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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 | 리뷰

그림책 같은 동호회

2009-11-10


"… Laughing on the bus, playing games with the faces. She said the man in the gabardine suit was a spy. I said "Be careful. His bowtie is really a camera"
아주 오래 전 흘러간 팝송이지만 여행의 소소한 감정을 노래한 Simon & Garfunkel의 'America' 중 가사 한 토막이다. 버스 안에서 한 연인이 소곤 소곤대는 장면이 연상되어 입가에 미소가 지어진다.
스파이가 쓰는 나비 넥타이 모양의 카메라? 가사 속의 말장난이 이 동호회에서는 실제가 된다. 바로 토이카메라 동호회 '토이매니아'. 말 그대로 장난감 카메라 동호회다. 이들은 주스 모양, 꽃 모양, 로봇 모양 등 다양하고 귀여운 디자인, 영화 스틸컷 같은 감성적인 색감, 우연적인 이미지 등 토이카메라의 특별하고 남다른 매력을 온몸으로 느끼며 장난감으로 놀이하듯 즐거움과 감성을 공유하고 있었다.

글 한영혜


독특하고 다양한 이미지 효과에 귀여운 생김새, 조촐한 가격대까지 젊은 층의 위시 아이템으로 등장한 토이카메라는 카메라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물론 사진에 관심 없는 사람에게까지 큰 관심을 받고 있다. 토이카메라(Toy Camera)는 말 그대로 인형, 작동 완구 등과 같은 장난감의 한 종류다. 무게도 가볍고 외향도 알록달록하여 어린이 장난감처럼 느껴지지만 최종 이미지만은 왠지 모를 묘한 감정과 분위기를 자아내어 보는 이의 감성을 무한 자극하는 매력적인 카메라다.
렌즈 광량과 셔터 스피드의 부족으로 노출이나 초점이 어긋나고 화면 모서리 부분이 검게 가려지기도 하지만 오히려 오묘하고 신비한 색감과 비네팅(vignetting)으로 몽롱하고 아련한 기억의 한 장면이 연출되기도 한다. 디지털 촬상소자가 아닌 필름을 사용하여 번거롭고 느리며 또 실패도 많지만 대신 기다림을 알게 하고 쉬어가게 해준다. 자유로움, 감성적, 내면적, 저돌적, 엉뚱함, 좌충우돌, 시행착오, 간지, 빈 주머니, 술주정, 뻘짓……. 어찌 보면 젊다는 것과 많이 닮아 있다.


'토이매니아' 동호회는 토이카메라가 슬슬 사람들의 관심을 끌기 시작할 무렵인 1999년에 다음카페에서 홀가 유저 모임으로 시작했다. 10년 전서부터 인터넷상에서 만나고 토이카메라에 대한 정보를 나누고 즐겼으니 정말 토이카메라 마니아긴 마니아다. 현재의 모습은 싸이월드로 2002년에 옮겨온 형태라 할 수 있다.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젊은 감성으로 토이카메라를 즐기는 사람들 약 18천명이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토이카메라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든지 가입 할 수 있는 '토이매니아'는 20대 초반에서 30대 중반까지의 젊은 층, 여성층, 특히 디자인이나 예술 분야에 종사하는 회원들이 활동을 많이 한다.


실제 토이카메라는 이 마니아 세계에서는 꽤 매력적인 카메라다. 일반카메라로는 찍을 수 없는 다양한 분할 이미지, 다양한 포맷, 가격 경쟁력, 수려한 외관, 용이한 개조와 변형 등의 장점을 매력으로 꼽는다. 예를 들면 하나의 필름을 2~8분할로 나누어 촬영할 수 있어서 실험적인 이미지를 부담 없이 만들어볼 수 있다. 저렴한 가격에 중형필름, 어안렌즈를 경험해볼 수 있으며, 주스 팩 같은 모양의 카메라나 재미난 캐릭터가 프린트된 카메라처럼 다양한 모양이 넘쳐난다. 버튼 누
르면 고양이 소리가 나서 그 소리를 듣고 사람들이 놀라는 순간을 찍는 아이디어가 통통 튀는 카메라, 셀카 전용으로 만들어진 카메라 등 다양하다. 저렴한 가격에 종류가 다양할 수 있는 건 토이카메라 분야가 최고봉이라 하겠다.
"가끔식 사람들이 토이카메라를 보고 왠지 마감이 조잡하고 가볍고 엉성해보여서 '이거 찍혀?' 라고 많이들 물어봤어요. 하지만 직접 한두 번 만져보고 찍어보다 그 결과물을 보고는 바로 저렴한 카메라를 한 대 구입하더니, 바로 '토이매니아'에 가입하더라고요~" 유규상 동호회 운영자의 말이다.

가방 속 필수품처럼 항상 챙기고 다니면서 일상의 풍경을 일기처럼 찍기도 하고 회원끼리 친구끼리 서로 서로 사진을 찍어주면서 토이카메라 놀이를 한다고 한다. 연속 사진을 찍는 카메라를 들이대면 점프를 하거나 뛰어오면서 움직여주고, 어안렌즈 카메라를 들이대면 렌즈에 바싹 접근해서 재미난 표정을 짓거나 하는 것이다. 토이카메라는 찍는 사람이나 찍히는 사람 모두를 즐겁고 신나게 만든다. "토이카메라의 가장 큰 매력은 무엇보다 '즐거움'인 것 같아요."


매달 한번 씩 만나서 정기모임을 가지고 가끔씩 사진을 찍으러 혹은 사진전을 함께 보는 번개를 가진다. 친구처럼 자주 만나 영화를 보거나 밥 먹고 술 마시는 일은 다반사다. 해마다 예쁜 티셔츠를 제작해서 입기도 하고 매년 '나작가 공모전'이라는 동호회 내부 공모전을 열고 온라인과 오프라인 전시를 병행한다. 토이카메라에 대한 사용기나 수리점, 현상소 등에 대한 정보 등을 공유하고 찍은 사진을 올려서 느낌을 교감한다. 한마디로 토이카메라를 즐겁게 즐길 수 있는 울타리를 함께 만들어간다고 할 수 있다.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과 만나서 서로를 알아가고 웃음과 기쁨을 나눈다. "누구나 심심하면 잠시 들려 넋두리를 읊다가 갈 수 있는 동호회이고 싶어요. 다양한 고급 정보가 많은 백과사전 같은 동호회보다는 쉽고 재미있는 편안한 그림책 같은 동호회가 좋겠어요."

통통 점프하는 친구 녀석, 길 가다 마주친 엣지녀, 우연히 바라본 하늘, 길가의 잡초, 차안에서 본 건널목, 빗물의 반영, 머리 자른 친구 얼굴, 필름 감는 것을 까먹고 겹쳐 찍은 동물원에 곰 등 사진과 오래 사귄 친구와 대화를 보는 듯한 게시판의 글 등 '토이매니아'를 장식하고 있는 차곡차곡 쌓인 오랜 시간의 흔적들은 그런 쉽고 재미있는 편안한 그림책을 보는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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