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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 | 리뷰

음반 속으로 들어간 사진

2014-01-29


케이스 속에 담긴 음악을 단 한 장의 이미지로 전달하는 앨범 커버, 그것을 개성 강한 사진이 채우고 있다. 클래식에서 록, 일렉트로닉까지 장르를 넘나들며 음악과 조우하는 사진들을 만나본다.

기사제공 ㅣ 월간사진

서로 닮은 아티스트들의 만남

아이슬란드 밴드 시규어 로스(Sigur Ros)의 5번째 스튜디오 앨범 커버를 장식한 사진의 주인공은 바로 미국 사진가 라이언 맥긴리(Ryan McGinley)다. 발가벗은 채 도로를 가로지르는 젊은이들의 뒷모습은 우리 시대 청춘의 자유와 기쁨, 해방과 환희의 감정을 진솔하게 드러내는 동시에 몽환적인 이미지로 다가온다. 라이언 맥긴리 사진의 이런 분위기는 흥겹지만 동시에 음울하고, 몽상적인 시규어 로스의 음악과 닮았다. 그래서일까. 2달여 가량 뒤에 발매한 싱글 앨범 ‘Inni mer syngur vitleysingur’의 커버에도 라이언 맥긴리의 사진이 사용된다. 시규어 로스가 지금까지 발매한 모든 앨범의 커버 중 라이언 맥긴리의 사진이 쓰인 이 앨범이 가장 화려하고 역동적이란 사실이 흥미롭다.

강영호의 감성을 담다

피아니스트 이루마의 8번째 정규앨범 ‘Blind Film’의 커버 촬영엔 춤추는 사진가로 불리는 강영호가 함께했다. 그로테스크하면서 위트 있는 초상 작업을 발표해온 사진가 강영호의 감성이 앨범 커버에 그대로 담겼다. 아티스트의 모습을 보일 듯 말듯, 어둡지만 동시에 따듯한 느낌으로 표현했다. 촬영 당시 같은 예술가로서 두 사람이 느끼는 창작에 대한 고통과 고민을 표현하기 위해 노력했다는 후문이다. 이루마는 이 앨범에서 ‘Blind Film’, ‘Forest Fantasy’ 등 세상의 모든 이별에 바치는 11곡의 피아노 선율을 담고 있다. 이별의 감성을 깊이 있게 표현한 이루마의 음악과 강영호의 사진이 만남으로서 앨범의 완성도를 더욱 높였다.

권오상의 작품으로 다시 태어난 킨

영국을 대표하는 록 밴드 킨(Keane)의 세 번째 정규앨범이다. 조각난 사진이 인상적인 앨범커버는 바로 사진가 권오상의 작품이다. 실물 크기 조각에 사진들을 이어 붙이는 독특한 작업 방식으로 유명한 권오상의 영국 개인전을 본 킨의 보컬 톰 채플린이 직접 커버작업을 요청해왔다고 한다. 권오상은 이를 위해 멤버 한 명당 천 장 가량의 사진을 촬영했고, 이후 한국에 돌아와 실물 크기로 제작된 조각에 촬영한 사진을 붙여 완성했다. 앨범의 커버는 이렇게 제작된 작품 즉, 킨의 멤버들을 촬영한 이미지로 디자인되었다. 발매 당시 이 앨범커버는 영, 미 문화계에서 화제를 불러일으키며 작가로서 권오상의 이름을 알리는 기회가 되기도 했다.

음악과 조우한 사진가 배병우

첼리스트 양성원의 4번째 앨범으로 한국 연주자로는 처음 발매된 베토벤 첼로 소나타 전곡집이다. 커버는 ‘소나무 사진가’로 알려진 배병우 작가의 작품으로, 화면을 가득 채운 소나무의 묵직함이 첼로의 선율과 닮은 듯하다. 음악을 위해 세계 곳곳을 여행하면서 늘 카메라를 들고 다닌다는 양성원과 세계적 음악 축제인 잘츠부르크 페스티벌 포스터에 작품이 쓰일 만큼 음악과 인연이 깊은 배병우의 만남은 어쩌면 자연스러운 일이었는지도 모른다. 이외에도 배병우는 클래식, 전통음악 등 다양한 장르의 공연에서 음악과 사진의 조우를 시도하고 있다.

소통의 음악, 소통의 사진

한국과 브라질의 아티스트 여섯 명이 모여 음악을 통해 서로 다른 언어와 리듬의 공존을 시도한 컴필레이션 앨범이다. 한국의 이한철, 말로, 나희경과 브라질의 마리아 크레우자(Maria Creuza), 이타마라 쿠락스(Ithamara Koorax), 세자 마샤두(Cesar Machado)가 참여했다. 바다를 배경으로 부유하는 투명한 구의 모습이 눈길을 사로잡는 이 커버 사진은 사진가 이종훈의 시리즈다. 구를 통해 끈임 없이 변화하는 세상의 모습을 신비롭게 표현했으며 범지구적인 음악적 소통을 전하는 앨범의 인상을 잘 담아내고 있다.

케이채의 사진에서 찾은 크리스마스

이준오와 융진으로 구성된 일렉트로닉 그룹 캐스커(Casker)의 디지털 싱글 앨범이다. 누군가에게는 설렘으로, 누군가에게는 외로움으로 다가오는 크리스마스에 대한 곡 ‘Wish’가 담겨 있다. 앨범 커버에는 사진가 케이채가 미국 플로리다의 다운타운디즈니에서 촬영한 사진이 사용됐다. 케이채는 세계 곳곳에서 발견한 보석 같은 순간순간을 그만의 독특한 색감으로 카메라에 담아왔다. 이들의 만남은 케이채가 캐스커와는 같은 소속사인 텐시러브의 앨범커버를 촬영했던 것이 인연이 됐다. 반짝이는 조명이 비추는 거리 풍경과 ‘CASKER’란 글자가 만나 크리스마스의 감성을 보여주는 이미지로 재탄생한 앨범 커버이다.

시간을 넘어선 사진가와 디자이너의 만남

데이비드 보위(David Bowie)가 10년 만에 발표한 30번째 정규앨범으로, 감정을 잃어가는 세상과 폭력으로 물든 우리 시대를 노래한 14곡의 음악이 담겨있다. 그는 이 앨범의 커버를 위해 사진가 스키타 마사요시가 촬영했던 자신의 2001년 앨범 ‘Heroes’의 커버를 차용했다. 흰 사각형에 가려져 손의 제스처만을 간신히 확인할 수 있는 이 이미지에 대해 커버를 디자인한 조나단 반브룩(Jonathan Barnbrook)은 “가장 숭배 받는 앨범 ‘Heroes’의 표지를 뒤엎는다는 건 과거를 지우는 동시에 10년의 공백을 깬 부활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그 결과 이 앨범의 커버는 시간의 차이를 넘어선 사진가와 디자이너의 콜라보레이션 작업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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