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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 | 리뷰

실크로드 따라 한국의 정신과 문화를 전하는 사진가 8명

2013-08-21


아시아 대륙의 동쪽 끝에 있는 한국과 서쪽 끝인 터키 두 나라 사이에 문화예술의 다리가 놓인다. 특히 한국을 대표하는 사진가 8명의 전시가 처음으로 터키 이스탄불에서 열린다. 터키는 우리와 같은 우랄 알타이어 계통의 언어를 사용하고 같은 몽골계통이라는 점에서 형제의 나라로 한국을 대한다. 한국전쟁 참전이나 2002년 월드컵으로 터키를 먼저 떠올리지만 이보다 더 터키를 풍요롭게 하는 것은 다양한 문화예술이다. 유럽과 아시아가 만나는 터키의 지리적인 위치는 예부터 동서양의 문물이 모여들면서 다양한 문화예술을 꽃피웠다. 신라의 도읍지였던 경주와 그리스, 로마, 오스만투르크 문화가 만나는 중심지였던 이스탄불은 실크로드라 불린 동서교역로의 양 끝에 자리 잡은 천년고도로, 오랜 세월 동서의 문물을 주고받으면서 교류와 소통을 이어왔다. 그리고 2013년에 다시 이 길을 따라 한국과 터키의 문화예술이 서로 만난다.

기사제공 ㅣ 월간사진

경주세계문화엑스포에 맞춰 8월31일 개막

오는 8월31일부터 9월22일까지 23일간 터키 이스탄불에서 개최되는 ‘이스탄불-경주 세계문화엑스포 2013’은 아시아 대륙 양 끝에 위치해 고대부터 실크로드를 따라 연결되었던 두 도시가 21세기에 들어 문화 실크로드로 다시 만나는 행사이다. 양국이 공동조직위를 구성하고, 유럽 15개국과 아시아 18개국이 참가한 가운데 성대한 개폐막식 행사와 공연, 전시, 영상, 체험, 특별행사 등 다양한 행사들을 갖는다.
비잔틴 양식으로 지어진 터키의 상징적인 장소인 아야소피아 성당에서 개폐막식이 열리고, 터키를 찾은 관광객이 빼놓지 않고 들리는 톱카프 궁전 박물관에서의 한국 문화재 특별전, 돌마바흐체 궁전 앞 야외무대의 한터 전통 패션쇼 그리고 한국의 풍물놀이와 남사당놀이 등이 어우러진 길놀이 퍼레이드가 탁심광장과 이스티클랄 거리에서 펼쳐진다. 이밖에 태권도 시범단과 비보이, 양국 오케스트라단의 공연들이 날마다 이스탄불 시내에서 열려 한국의 문화와 전통을 터키에 알리게 된다.

특히 엑스포의 주요행사 중 하나로 한국 대표작가 사진전이 열린다. 강운구, 육명심, 구본창, 김중만, 이갑철, 박종우, 오형근, 서헌강 등 8명의 작품 188점이 소개되는 <이스탄불에 피어난 코리아(신라)의 꿈> 전이 그것이다. 전시가 열리는 탁심 갤러리는 아시아와 유럽을 잇는 보스퍼러스 해협에서 가까운 이스탄불의 중심지인 탁심광장에 위치한다. 터키공화국수립기념비가 서있는 서울의 명동과 같은 탁심광장에 위치한 갤러리는 15세기 술탄 메메드 1세 때 지어진 유서 깊은 물 저장고를 보수해 지난 2009년에 갤러리로 변신한 곳이다. 6백년이 넘은 석조건물이 뿜어내는 매력에 끌려 내부로 들어가면 길이 70미터의 전시장 내부를 따라 양쪽으로 모두 22개의 전시실이 자리한다. 아치형 통로를 통해 오갈 수 있는 각 전시실에서 한국 사진가들의 작품을 만나게 된다.

사진으로 문화의 소통과 교류 시도

<이스탄불에 피어난 코리아(신라)의 꿈> 전의 기획은 다큐멘터리 사진가이면서 전시기획자로도 활동 중인 석재현(대구미래대 부교수)이 맡았다. 석재현은 “한국의 문화적 고유성을 볼 수 있는 사진들이 유럽과 맞닿은 터키 이스탄불에서 소개된다는 자체가 상당한 의미를 갖는다”며 “한국을 담은 사진이 개별적인 작가 차원이 아니라 이처럼 대규모로 해외에서 전시되기는 처음”이라며 전시의 의미를 부여했다.

문화 교류와 소통을 목적으로 하는 경주문화엑스포에 사진전이 포함되기도 이번이 처음이다. 석재현은 “현재 한국을 대표하는 사진가들의 작품을 모아 해외에 소개한다는 것은 그만큼 엑스포조직위측이 사진에 대한 이해가 있어야 가능한 일이며, 현대예술에서 사진이 차지하는 비중이 날로 증가하고 있는 점과도 일정부분 맥을 같이 한다”고 설명했다. 이스탄불에서 처음 열리는 한국 사진가들의 이번 전시는 문화의 충돌보다는 문화의 소통에 치중하며, 한국 사진을 통해 각 문화의 특성과 보편성을 마주하도록 하는데 주안점을 맞춰 기획되었다. 전시작가들 역시 한국적 정취를 담아온 사진가들로 구성되었다. 1960년대부터 최근까지 한국의 현실을 지속적으로 담고 있는 8명 작가의 작업을 통해 현재 한국을 이해하는 정신과 사회현상, 전통, 문화유산 등 다방면을 소개하게 된다.

8명 대표 사진가의 188점 대표작품 전시

먼저 강운구는 80년대부터 작업해온 ‘역사 삼부작’의 하나인 ‘경주 남산’ 작품을 이스탄불에서 소개한다. 슬라이드 컬러 필름으로 촬영된 경주의 부드러운 능과 돌부처가 지천으로 자리한 남산은 깊고 그윽한 느낌이 감돈다. 천년 고도의 찬란했던 과거와 현재의 스산함 그리고 삼국유사의 무대로서 곳곳에 스며있는 신화 속 기운을 재현한 작업이다.

육명심은 70년대부터 20년간 작업한 ‘우리것 3부작’ 중 ‘백민’과 ‘장승’ 두 시리즈를 전시한다. 백민은 가장 밑바닥에서 우리사회를 떠받쳐온 토박이들의 기록이다. 육명심은 특유의 눈맞춤 접근법으로 농경사회에서 산업사회로 진입하면서 급속히 사라져가던 토박이들의 인물사진을 촬영했다. 꿋꿋한 백민의 생명력은 마을의 문지기인 장승 작업으로 이어졌다. 장승은 외양과 모진 생명력에서 백민을 닮았고, 수천년 세월을 함께 해오며 토박이들의 영혼이 투영되었다.

김중만은 컬러와 흑백으로 우리땅의 풍경을 담아낸 ‘한국의 재발견’을 소개한다. 지난 5년간 마라도에서 강원도까지 우리땅 곳곳을 훑고 독도까지 촬영한 한국의 재발견은 한국적 전통과 정서가 녹아든 우리 국토의 풍경작업이다. 구본창은 섬세한 감각으로 포착한 ‘백자’와 ‘탈’ 시리즈를 선보인다. 구본창은 한국의 전통 그릇인 백자와 탈을 쓴 탈춤꾼들에게서 생명력과 특별한 기운을 느꼈다. 미세한 숨결마저 놓치지 않고 인물을 촬영하듯 혼을 가진 대상으로서 백자와 탈을 담았다.

이갑철이 선보이는 ‘충돌과 반동’은 한국인의 죽음과 한, 원시성을 그대로 간직한 샤머니즘 등 눈에 보이지 않은 기(氣)를 담아낸 작업이다. 다큐멘터리 사진을 정신세계로까지 확장하며 장르의 경계를 허물었다는 평을 받는 이 작업은 거친 입자와 낯선 구도, 서늘한 귀기로 관객들을 충격과 여운에 빠뜨린다. 박종우는 유일한 분단국가를 상징하는 장소인 비무장지대(DMZ)를 지난 4년간 기록한 사진을 전시한다. 2009년 언론사 특별취재팀의 일원으로 60년간 공개된 적이 없던 DMZ 안의 환경과 생태 그리고 전쟁의 상흔과 군인들의 생활 등을 촬영했다. 주관적 해석을 배제하고 남북 대치의 현장을 객관적인 시선으로 기록했다. 오형근은 ‘소녀시대’와 ‘중간인’(Middle Man) 두 시리즈를 전시한다. 사회적인 풍경을 담아내는 다큐멘터리 작업을 해온 오형근은 아줌마, 여고생, 소녀 등 한국 사회의 특정 인물군의 유형을 다루는 사진작업을 선보여왔다. 이번 이스탄불 전시에서는 청소년과 어른의 중간에서 정체성이 흔들리고 내면의 불안을 드러내는 소녀들의 초상사진과 최근작인 군인들의 초상사진을 각각 선보인다. 마지막으로 서헌강은 자료사진에서 진일보한 독특한 스타일의 한국의 문화재 사진을 전시한다. 디지털 작업을 통해 아름다운 빛과 색이 입혀진 그의 문화재 사진은 선조들의 지혜와 삶을 살아가는 경이로움과 함께 자연과 조화로운 모습에서 편안함을 안겨준다.

한국 사진가의 첫 대규모 전시로 기대

이스탄불 중심부에서 열리는 <이스탄불에 피어난 코리아(신라)의 꿈> 전은 천년고도 경주의 현재 모습에서 현대적인 감각으로 재해석된 문화유산 그리고 한국인들의 정체성과 영혼을 담은 작품까지 깊고 넓게 한국을 소개할 예정이다. 특히 참여작가들은 각자의 분명한 작업 스타일을 구축해온 원로와 중견 작가들로 구성되었으며, 국제적인 인지도까지 갖추고 있다. 따라서 이번 전시는 문화 교류 차원에서 한국을 소개하는데 그치지 않고 가까운 유럽권에 한국 작가들을 알리는 계기로도 기대감을 높인다. 전시를 주관하는 엑스포조직위와 대구사진문화연구소는 전시에 맞춰 참여작가들이 터키를 방문해 세미나와 기자간담회 등을 가질 예정이라고 밝혔다. 또한 가까운 유럽의 사진계 인사들을 이스탄불로 초청해 유럽 사진계와 연계시키는 방안도 모색하는 중이다.

인터뷰 | 이스탄불 한국 대표 사진가전 기획하는 석재현

현지의 높은 관심…유럽 사진계 진출도 모색

한국 사진가들의 전시를 앞두고 터키의 기대나 반응은 어떠한가?

올 3월 영국 더비사진축제를 방문하고 귀국하는 길에 이스탄불을 찾았다. 이스탄불의 명문 예술대학인 미마르 시난 대학의 사진학과장과 스태프들을 만나 사진전시에 협조를 구했고, 세미나를 제의받아 일정을 맞추는 중이다. 탁심 갤러리와도 전시공간의 특성에 맞게 전시를 구성하기 위한 협력관계를 마련했다. 다들 한국문화와 사진에 대한 관심이 높아 좋은 관계를 형성하면서 준비하는 중이다. 그리고 마침 대규모 회고전을 열고 있던 이스탄불의 원로 사진가 아라 굴러(Ara Guler)와도 만나 전시 오픈날에 한국과 터키 사진가들이 만나는 자리를 갖기로 했다. 이밖에 유럽과 가까운 이스탄불로 유럽의 갤러리 대표와 기획자들을 초청해 한국 사진작품을 관람토록 하는 등 유럽 사진계와의 연계도 모색하고 있다.

이스탄불-경주 세계문화엑스포에서 사진전이 갖는 비중은 어느 정도인가?

엑스포 기간에 많은 행사들이 있지만 이 가운데 사진전시에 거는 기대가 매우 크다. 무엇보다 국내 사진계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70대에서 40대까지의 작가를 아우르며 참여작가 대부분이 직접 이스탄불을 방문할 예정이어서 별도의 전시오픈을 준비하고 있다. 이미 전시작품에 대한 조직위 PT를 마쳤으며 전시내용에 매우 만족하고 있다.

몇차례 한국 작가들의 해외 전시를 기획했는데, 이번 터키 전시는 어떻게 준비되는가?

사실 전시기획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전시개념의 설정과 이를 제대로 표현한 작가의 작품 섭외이다. 이를 위해서는 기획자에 대한 신뢰가 무엇보다 우선된다. 흔쾌히 전시 참여에 응해주신 여러 선배 작가들께 감사드리며, 더 좋은 전시 구성으로 보답해야겠다는 생각뿐이다. 그리고 엑스포조직위와의 행정적인 업무도 많은 편이다. 다행인 것은 공공기관이 주최하는 행사에는 대행사가 끼기 마련인데 이번 전시는 김태욱 소장과 함께 2006년에 개설해 내가 이사로 있는 대구사진문화연구소가 직접 주관을 맡았다. 그동안 사진자료집을 정기적으로 출판하고 기획사진전을 개최해온 연구소의 활동성과를 인정받아 전체 행사주관을 대구사진문화연구소가 맡은 것이다. 이로 인해 효율성이 높아져 전시의 전체적인 완성도를 기대할 수 있게 되었다.

사진가이면서 전시기획자로도 활동 중이다. 영역을 넓히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특별한 계기가 있었다기보다는 2006년 1회 대구사진비엔날레의 행사준비와 주제전의 기획을 맡으면서 전시기획의 중요성을 인식하게 됐다. 이러한 국제적인 사진행사가 국내 사진문화의 확장에 기여할 수 있겠다는 생각과 함께 전시기획과 전시행정이 조화롭게 운영될 필요성을 절감하는 계기가 되었다. 그뒤 해외의 여러 사진페스티벌에 사진가로 혹은 포트폴리오 리뷰어로 참여하면서 다양하게 활동 중인 기획자, 디렉터, 행사운영진들을 만나 많은 정보를 공유하였다. 국내 사진문화를 활성화하고 한국 사진을 외국에 알리는 것이 의미 있다고 생각해 두가지를 병행하게 되었다. 2011년에 중국 운남성에서 열린 따리사진축제에서 한국 사진가들의 전시를 기획했고, 이를 계기로 베이징, 싱가포르, 영국에서 포트폴리오 리뷰와 전시기획을 맡았었다. 오는 8월1일부터 일주일간 열리는 따리사진축제에서 두번째 한국 사진가 전시가 열리게 된다. 기획자와 전시작가로 참여하는 나를 비롯해 권태균, 조대연, 이상엽, 강제욱 등 5명의 한국 다큐멘터리 사진가의 작품이 소개된다.

최근에도 영국, 싱가포르 등지의 여러 사진행사를 다녀왔다. 느낀 바가 있다면?

해외의 사진행사에서 만나는 다큐멘터리 사진은 폭넓은 주제만큼 표현형식에도 제한이 없다. 주제와 형식 모두 다양성이 살아있는 것이다. 그리고 사진가들의 작업과정에서 주제 혹은 대상에 대한 애정과 진지함이 사진에 베여있음을 느끼게 된다. 그리고 최근 영국의 Format 사진축제 등 여러 행사에서 많이 느낀 것으로는 예전에 많이 전시되던 컴퓨터 작업들이 줄고 상대적으로 사진다운 사진이 주를 이뤄간다는 점이다. 올해는 몇년 만에 페르피냥 사진축제를 다녀올 생각이다. 세계 다큐멘터리 사진의 흐름을 피부로 느낄 수 있어 개인적으로 많은 자극과 도전을 받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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