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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 | 뉴스

디자인, 아웃사이드 디자인

2013-08-23


이번 주제는 외부에서 보는 디자인, 즉 비전공자가 디자인에 대해 배우면서 이해한 디자인에 관한 내용입니다. 강의의 결론에서는 더욱 효율적인 디자인 활동을 위한 제안을 이야기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강의 ㅣ 주재우 (국민대학교 경영학부 교수)
정리 ㅣ 이주연

저는 토론토의 로트만 경영 대학에서 마케팅 전공 박사과정을 했습니다. 프로그램에 참가하면서, 비즈니스 안에서 새로운 연구영역을 찾기 위해서 다양한 분야를 탐색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저의 지도교수님과 학장님이 많은 도움을 주셨는데, 지도교수님을 통해서는 소비자행동에서 사용되는 행동적 의사결정(Behavioral Decision Theory)과 행동경제학(Behavioral Economics)을 배우게 되었고, 학장님을 통해서 기업에서 사용되는 디자인이라는 연구영역을 알게 되었습니다. 여러 분야를 경험하면서 저는 행동적 의사결정이나 행동경제학을 디자인에 적용해 보고 싶었습니다. 즉, 디자인 경영에서 흔히 말하는 ‘디자인이 경영에 어떻게 도움이 되는가’에 관한 것보다는 디자인 의사결정과정에서 ‘디자이너가 일으킬 수 밖에 없는 심리학적 오류’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디자인에 대해서 몰랐던 저에게 지도교수가 내린 첫 번째 지시는 Mechanical Engineering 전공의 제품디자인 코스를 수강하라는 것이었습니다. 공대 수업에서는 이미 정해진 소비자 니즈가 있다는 가정 하에 그 니즈에 맞추는 것을 디자인이라 칭합니다. 제품의 환경이 변하더라도 소비자 니즈에 맞춰야 한다는 게 원칙이었죠. 여러 제약조건을 극복하고 물리적 결함이 적은 결과물을 생산하는 것이 공대에서 생각하는 디자인이었습니다.

비즈니스 스쿨로 돌아와서는 경영대 내에 위치한 컨설팅-리서치-교육을 겸하는 Rotman Design Works에서 프로젝트에 참가하게 되었어요.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 주로 Insights와 니즈를 구하기 위해 관찰 기반 리서치를 진행하고, 데이터 분석을 하고, Key needs를 정한 뒤 신제품 콘셉트를 구상하고, 프로토타입을 만들죠. 이 과정을 통해 얻은 결론은 비즈니스 스쿨에서의 디자인은 소비자 또는 사용자를 대상으로 니즈를 찾는 리서치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학회에 참여해서는 디자인에 대해 좀 더 배우고 싶어서 학회 내에 마련된 활동, 예를 들어 ‘그림 그리기’나 ‘종이 멀리 보내기’ 등의 활동에 참여를 했습니다. 이런 학회에 참여해서 느낀 것은 학회의 성격이나 참가자의 소속에 따라서 디자인에 대한 개념이나 디자인을 공부하고 익히는 방법, 그리고 디자이너로서 해야 할 역할이 매번 달라 어디에서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잘 모르겠다’는 것이 저의 결론이었죠.

디자인에 대해 경험할수록 저는 더 궁금해졌습니다. 특히 저는 행동적 의사결정에 대해 연구를 하는데 소비자들은 디자인 결과물에 대해서 어떻게 의사결정을 하는지(ex. 미니멀 디자인을 좋아하는지), 디자이너들은 자신들의 디자인 프로세스에서 어떻게 의사결정을 하는지(ex. 예산결정은 어떻게 하는지) 궁금했습니다.

또한 경영대 학생들을 대상으로 수업을 하면서 디자인 경영이란 새로운 영역이 아닌 디자인은 디자인대로 마케팅은 마케팅대로 고유의 영역이 있고, 각각의 장점을 통해 서로 부족한 부분을 채워나가는 것으로 디자인 경영을 통해 효과적인 디자인과 마케팅 활동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이제 본론으로 들어가서, 북미에서 디자인이란 용어가 ①비즈니스 ②실무 ③공대의 수업 ④경영대의 수업 ⑤경제학 ⑥마케팅에서 어떠한 의미를 갖는지 각각 설명하고, 이에 따라 어떠한 결론이 나오는지, 그리고 향후 어떠한 이야기가 더 진행되어야 하는지에 관해 말씀 드리겠습니다.

Design in Business

디자인 경영은 많은 사람들이 다양한 관점을 가지고 접근합니다. 경영대에서 디자인 경영을 이야기할 때에는 토론토 대학의 경영대학 학장인 로저 마틴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이 사람은 모니터 컨설팅에서 컨설턴트로 일하다가 학교로 스카우트 되었습니다. 그는 회계, 재무, 마케팅, 인사관리, 조직 등의 다학제적 교육이 더 나은 경영자를 만들어낼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또한 혁신과 창의성에 재능이 있는 비즈니스 영역 밖의 디자이너들도 다학제적 교육을 통해서 더욱 효과적인 경영 성과를 낼 수 있다고 생각했죠. 이에 따라 Rotman School of Management는 대부분의 북미의 경영 대학들과 조금 다르게 ‘디자인과 가까운 경영 대학’으로 흔히 분류됩니다. 굉장히 바쁜 분이라 제가 토론토에 있었던 약 7년동안 딱 2번 만났고, 모두 합쳐서 90분을 만날 수 있었어요.
로저 마틴은 자신의 책을 통해서 분석적 사고와 직관적 사고를 적절하게 믹스한 ‘Design thinking’이 필요하다는 주장을 합니다. 일반적으로 경영자들은 분석적으로 일을 수행하니 디자이너처럼 직관적으로 생각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주장을 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Design in Industry

안타깝게도 한 개인이 직관과 분석을 함께 잘 하기는 어렵습니다. 따라서 실제 기업에서는 분석을 잘하는 사람과 직관이 우수한 사람들을 모아 함께 일을 하는 경우를 종종 볼 수 있습니다. 2005년에 Jess McMulin(www.bplusd.org)이 흥미로운 표를 하나 제시했습니다. 위 그림에서 왼쪽 위에 있는 회사들은 IDEO, Continuum, Ziba, Jump 등 캘리포니아에 기반을 둔 디자인 컨설팅 컴퍼니들 입니다. 오른쪽 아래에 있는 회사들은 Mckinsey, BCG, Accenture, Bain& 등 비즈니스 컨설팅 컴퍼니들이죠. 예전에는 전혀 다른 산업에서 활동을 하던 컨설팅 회사들이 이제는 비슷한 산업에서 컨설팅 서비스를 합니다. 예를 들어, IEDO가 McKinsey가 제시하는 전략 컨설팅 제안서를 제출했는데, 그들은 놀랍게도 눈과 손이 즐거운 모형(Mock-up)을 테이블 한가운데에 놓고 시작했습니다. 이런 시각화, 제품화에 대한 단점을 극복하고자 전략 컨설팅 회사에서도 디자이너를 채용하는 일이 종종 일어납니다. 작게는 결과물을 시각적으로 예쁘게 해주는 것에서부터 크게는 전략에도 참여하는 식으로 영역을 넓혀가고 있죠. 정말 융합, 복합이라는 말이 중요해졌다는 것을 새삼 알 수 있습니다.

두 회사는 소개하는 차원에서 조금 설명하고 넘어가겠습니다. 먼저 ‘IDEO’는 데이비드 켈리가 스탠포드 대학원을 중퇴하고 설립한 제품 디자인 컨설팅 회사였습니다. 이 회사는 이후 제품뿐만 아니라 경험을 디자인하는 회사로 전환했고, 이에 따라 고객의 서비스나 기업의 생산 프로세스를 개선하는 프로젝트를 종종 하기도 합니다. 제가 2009년에 방문했을 때 Zyliss라는 주방기기를 생산하는 회사에 대한 컨설팅 결과물을 볼 수 있었는데 이 회사는 주로 유저(User research)를 통해서 회사의 개선점을 찾아냅니다. 특히 북미전역에 산재한 매우 특이한 익스트림 유저(Extreme user)를 많이 알고 있고 그들을 통해서 개선점의 실마리를 찾아내기에 이 리스트가 이 회사의 주요자산이라고 볼 수도 있습니다.

두 번째 JUMP라는 회사는 Dev Patnaik이 설립한 역사가 길지 않은 작은 규모의 회사인데 디자인을 하는 사람들이 꿈꾸는 사무실 환경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 회사는 한 빌딩의 5층과 6층을 동시에 사용하고 있었는데 두 층 사이에 구멍을 냈어요. 좀 더 원활한 의사소통을 위해서죠. 또 인상적이었던 것은 다양한 공간구성인데 특히 ZEN ROOM이라는 아주 작은 방들은 아시아 클라이언트와의 회의실로 사용하고 피곤한 직원을 위한 휴식공간으로도 사용하고 있었죠. 공간을 재미있게 만들었기 때문에, 방문하는 클라이언트들이 회사에 대한 좋은 인상을 갖게 됩니다.

두 회사를 보면서, 디자인은 백그라운드가 다른 사람들과 함께 일하는 것이 필수라는 것을 알 수 있었고, 그래서 미국에서 디자인이라는 용어는 실제적으로 융•복합이라는 의미와 동급으로 사용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Design in Engineering School

공대에서 진행되는 디자인 수업은 또 다릅니다. 2008, 09년에 NSF(National Science Foundation)의 지원으로 ‘Interdisciplinary Design Workshop’이라는 주제 아래 4개 학교에서 공동 워크숍이 진행되었는데 저는 이 워크숍에 세 번 초청 받았습니다. 저를 제외하고 이 행사에 참여한 대부분의 사람들은 공대의 학생, 교수, 학장들이었습니다. 공동 워크숍의 결과물을 보면 4개 학교의 프로그램이 조금씩 다르다는 점을 알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University of Michigan에서 진행하는 Design Science Program (1)에서는 연구를 주로 합니다. 이 프로그램을 졸업하는 학생들은 ‘영역간 커뮤니케이션 차이를 어떻게 줄일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엔지니어가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만들 수 있을까’와 같은 주제를 연구합니다. 반면 Northwestern University의 Segal Design Institute (2)에서는 연구보다는 비즈니스를 가르칩니다. 즉, 이곳에서 제공하는 석사 프로그램에서는 옆 자리의 석사생과 창업을 하게 합니다. Stanford의 D-school (4)에서는 리서치를 하는 교수도, 회사를 설립하는 창업자도, 기업에서 활동하는 경영자도 될 수 있도록 지도합니다. 즉, 몇몇 융•복합을 강조하는 공대에서는 디자인을 대단히 통합적으로 이해하고 가르치고 있습니다.

Design in Business Schools

경영대에서 진행되는 디자인 수업은 공대 수업과 또 다릅니다. 예를 들어, University of Toronto와 U.C. Berkeley의 MBA과정에서 진행되었던 수업을 보면, 광고 회사나 소비자용품 제조사에 종사하던 실무자가 교수로 부임해서 진행했던 수업은 성공적이었고, 디자인 스쿨에서 건너가서 진행한 수업은 환영 받지 못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즉, 비즈니스를 하던 사람들은 디자인을 이해하기 위해서 디자인 용어를 비즈니스 용어로 이해하기 쉽도록 치환했는데, 그것이 이 수업의 성공요인이었습니다. 예를 들어, 디자인 프로세스를 비즈니스에 적용한 수업에서는 ‘Market-based Ethnography research’라는 용어를 쉽게 풀어서 듣기, 관찰하기, 관점 바꾸기 등으로 바꾸어 배우고 실무에서는 어떤 임팩트가 있을지 스스로 생각하게 합니다.

Design in Economics

경제학에서는 디자인의 ROI(Return on investment) 즉, 투자대비 수익률을 중요하게 여깁니다. 그래서 다양한 방식으로 디자인 자체를 측정하고 측정된 디자인이 기업 경영이나 국가 경제에 미친 효과 등을 파악합니다. 이제까지 발표된 논문에 따르면 디자인 투자는 실질적 경제적 효과가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Design in Marketing

마케팅에서는 종종 디자인을 제품디자인으로 이해합니다. 마케팅 연구자들에게 중요한 이슈는 소비자들이 디자인 결과물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지, 그리고 디자이너들이 디자인 프로세스를 겪어나갈 때 어떻게 지원해줄 수 있는지에 관한 것입니다. 결과물과 프로세스에 대한 이야기는 빠질 수가 없습니다

‘디자인의 사고와 마케팅 프레임 웍’을 서로 동시에 활용하자'

일반적으로 비즈니스나 업계에서 디자인은 ‘신제품 개발(New Product Development)’이라고 이해합니다. 그리고 공대나 경영대학에서 가르치는 디자인도 신제품 개발에 해당합니다. 학문적으로 넘어오면, 경제학자들은 주식가격이나 영업이익 등 디자인의 가치에 관심을 가지고 있고, 마케팅 연구자들은 제품 디자인에 대한 소비자반응과 디자이너의 행태를 이해하려고 노력합니다. 하지만 마케터와 디자이너가 어떻게 함께 일을 할 수 있는지에 대한 이야기는 아직 연구가 많이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디자인과 마케팅은 하는 일이 비슷해 보입니다. 다른 사람들을 이해하고 그들에게 뭔가를 제공합니다. 하지만, 디자이너들은 개별 사용자를 이해하고 개별 제품이나 서비스를 만드는 것에 포커스를 맞추는데, 마케터는 시장을 이해한 뒤 제품 포트폴리오를 구성하고 싶어 한다는 차이점이 있습니다. 이에 따라 두 그룹의 사람들은 매우 다른 방식으로 일을 하고, 따라서 서로 배워야 할 점이 많습니다.

즉, 마케팅에 디자인적 사고가 들어오면 마켓 리서치에서 제품 개발, 마케팅 전략 등 전반적인 방식이 달라집니다. 디자인에서도 서로 간의 이해와 의사소통을 위해 마케팅의 프레임 웍이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봅니다. 예를 들어 유저리서치나 브레인 스토밍 등에 마케팅 이론이나 사례를 잘 적용한다면 쉽게 마케터들과 의사소통이 가능하리라 봅니다. 결론적으로 디자이너와 마케터는 디자인 사고방식과 마케팅 프레임 웍을 서로 적용해서 더 나은 의사소통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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