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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 | 리뷰

영혼을 치유하는 포토테라피

2014-07-24


여기 사진을 통해 상처받은 영혼을 치유한 사람들이 있다. 포토테라피스트 백승휴 교수와 오월광주 치유사진전을 진행한 임종진 대표가 들려주는 우리가 몰랐던 사진의 힘에 대하여.

기사제공 ㅣ 월간 사진

최근 ‘트라우마’는 사회 전반에서 가장 강력한 화두다. 예상치 못한 사건사고로 인해 사랑하는 사람을 잃게 되는 경험은 상상할 수 없을 만큼 심각한 트라우마를 가져온다. 이렇게 상처받은 마음과 영혼을 치료하기 위한 다양한 테라피에 대한 관심도 뜨겁다. 미술테라피, 음악테라피 등등, 다양한 분야에서 테라피를 접목하고 있다. 그 중에서도 포토테라피는 포토와 테라피가 합쳐진 단어다. 풀어 말하면 사진을 찍거나 사진에 찍힘으로써 마음의 상처와 영혼을 치유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미 해외에서는 심리치료 과정에 사진을 접목하는 사례가 많은 편이다. 우리나라에서도 한국사진예술치료학회, 포토테라피 전문가 양성과정 등 포토테라피에 대한 다양한 연구와 강의가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최근에는 포토테라피라는 개념이 도입된 <오월광주 치유사진전> 이란 의미 있는 전시가 열리기도 했다.

포토테라피스트 백승휴 교수
모델이 되어 사진 속 나를 만나라

이주향 교수는 사진 속에서 자신의 순수성을 발견했고, 그 사진을 보고 있으면 기분이 좋다고 했다. 그녀에게 있어 사진은 새로움을 발견하는 도화선이었다.

사진의 치유효과란?

포토테라피는 카메라라는 도구를 이용해 사람들을 이롭게하는 모든 행위이다. 당사자가 사진 속 모델이 됨으로써 긍정적으로 ‘자아’를 인식하게 되고 그 과정을 통해 자신감이 회복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내가 추구하는 포토테라피이다. 이 치료방법의 중심은 항상 ‘나’이다. 아름답게 꾸미고, 당당하게 카메라 앞에 서는 과정을 통해 자신에게 있는 부정적인 인식이 서서히 긍정적으로 바뀌는 것을 경험할 수 있다.

어떤 치료들을 진행했었나?

여성들에 대한 치료가 많았다. 한 번은 백발이 콤플렉스인 70대 여성을 만났다. 백발이 싫어 주변사람을 만나기도 꺼려했었다. 하지만 그 분의 우아하면서도 원숙한 아름다움을 최대한 강조해서 사진을 찍었고, 사진 속 자신의 모습을 무척이나 마음에 들어 한 그녀는 이제 백발을 당당하게 여기며 살고 있다. 사진 한 장으로 내면에 감춰진 매력을 보여줬던 것이다.

사진 치유를 극대화 할 수 있는 방법은?

인물촬영에 대한 기술적인 부분도 물론 중요하다. 하지만 치유과정에서는 그 대상을 최대한 존중하고 사랑하는 마음으로 촬영에 임해야 한다. 그리고 치유를 목적으로 한 사진인경우 절대 망원렌즈는 사용하지 않는다. 50mm와 같은 표준렌즈를 사용해 근거리에서 피사체와 눈을 마주하며 대화하고 그 사람에게만 집중해 촬영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포토테라피가 필요한 대상은?

50대 이상 중년 여성 가운데는 상실감으로 인해 힘들어하는 이들이 의외로 많다. 젊음을 잃고, 정체성을 상실하고, 자식들로부터 소외당하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그들의 사진을 멋지게 찍어줌으로써 ‘당신이란 사람은 아직도 매력적이야’라며 외모적인 부분에 대한 긍정적인 힘을 불어넣어줄 수 있다.

(좌측) 영의 ‘양동시장 한 켠에 길게 늘어 선 중고 오토바이들’. 새 주인을 기다리며 길게 줄지어 선 중고 오토바이들을 본 순간, 새로이 힘을 얻고 싶은 자신과 같은 처지라는 생각에 웃음이 흘러나오기도 했다.

(우측) ‘금남로 전일빌딩 앞 계단’. 계엄군들에게 붙잡혀 이곳에서 개머리판과 군홧발로 무차별적인 폭행을 당했다. 기억하고 싶지 않은 그날, 그곳을 다시 찾아가는 데 너무나 오랜 시간이 걸렸다.

사연전달자 임종진 대표
직접 카메라를 들고 현장과 마주하라

사진의 치유효과란 무엇인가?

내가 생각하는 포토테라피는 치료가 아니다. 아픔을 지닌 이들이 그 아픔을 스스로 덜어낼 수 있도록 그저 옆에서 도와주는 것이다. 아픔의 역사가 담긴 그 현장과 직면하는 과정을 통해 상처가 치유되도록 돕는 것이 포토테라피의 진정한 역할이다. 물론 그 과정에는 원칙이 있다. 그 사람들을 위해 내가 나서서 무엇을 하기보다는 그들 스스로 아픔을 덜어낼 수 있도록 그저 묵묵히 지켜보는 것이다.

어떤 치료들을 진행했었나?

대표적인 것은 이번에 진행한 <오월광주 치유사진전> 이다. 5•18 유공자 아홉 분과 함께했던 프로그램이다. 당시 역사의 현장에 있었던 그들은 모두 한두 군데 이상의 장소에 트라우마를 갖고 있었다.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아픔이 있는 장소와의 대면이 꼭 필요하다고 느꼈고, 그곳에 가기 위해 상담과 카메라란 도구를 이용해 많은 준비를 했다. 처음 그 장소를 찾았을 때는 말도 더듬고 화를 내는 분들도 많았다. 하지만 카메라의 뷰파인더를 통해 그곳과 직면하면서 점점 마음의 상처와 아픔을 표현하고 덜어내는 것을 보았다. 30년 넘게 트라우마 때문에 가 보지 못한 장소를 이제는 스스로 갈수 있게 되었고, 점점 잊혀져 가는 5•18민주화운동을 알리는 도구로 사진을 활용하고 있다.

사진 치유를 극대화 할 수 있는 방법은?

우선 사진에 흥미를 붙일 수 있게 도와주고 찍은 사진을 비판하기보다는 잘하는 부분을 강조해주는 것이 중요하다. 그 사람이 지닌 내면의 아픔을 파악해서 왜 이 사진을 찍었는지에 대해서도 말해주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한 과정을 통해 본인 스스로 아픔과 직면하고, 자연스럽게 고통을 덜 수 있게 도와준다. 또한 아픔이 있는 장소에 가도록 무조건 강요하기보다는 충분한 시간을 두고 아픔과 대면할 수 있을 정도로 상담을 지속한다. 그 과정에서 마음이 열리면 아픔이 생긴 곳, 트라우마가 생긴 공간 속으로 들어가도록 도와줄 뿐이다.

포토테라피가 필요한 대상은?

세월호 사건을 겪은 유가족들에게도 실질적인 프로그램이 진행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물론 일상생활에서 생기는 작은 스트레스나 속상함, 작은 응어리들을 풀지 않고 그냥 살아가는 많은 사람들에게도 분명 필요하다. 카메라라는 도구를 통해 나를 직면하며 그 아픔들을 치료할 수 있기 때문이다. 포토테라피를 진행하기 전에 가장 중요한 것은 생각을 바꾸는 것이다. 사진에는 치유적인 힘이 있다고 생각을 전환하는 것이다. 그 다음 치료를 진행하면 된다. 그러기 위해서는 사진을 보는 눈을 기르는 과정도 어느 정도는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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