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나 오가는 사람들로 북적이는 영등포역에 문을 연 커먼센터, 종로구 통인동 옛 한옥에 둥지를 튼 시청각, 그리고 부암동 골목에 자리한 공간291까지. 젊은 예술가들의 설 곳을 마련하기 위해 예술가들이 직접 나섰다.

기사제공 ㅣ 월간사진

작년 한 해에만 전국에서 167곳의 새로운 미술관, 박물관 그리고 갤러리가 문을 열었다. 폐업하는 곳을 감안해도 꾸준하게 증가하는 추세이다. 하지만 늘어나는 전시공간에도 불구하고 젊은 예술가들은 여전히 설 곳을 찾지 못하고 있다. 풍요 속 빈곤이 아닐 수 없다. 그런 가운데 지난해 하반기, 눈에 띌만한 움직임이 포착됐다. 젊은 예술가들을 응원하는 전시 공간 세 곳이 비슷한 시기에 문을 연 것이다. 바로 커먼센터(COMMONCENTER), 시청각, 공간291이다. 이들에게 더욱 주목하게 되는 것은 동시대 예술가들의 실험적 작품을 선보인다는 점 외에 예술가들 스스로가 운영하는 곳이라는 점이다.

사진으로 소통하는 공간291

사진가, 기획자 등 사진과 관련된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지난해 9월 설립한 ‘협동조합 사진공방’. 사진의 예술적, 사회적 역할을 고민하고자 모인 이들이 신진 작가들의 예술 활동을 지원하고 그들의 자립적 성장을 돕기 위해 복합 전시공간 공간291을 열었다. 종로구 부암동 골목에 자리한 1층에는 사진가 임수식의 개인 소장도서로 꾸며진 사진책 도서관과 사진전을 위한 전시공간이, 지하 1층에는 매체에 상관없이 신진작가들과 신진기획자들을 위한 대안 전시공간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곳에선 올해 상반기 신진작가 공모를 통해 선정된 3명의 작가가 2월 작품을 선보이기 위해 준비 중이다. 공간 291은 매년 상, 하반기에 걸쳐 신진작가 공모를 진행할 계획이며, 매달 작가를 초청해 다양한 이야기를 나눠보는 ‘작가와의 대화’를 마련해놓았다. 2월에는 신진작가 공모 수상작가 3인과 그들의 작업에 관한 이야기를 나눠볼 예정이다.

젊은 시각 예술가들의 허브, 커먼센터

지난달 18일 개관준비전 <적합한 종류> 를 마친 뒤, 3월에 있을 정식 개관전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커먼센터. 이곳은 기획자 함영준과 디자이너 김형재, 미술가 이은우, 디자이너 김영나까지 30대 젊은 아티스트들이 의기투합해 만든 공간이다. 대표 함영준은 “운영 주체가 따로 있고 명확한 계획에 따라 움직이는 기존 미술관과 갤러리에서 전시 기회를 잡는 일은 예술가의 의지만으론 힘든 것이 현실이다. 그에 반해 예술가가 직접 운영하는 공간은 좀 더 자율성이 보장된다. 대다수의 젊은 미술가(혹은 지망생)들이 제 활로를 찾지 못하고 있는 요즘, 그들에게 일종의 구심점 혹은 기존 전시장보다 편하게 접근할 수 있는 공간으로 기능하게 되길 바란다”고 설명한다. 커먼센터는 올해 개관전을 포함해 4개의 주요 전시를 진행할 예정이다. 작품의 판매 수익은 최소 운영비를 제외하고 모두 새로운 전시를 위해 사용되는 순환 구조를 갖는다. 또한 다양한 심포지엄, 사운드아트 워크숍, 패션쇼 등 장르 보다는 작품의 태도와 동시대성에 주목한 프로그램을 준비 중이라고 하니 그들의 행보가 어떤 그림을 그려나갈지 기대감이 차오른다.

보고 듣는 한옥 전시장, 시청각

옛 골목길의 정취가 남아있는 종로구 통인동에는 60년 넘은 옛 한옥에 둥지를 튼 시청각이 있다. 지난해 11월 문을 연 이곳은 독립잡지 ‘워킹매거진’을 함께 창간했던 큐레이터 현시원과 에디터 안인용이 공동 운영하는 전시공간이다. Sasa, 남화연, 슬기와 민, 옥인콜렉티브 등 젊은 예술가 8팀이 참여한 첫 전시 에서는 서울의 인왕산을 주제로 작업한 실험적 작품들을 선보였고, 그 외에 ‘옥인 콜렉티브 상영회’, 실제 함께 인왕산을 오른 ‘인왕산에서 만나요’ 등의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큐레이터 현시원은 “일반적인 공간에서 구현하기 어려운 전시와 시도를 이어가려고 한다. 이를 통해 작가와 기획자, 관람객 모두가 흥미로운 경험을 공유하고, 이런 경험이 시청각을 벗어나서도 지속되길 바란다.”며 기대감을 높였다. 시청각은 3월에 예정된 두 번째 기획전 같은 전시 외에도 ‘큐레이팅 스쿨 서울’과 같은 프로젝트와 강의, 워크숍 그리고 2주에 한 번씩 발간하는 ‘시청각 문서’와 이것을 묶은 ‘시청각 도서’까지. 옛 공간에서 만나는 동시대 미술의 현장이 흥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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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먼센터

화~토요일, 10시~6시/ 일요일, 12시~6시
서울 영등포구 경인로 823-2
070-7715-8235, www.commoncenter.kr

시청각

화~일요일, 12시~6시
서울 종로구 자하문로 57-6
02-730-1010, www.audiovisualpavilion.org

공간291

연중무휴, 10시~6시
서울 종로구 부암동 29-1
02-395-0291, space291.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