작업을 처음 발표했다. 내용을 전달하는데 사진만으로는 부족한 게 있어서였다. 사진작업은 결국 이미지로 보여지는데, 이미지로만 읽히지 않게 여러 맥락을 넣고 시리즈로 만든다. 여기에 사진 이외의 다양한 시각자료를 균형 있게 결합하면 내용이 더욱 풍부해진다. 이러한 아카이브 설치를 미술적인 접근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사진의 한계를 어떻게 넘어설 것인지에 대한 고민과 모색이라고 생각한다. 다큐멘터리 작가라면 작업을 위해 수십차례 현장을 방문하고 수많은 자료를 조사해서 사진을 찍는다. 그리고 대부분 찍은 사진으로만 결과를 보여주고 끝이다. 다른 시도도 있지만 사진의 참고자료에 불과했다. 이 자료를 어떻게 이용하고 시각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참고할만한 작가가 부족했고, 아카이브 자체를 하나의 작품으로 설치하는 나만의 방식을 만들기 시작했다. 물론 내용이 풍부해지는 만큼 사진의 힘이 약화된다고 우려할 수 있지만 선택의 문제인 것 같다. 단 이미지는 이미지대로 유통된다.

사진과 영상을 병행하는 국내외 작가는 누가 있는가?
영상과 사진을 병행하면 완성도 높은 작업을 선보이는 작가로는 국내에 박찬경, 임흥순, 윤주경, 김상돈 작가 정도를 꼽을 수 있다. 해외에는 사진가로 잘 알려진 리네케 딕스트라(Rineke Dijkstra)와 샘 테일러 우드(Sam Taylor Wood)가 비디오 작업을 많이 했고 최근에는 상업영화도 만들었다. 이밖에 수많은 작가들이 사진가와 영상작가로 활동하고 있다.

새로운 사진작업 ‘풍수지리’, ‘서래마을’을 진행 중이다. 어떤 작업인가?
풍수지리학자들은 땅이 인간의 운명을 결정한다고 하는데, 지금은 인간이 땅의 운명을 결정하고 있다. 여기서 출발해 땅에 관해 연구하는 작업이다. 우리나라에서 터가 가장 좋은 곳 중 하나가 경북 구미의 박정희 집안의 선산이라고 한다. ‘금빛 까마귀가 시체를 쪼아 먹는 형국’이라며 제왕이 태어나는 자리라고 한다. 그곳에 올라가보면 풍수지리학자들이 말하는 추상적인 풍경의 해석이 실제 몸으로 와닿는다. 작업은 풍수지리학자의 관점에서 풍경을 촬영해 자본주의, 토건주의 시대에 땅이 갖는 달라진 가치를 조명하는 것이다. 서래마을 작업은 프랑스의 아시아풍 마을과 한국의 프랑스인 마을인 서래마을을 대상으로 하며, 두 나라 속 이질적인 문화를 비교하는 작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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