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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 | 리뷰

텀블벅으로 후원 받기

2014-10-14


유명한 예술가가 아니어도 전시를 할 수 있는 방법! 바로 개인의 창작물에 후원을 받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펀딩 플랫폼, 텀블벅이다. 텀블벅에 도전해서 전시도 하고, 책도 펴낸 사진가들의 이야기를 직접 들어본다.

기사제공 ㅣ 월간사진

요즘 예술가들 사이에서 ‘홀로서기’는 가장 중요하고도 필요한 화두다. 창작활동을 하면서 전시를 하고 책도 내야 하는 그들에게 있어 가장 큰 걸림돌은 돈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최근 크라우딩 펀딩 플랫폼인 텀블벅(Tumblbug)을 통해 필요한 자금을 후원받는 예술가들이 점점 늘고 있다. 텀블벅은 영화, 음악, 미술, 출판, 건축, 사진, 디자인, 테크놀로지, 게임, 요리 등 창조적인 분야에서 이뤄진다. 아티스트가 다양한 시도를 하는데 있어 필요한 자금의 통로를 만들고, 아티스트와 팬들을 연결시켜 주는 플랫폼이다. 미국의 유명 소셜 펀딩 플랫폼인 ‘킥스타터(kickstarter)’의 경우 미국 은행계좌가 없으면 사용할 수 없기 때문에 우리나라에서도 2년 여의 준비 끝에 2011년 텀블벅이 탄생하게 되었다. 이후 현재까지 1,261개의 프로젝트가 등록되었으며, 이 중 810개 프로젝트가 목표 펀딩 금액을 달성하였다.

그렇다면 텀블벅의 모든 프로젝트는 어떻게 진행될까. 목표 금액은 아티스트가 결정한다. 그리고 제한된 시간 안에 목표 금액에 도달해야만 결제가 진행된다. 그 전까지는 아무런 결제가 진행되지 않기 때문에 후원자들의 위험부담 역시 적다. 일반적인 소셜 펀딩과 텀블벅의 가장 큰 차이라고 볼 수 있다. 아울러 텀블벅은 오직 창조적인 프로젝트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다. 따라서 문화, 기술 분야의 창작과 관련 없는 부동산, 대출, 창업, 정치 및 사회 운동 분야는 제외된다.

후원을 받기 위해 필요한 특별한 자격은 없다. 초대장이 있다면 누구나 가능하다. 텀블벅에 프로젝트 페이지를 공개한 회원들은 기본적으로 5장의 초대장을 받는다. 이들로부터 초대장을 받는 방법과 사이트 상단의 ‘프로젝트 만들기’를 통해 몇 가지 정보를 작성 후 초대장을 받는 방법이 있다. 초대장을 받고 나면 메일에 첨부된 프로젝트 ‘시작하기’ 버튼을 통해 로그인 또는 가입 후 곧바로 프로젝트 페이지를 작성할 수 있다. 프로젝트의 제목을 작성하고 메인 화면에 들어갈 영상 혹은 사진을 올린 다음그 아래 편집 툴에 내용을 작성한다. 페이지를 올려놓으면 지정된 텀블벅 담당자의 심사를 거쳐 대중들에게 공개된다. 처음 이용하는 사람도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다.

텀블벅, 득과 실

이렇듯 새로운 채널을 통해 대중과의 소통은 물론 후원까지 받을 수 있지만, 후원을 받고자 하는 모두가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만약 성공한다면 계획했던 전시를 열거나 책 출간을 원하는 일정에 맞게 진행할 수 있지만, 간혹 실패의 쓴 맛을 보는 경우도 더러 있기 때문이다.

계원예대 사진학과에 재학 중인 최영은 올해 3월, 자신만의 사진집을 만들고 싶어 텀블벅에 도전했다. 하지만 정해진 기간 안에 후원을 받는 데 성공하지 못했다. 그가 꼽은 실패의 요인은 약한 홍보력이었다. 텀블벅에서 각 프로젝트마다 일일이 홍보를 해 주지 않기 때문에 결국 홍보는 본인의 몫이 된다. 그러다 보니 아티스트 본인의 홍보력과 지인들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 저절로 홍보가 될 거라고 안일하게 판단할 경우 실패로 이어질 수 있다. 하지만 분명, 텀블벅은 창작활동을 하는 이들에게 있어서 대중과의 자유로운 소통이 가능함과 동시에 후원까지 받을 수 있다는 것은 큰 장점이라고 말한다. 후원을 받는 데 성공한 사진가들의 생각은 어떨까? 텀블벅을 통해 활발히 작업을 이어나가고 있는 사진가들을 직접 만나보았다.

홍익대학교 일반대학원 광고홍보학을 졸업하였다. 환경잡지 그린마인드에서 포토그래퍼로 활동하며 현재 장난감 회사인 블록에서 마케팅팀장으로 있다. 지금은 서울스냅 사진집과 전시를 준비 중이다

텀블벅에 소개된 <서울스냅> 은 어떻게 탄생했나?
2009년 당시 호주에 있었다. 한국에서보다 훨씬 예쁜 사진을 촬영할 수 있었고 사진에 대한 주변의 반응도 좋았다. 그것이 계기가 되어 ‘만약 한국을 다른 시선으로 바라보면 새로운 사진이 나오지 않을까?’하는 생각으로 ‘서울스냅’을 기획했다.

인스타그램에 올린 <서울스냅> 사진들을 보고 외국 팔로워들이 한국의 풍경에 관심을 가진 게 시작이었다. 내가 서울을 홍보하고 있다는 생각에 뿌듯했다. 서울에 사는 서울 사람들, 서울에 사는 외국인들, 외국에 사는 서울 사람들, 해외의 외국인들 모두가 잠재적인 팬이었고, 그들이 책을 통해 사진을 볼 수 있었으면 했다. 서울시에 후원과 홍보를 요청하기도 했지만 쉽지만은 않았다. 그래서 텀블벅을 이용하기로 했다. 혼자 구상하고 진행하는 것보다 사람들에게 나의 기획을 알리고 후원을 받게 되면 더 열심히 책임감을 갖고 진행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사진가로서 공개 후원을 받는 것이 어려운 결정이었을 것이다. 어떤 생각이었나?
그린마인드 포토그래퍼 활동을 하면서 많은 예술가들을 인터뷰했다. 그 때마다 공통적으로 들었던 말은 예술가가 자신의 작품에 가격을 매기는 것이 저급하다는 이야기였다. 예술에 계산적이어서는 안 되고 마케팅을 해서도 안 된다는 것. 하지만 내 생각은 달랐다. 작품을 사람들에게 알려서 얻는 경제적인 이득으로 또 다른 작업을 이어간다면 좋을 것이라고 생각했고, 대중과 소통하며 동시에 경제적인 이득까지 얻을 수 있다는 점에서 텀블벅은 예술가에게 꼭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후원을 받아 사진집 출간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어떤 과정으로 진행되었나?
후원이 완료된 이후 <서울스냅> 에 들어갈 사진들을 골라내는 작업을 했다. 지금은 인쇄용에 맞도록 보정을 하고 있고 70% 정도 진행된 상태다. 그 이후에도 후원을 계속 받고 있고, 사진도 계속 찍고 있다. 사진집의 경우 원래 계획은 8월 출간이었는데 아마도 9월 이후에는 볼 수 있을 것 같다. 아울러 대중과 소통할 수 있는 전시를 기획하고 있다.

스스로의 목적을 달성했는가?
목표 금액을 채울 정도의 호응이면 책을 만들지 않아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들이 내 사진을 이 정도로 좋아하고 내가 완성한 <서울스냅> 이 그만큼의 가치가 있다는 의미이니 말이다. 시간이 좀 더 있었다면 더 많은 금액으로 좋은 책을 만들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실제로 사람들의 반응은 금액과는 크게 상관이 없는 것 같다. 아직 책이 나오지 않은 상황이라 100% 만족한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진행 과정은 만족스럽다.

후원 기간과 목표 금액을 설정하게 된다. 어떤 기준에 맞춰 정하였는가?
크게 의미를 두지는 않았다. 지난 4월 처음 계획해서 올렸다. 너무 오래 끌면 나는 물론 주변 사람들도 너무 지칠 것 같고, 그렇다고 너무 짧으면 금액 달성에 실패할 것 같아서 대략 한 달로 잡았다. 액수 또한 500~1000부를 예상하고 주변의 도움을 얻어 결정한 금액이 2백 50만원이었다. 하지만 막상 진행을 해 보니 예상 부수를 출간하기에는 다소 부족한 금액이었다.

텀블벅 시스템에 대해 느낀 장점과 단점이 있다면?
자신의 예술활동에 대한 사람들의 호응과 관심이 궁금할 때 간접적으로나마 그 궁금증을 풀 수 있다는 것은 장점이다. 하지만 아쉬운 것은 홍보가 성패를 좌우한다는 사실이다. 후원을 받고자 하는 사람들 대부분이 예술가이기 때문에 홍보에 상대적으로 소극적일 수밖에 없다. 사람들에게 자신을 알려야 하고, 자신의 사적인 공간(홈페이지, 블로그, SNS 등)을 활용해서 홍보를 해야 하는 과정이 어렵게 느껴졌다.

후원을 받고자 하는 이들에게 조언을 해준다면?
자신만의 확실한 컨셉트, 구체적인 계획과 그에 맞는 정보를 사전에 갖고 있어야 한다. 막연히 ‘책을 내고 싶다’라든가, ‘나도 전시 한 번 해보면 어떨까?’하는 정도의 호기심만으로 접근하면 성공하기 힘들다. 스스로 그 작업을 왜 해야 하는가에 대한 확실한 답이 정해져 있어야 할 것이다.

부부 사진가인 김남호와 한윤희는 서울예술대학에서 사진을 전공했다. 2014년 'Breeze'로 이중섭 창작스튜디오와 더스트롱홀드에서 개인전을 열었고, 사진집도 출간하였다. 현재 제주도에서 사진가로 활동 중이며, 9월 19일까지 제주시 노형동 더스트롱홀드 갤러리카페에서 'Breeze by Hanyunhee/ in London by gheemnam' 전시를 진행한다.

'Breeze'에 수록된 런던 풍경, 2008년 런던에서의 생활과 작업은 어땠는가?
우리 인생의 어느 한 부분을 여행이 아닌 삶으로 경험해 보고 싶었던 로망이 있었고, 그래서 공부와 작업을 핑계 삼아 결혼 후 무작정 런던으로 가게 되었다. 여행이 아닌 생활이었기 때문에 적응하는 데 오랜 시간과 노력이 필요했다. 한동안은 외롭고 우울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다채롭고 매력적인 영국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그렇게 똑딱이 카메라로 찍은 일상적인 사진의 일부를 블로그를 통해 올렸고 소중한 경험을 한 권의 사진집으로 출간까지 하게 되었다.

텀블벅에서 사진집과 전시의 후원을 받기로 결정한 계기는?
런던에서 기록했던 사진들을 공유할 공간이 생겨 전시를 계획하던 중, 사진집 제작에 필요한 자금을 고민하다가 텀블벅 생각이 났다. ‘이게 과연 될까?’ 하는 기대 반 호기심 반으로 시작한 일이었다. 물론 홍보의 목적도 있었다.

후원 기간과 목표 금액을 설정하게 된다. 어떤 기준에 맞춰 정하였는가?
기간 설정과 관련해서 텀블벅 홈페이지에 나온 내용을 참고했다. 보통 너무 길지 않게 하는 것이 후원 모집의 중력을 높일 수 있다는 게 주된 내용이다. 그래서 한 달로 기간을 정했다. 액수 역시 전시, 출판을 계획하면서 부족한 자금을 계산해 봤고, 최대한 충당 가능한 금액을 생각해 보고 최종적으로 3백만원으로 결정했다.

사진집 출간과 제주에서의 전시를 후원을 통해 성공적으로 마쳤다. 과정은 어떠했나?
진행하면서 알게 된 사실은 프로젝트 설정 금액에 도달하면 텀블벅이 정리한 후 진행자에게 그 금액을 입금해주기까지 최대 한 달 정도의 시간이 걸린다는 것이다. 원활한 전시 진행을 위해서는 이런 내용을 알고 시작하는 것이 도움이 될 것 같다. 전시, 그리고 사진집 제작과 관련된 에피소드들은 후원자들이 볼 수 있도록 텀블벅에 업데이트했다.

텀블벅이 스스로의 목적을 달성해 주었는가?
후원을 받기 시작하자마자 가슴 아픈 세월호 참사가 있었다. 그 충격으로 모든 걸 취소할까 고민도 했었다. 하지만 각자 자기 자리를 열심히 묵묵히 지켜내는 것도 필요한 일이라고 생각했고, 안 될 줄 알았는데 운 좋게 목적을 달성했다.

후원을 받으면서 이러한 플랫폼에 대해 느낀 장점과 단점이 있다면?
작업하는 사람에게 대중과의 소통은 반드시 필요하다. 자금 후원도 받고 동시에 홍보도 할 수 있다는 건 분명 사진가에게 도움이 된다. 전문 사진가뿐만 아니라 사진가가 되기를 꿈꾸는 이들에게는 그 꿈에 다가갈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공간이다. 펀딩 사이트들을 들여다보면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꿈을 이루고 있는 게 보인다. 하지만 작가 스스로 지인들에게 홍보를 해야 한다는 점이 다소 부담으로 느껴진다.

후원을 받고자 하는 이들에게 조언을 해준다면?
진행과정은 물론 후원자를 위한 선물을 정할 때도 텀블벅 담당자의 조언이 도움이되었다. 대부분 포스터, 엽서를 올렸지만, 차별화가 필요하다는 조언에 따라 영국에서 가져온 왕실 홍차를 후원자 선물로 결정했다. 진행 과정에서 이런 세심한 배려가 후원을 받는 데에 도움이 되었던 것 같다. SNS를 운영하거나 홍보를 적극적으로 한 케이스는 아니었지만,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사진에 대한 꿈과 열정 덕분이라고 생각한다. 무엇을 하고 있으며 무엇을 하고 싶고, 이루고 싶은 지에 대한 확실한 자기 정리를 하고 진정성 있게 작품으로 어필한다면 무엇이든 이룰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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