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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 | 리뷰

나무를 바라보다

2014-02-17


도시에서 살아가는 식물이 인간이 재단한 환경에 어떻게 적응하며 살아가는지를 묻는 염중호와 나무에 깃든 자연의 생명력을 담아낸 이정록. 나무를 바라보는 두 사진가의 각기 다른 시선.

기사제공ㅣ월간 사진

염중호의 <예의를 잃지 맙시다> 는 우리가 쉽게 마주치는 골목이나 길 혹은 익숙한 공간의 한 켠을 담고 있다. 이 사진에서 예외 없이 등장하는 것이 바로 나무다. 그는 인간이 만들어놓은 환경에 적응하고 그것을 극복해나가면서 생존하고 있는 나무를 통해 자연을 대하는 인간의 지배주의적 태도를 꼬집는다. 이정록은 에서 나무를 자연의 근원적 힘을 보여주는 매개체로 삼았다. 이를 위해 무려 열 단계가 넘는 촬영과정을 거치고, 한 장의 사진을 찍기 위해 같은 장소에서 일주일 이상 머문다. 어떠한 디지털 작업 없이 아날로그 필름으로 담아낸 그의 사진에선 눈에 보이지 않지만 언제나 그곳에 있었던 생명이 빛을 발한다.


“이제 자연도 식물도 더 이상 인간의 지배를 벗어날 수 없는 것 같다. 이것들은 어떠한 방식으로든 인간에게 소비되고 있다.” - 염중호

“회갈색 나무 가지 끝에서 희미한 초록빛이 올라오는 걸 본 순간 어떤 종류의 각성이 있었다. 우리 눈에는 보이지 않는 내재된 나무의 생명력을 느꼈고 그 느낌을 표현하고자 했다.” - 이정록

나무가 등장하는 작업은 어떻게 시작하게 되었나?

염중호 : <예의를 잃지 맙시다> 는 식물의 정치성은 무엇일까, 그들의 생존전략은 무엇일까에 대한 고민에서 시작되었다. 하지만 ‘나무’ 그 자체에 대한 작업이라기보다는 이들을 매개로 우리들에 관한 이야기를 하려는 것이다.

이정록 : 2006년부터 시작한 <신화적 풍경> 시리즈에서 처음 나무가 등장했다. 초기작인 <남녘땅> 에서 있는 그대로의 자연을 담아냈다면, <신화적 풍경> 은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을 표현하기 시작한 작업이었다. 이 시리즈를 작업할 당시 어떤 회갈색 나무의 가지 끝에서 작은 초록 잎이 올라오는 것을 목격하면서 보이지 않는 나무의 생명력을 느끼게 되었고, 그 생명력을 시각화한 작업이 시리즈이다.

촬영은 주로 어디서 이루어졌나?

염중호 : 장소나 지역, 환경과 같은 조건들은 그리 중요치 않다. 나의 직관을 드러낼 수 있는 대상들이 많이 분포한 곳이 좋다. 최근에는 동네에 있는 나무들을 많이 찍었다. 산책을 다니면서 유심히 나무들을 관찰하게 됐고, 그들과 무언가 할 이야기들이 생겼다.

이정록 : 대부분 남도지역에서 진행됐다. 인간의 손길이 덜 닿은 곳을 찾아내고, 그 곳에서 오랜 기간 동안 촬영한다. 전작인 는 예외적으로 실내에서 촬영했지만 신작인 는 제주도의 바다와 들, 목장 등에서 촬영했다.

촬영할 나무를 선정하는 기준이 있나?

염중호 : 특별한 기준은 없다. 나무 자체에 대한 관심보다 그저 인간의 지배하에 종속되어 있는 나무들이 참 불쌍하다는 생각을 했다는 것이 맞겠다. 인간의 즐거움을 위해 얼마나 많은 식물들이 잘려나가나. 연말이 지나면 버려진 나무들이 비닐봉지를 뒤집어쓰고 누워있는 모습에서 우리들의 욕망을 보게 된다.

이정록 : 내 마음속에 존재하는 나무와 닮은 나무를 찾는다. 외부 세계를 재현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개념을 표현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이것을 투사할 수 있는 나무를 찾아내려고 노력한다.

작업에서 나무는 어떤 의미를 갖고 있나?

염중호 : 나무가 어떤 의미를 갖는다기보다 그저 삶에 가까이 있기 때문에 관찰의 대상이 된 것 뿐이다. 사실 딱히 나무여야만 할 이유도 없다. 나무는 그저 당시 나에게 많은 영감을 준 대상이었다.

이정록 : 나무는 보이는 세계와 보이지 않는 세계를 이어주는 매개로서 의미를 갖는다. 모든 작업에서 나무를 대상으로 한 작업은 극히 일부분에 지나지 않는다. 하지만 자연의 근원적 세계와 교류한다는 나의 일관된 작업 태도로 속에서 나무는 상징화된 자연이라고 볼 수 있다.

나무 외에 중요한 요소가 있다면 무엇인가?

염중호 : 생산자인 작가 외에 관객들이 작업의 주체가 되다는 것이다. 이미지는 의미를 해석하는 데 있어서 무한히 열린 세계를 갖고 있다. 열린 이미지를 통해서 관객이 주체가 되는 것이 얼마든지 가능하다고 본다.

이정록 : 나무 외에 중요한 것이라면 장소와 나무와의 조화, 그 장소 안에서 나무와 나와의 교감, 그리고 빛과 공기의 흐름이다.

앞으로의 계획은 무엇인가?

염중호 : 올해 있을 전시를 위해 도시에 관한 작업을 진행할 예정이다. 도시에 대한 고찰이다. 다른 하나는 자유를 갈구하는 인간의 욕망과 그것에 대한 역사적 기록들이 있는데, 그 기록들을 예술로 다시 해석해보고자 한다.

이정록 : 자연이 말하는 침묵의 언어를 기호화했던 (2012) 시리즈를 조금 더 깊이 있는 내용과 완성도 높은 형식으로 확장시키는 작업을 계획하고 있다.


염중호와 이정록
염중호(Yum Joongho) 중앙대 사진학과를 졸업한 뒤 파리 8대학에서 석사를, 동국대학교 영화과 박사 후 과정을 수료했다. 2001년 <백만장자와 숙녀> (일주아트센터, 서울), 2007년 <새로운 경계> (원앤제이갤러리, 서울), 2012년 <타인의 취향> (원앤제이 갤러리, 서울) 등의 개인전을 열었고, 2002년 <빛과 색> (서울시립미술관, 서울), 2010년 (서머셋 하우스, 영국), 2011년 (신세계 갤러리, 서울) 등 다수의 단체전에 참여했다. 현재 서울과 파리를 오가며 작업 중이다.

이정록(Lee Jeonglok) 광주대학교 디자인학과를 졸업한 뒤 홍익대학교 대학원에서 사진디자인으로 석사를, 미국 로체스터공과대학교에서 순수예술사진으로 석사 졸업했다. 1998년 <남녘땅> (갤러리 20000, 서울), 2009년 <이정록> (공근혜갤러리, 서울), 2010년 (빛갤러리, 서울/ 신세계 갤러리, 광주), 2012년 (한미사진미술관, 서울) 등의 개인전을 열었고, 다수의 단체전에 참여했다. 국립현대미술관 미술은행과 대림미술관 등에 작품이 소장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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