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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 | 리뷰

출사도 떠나고 휴양도 하고, 아침 고요 수목원

2006-07-18


“수목원을 둘러보는 데는 1시간 정도 걸립니다. 말 그대로 ‘산책’만 하면요. 작정하고 빨리 돌면 30분도 채 안 걸릴지도 모르겠네요. 대신 계곡물에 발도 담그지 말아야 하고, ‘시가 있는 산책로’에서 단 한편의 시도 읽지 말아야 하고, 잣나무 숲에서 숨 한 번 크게 들이쉬지도 말아야 하고, 그리고 넓은 잔디밭에는 절대 앉지 말아야 합니다.”

‘아침고요 수목원’의 홈페이지에 나와 있는 문구다. 일단 재치있다. 요즘같은 초고속 스피드 시대에 이런 '느림'을 지향하는 곳이 있어야 사람들도 궁금해 하기 마련이다. 출사지 소개는 원래 사진 찍기 좋은 곳을 소개하는 장이지만 이번에는 가족들과 함께 자연의 아름다움을 벗 삼아 공원처럼 휴식도 즐길 수 있고 멋진 사진도 찍을 수 있는 곳으로 여러분들을 안내하고자 한다.

아침 고요 수목원은 경기도 가평군 축령산(879m)의 동쪽 능선을 따라 울창한 전나무 숲을배경으로 위치해 있다. 이곳은 1996년 한상경 삼육대 원예학과 교수가 설립한 곳으로 단순한 식물 수집의 개념이 아닌 한국의 미를 최대한 살려 계절별, 주제별 다양한 모습으로 만들어져 다양한 모습을 만날 수 있다. 봄에서 여름으로 넘어가는 6월은 1년 중 가장 많은 꽃을 접할 수 있는 시기임과 동시에 우리가 흔히 ‘초록색’이라고 부르는 색의 종류가 가장 다양한 옷을 입고 있는 시기이기도 하다. 이곳의 가장 큰 매력은 바로 축령산 기슭에 자리잡은 울창한 전나무 숲과 형형색색의 꽃들이 있는 아름다운 정원의 경치를 함께 감상할 수 있다는 점이다. 갖가지 화초와 수목들로 조경된 아침고요 수목원은 온실 속에 식물들을 수집해 놓는 식물원과 달리 마치 정원과 같은 분위기를 갖추고 있다.

글, 사진ㅣ 유호종 (http://blog.naver.com/zazabto)

촬영 Tip - 아기자기한 화초와 아름드리 수목들이 마치 넓은 정원처럼 조성된 이곳의 풍경은 어떤 곳이든 훌륭한 배경을 선사한다. 모델이나 여자친구를 위한 포트레이트 촬영을 위해서는 준망원 계열의 렌즈를 가져가는 것이 좋으며, 반사판이 있으면 더욱 좋다. 꽃 하나하나를 섬세하게 촬영하는 접사나 전체 경관을 담는 풍경 촬영도 유리하다. 접사를 위한 접사렌즈와 삼각대를 챙기는 것도 좋겠지만, 휴식이 우선이라면 오히려 짐이 될 수도 있다.

정문을 들어서면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초가집의 ‘고향집 정원’. 이곳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역사 박물관으로 사용되고 있으며, 옆 사진실에는 영화 ‘편지’의 촬영 당시의 장면들을 볼 수 있게 해 놓았다.

화단을 따라 가파른 언덕을 오르면 바로 이곳이 무궁화 동산이다. 우리나라 무궁화 250여종, 철쭉, 진달래가 식재되어 있어 봄과 여름이 모두 아름다울 뿐만 아니라 매발톱꽃, 애기나리, 쥐오줌풀, 미나리냉이 등의 야생화가 사시사철 피어나는 야생화 자원의 보고이기도 하다.

무궁화 동산을 지나 수목원 출입구와도 같은 나무다리와 돌다리를 건너면 본격적인 수목원 여행이 시작된다. 구름다리로 개울을 건너 왼쪽으로 올라가면 분재정원이다. 소나무, 향나무 단풍나무 등 한국 자생 수종의 분재들이 전시돼 있다. 시가 있는 산책로를 따라 돌탑과 단풍정원에 닿는다. 이름대로 단풍정원은 가을이 훨씬 운치있게 보인다.

단풍정원을 따라 몇 걸음 옮기면 ‘에덴 계곡’으로 불리는 시원한 계곡과 수목원을 찾은 여러 방문객들이 직접 쌓은 돌탑들로 조성된 탑골이 나온다. 수목원을 만들 때 골라낸 돌들을 이용해 누구든 돌탑을 쌓을 수 있어 연인들은 탑을 쌓으며 영원한 사랑을 기원하기도 한다.

아침고요수목원의 하이라이트이자 대표정원으로 한국적인 선과 색채가 화려하게 조화를 이루고 있어 관람객들로 항상 붐빈다. 통일된 조국을 소망하고 염원하는 의미에서 한반도 모양으로 설계된 하경정원을 찍기 위해서는 하경정원 전망대에 올라가서 바라 보는 것이 좋다.

에덴계곡 위 운치있는 나무다리를 건너 언덕 쪽으로 50m정도만 올라가면 ‘하경 전망대’가 있다. 한반도의 모습을 한 하경정원을 중심으로 수목원의 전경이 한눈에 들어오고, 수목원을 감싸고 있는 축령산의 자태도 감상할 수 있다.

우리 옛 어른들의 삶의 터전을 재현해 놓은 곳으로 초가삼간, 부자집 농가, 양반집 대가로 이루어져 있다. 단순히 주거양식만 구경하는 것이 아니라 도리깨, 디딜방아, 절구 등 생활소품들을 직접 다루어보고 체험할 수 있다. 특히 양반 가옥에 올라 바라보는 수목원의 경치는 일품이다.


수목원 가장 중심에 자리하고 있는 ‘아침광장’은 아이들이 뛰어 놀기에 가장 훌륭한 곳으로 가족끼리 돗자리를 깔고 점심을 먹고, 낮잠을 자거나 담소를 즐기는 장소로 그만이다. 영화 ‘편지’의 배경지로도 유명한 이곳에 주인공 환유(박신양) 소나무가 있는 곳은 관광객들을 위해 팻말을 꽂아 기념하고 있다.

‘아침 광장’을 가로질러 ‘침엽수 정원’, ‘선녀탕’, ‘야생화 정원’, ‘허브 정원’ 등을 둘러 보았다면 아침고요 수목원을 한 바퀴 다 둘러본 것이다. '수박 겉핡기' 식으로 정원만 휙 둘러보고 온다면 재미없다.‘계곡물에 발 담그고 책 읽어보기’, ‘원두막에서 담소 나누기’ ‘잔디밭에서 달콤한 낮잠에 취해보기'이런 것들을 모두 여유 있게 만끽하려면 하루가 모자랄지도 모른다.
일상의 지루함에 지친 직장인들이여~ 일요일만 되면 이불 속에서 나오지 않으려는 가장들이여~ 이번 주말에는 연인이나 친구, 가족들과 함께 김밥 싸들고 아침 고요 수목원으로 출사 대신 휴양을 떠나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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