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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 | 리뷰

작은 사막과 잔잔한 파도

2009-07-28

신두리는 행정구역상 충청남도 태안군에 속해있는 마을로 사구(砂丘)와 백사장, 습지로 유명한 곳입니다. 그리고 얼마 전 상영된 영화 '마더'의 배우 김혜자가 영화 도입부에서 넋이 나간 표정으로 몽환적인 춤을 췄던 곳으로 주목을 받기도 하였죠. 가히 서해안의 보물이라 말하고 싶은 신두리. 서울에서 4시간을 쉬지 않고 달음질친 노력에 큰 선물을 받는 느낌입니다.

글 한영혜

바다다. 아직 바닷가를 찾을 시기가 아닌 가 봅니다. 신두리 해안가로 향하는 일차선 도로는 시원하게 뚫리고 곳곳에는 성수기를 기다리는 공사가 마무리되어가는 모습입니다. 해안가로 진입하는 길은 잠시나마 어촌의 한적한 풍경을 느끼게 하고 파랑을 타고 날아온 모래알들은 고운 화장분 마냥 피부를 스치고 지나갑니다.


신두리해안사구를 찍고 내비게이션이 안내해주는 대로 펜션 밀집지역을 지나 해안사구 앞에 도착했지만 아직 바다는 보이지 않습니다. 해안사구에 들어서니 유독 생각나는 것이 있습니다. 바로 영화 '마더'의 도입부. 영화에서 나온 장면이 어디였을까 사방을 두리번거립니다. 몇 군데 '여기다!'하며 찜해두지만 맞출 확률은 '0'에 가깝습니다. 생각보다 상당히 넓게 분포된 사구지형에는 갈대와 저항성이 강한 해변식물들이 가득합니다. 바람에 따라 이리저리 쓸리는 갈대를 따라 흐느적 흐느적 춤을 춰보기도 합니다.
해안가로 나있을 법한 길 따라 걸음을 옮기니 갈대밭 사이로 서서히 바다가 보입니다. 그날의 바다와 모래알은 햇빛에 반사되어 유난히도 반짝거려 눈이 부셨습니다. 으~아! 바다다!


지리 시간에 안 졸았다면 이런 신비로운 풍경을 쉽게 이해할 수 있었을까요? 바다와 사구 사이의 모래밭에서 느껴지는 시간의 흔적은 어디에서도 볼 수 없었던 아름다운 진풍경입니다. 한동안 눈앞에 펼쳐지는 생경한 풍경에 감탄하며 모래사장에 낙서도 하고 조그마한 바다 생명체도 카메라에 담아봅니다. 파랑이 불 때마다 모래사장 표면은 드라이아이스의 연기처럼 살며시 피어 오릅니다.
신두리 해안가는 비단 사진을 찍는 사람뿐만 아니라 어느 누구에게나 특별한 장소로 손꼽힐 만합니다. 시간대에 따라, 밀물과 썰물의 차이에 따라, 안개의 농도에 따라 다양하게 변화되는 신두리는 모습은 메마른 사람의 감성도 자극할 만큼 특별한 느낌으로 다가옵니다. 때로는 몽환적인 느낌으로, 때로는 거센 바람의 느낌으로 신두리 해안가는 다양한 자연의 신비를 느끼게끔 합니다. 이러한 자연이 만들어준 스튜디오에서 자유롭게 셔터를 누릅니다.
얕고 넓게 퍼지는 파도가 있고 새벽과 낮과 밤 모두 매력적인 신두리에서 누구나 하루 정도 고요하게 보내고 싶은 마음일 것 같습니다.


비수기여서 인지 슈퍼도 '잠시외출중'을 남기고는 하루 종일 외출 중이군요. 신두리 해안가 주변에는 이렇다 할 식당은 눈에 들어오지 않습니다. 대형 팬션이 밀집한 바깥 해안선을 따라 펼쳐져 있지만 성수기가 되어야지 식당이나 매점을 정상적으로 운영한다고 하네요. 그래서 그런지 펜션을 찾은 사람들의 차 트렁크는 오면서 마트에 들려 장을 본 먹을거리로 가득합니다.


신두리해안사구 인근에는 사구가 형성되면서 배후의 산지 골짜기 경계 부분에 담수가 고여 만들어진 두웅습지라는 한눈에 들어오는 규모 작은 습지가 있습니다. 이곳은 나무로 만들어진 긴 다리를 따라가며 햇빛에 부서지는 습지 표면과 연꽃 등을 촬영하기에 그만입니다. 희귀한 동식물이 섭생하는 곳이기에 주의를 기울이는 것도 중요합니다.


특히나 두웅습지는 2002년 환경부로 사구습지로는 국내에서 처음으로 보호지역으로 지정되어 함부로 꺾거나 뽑거나 자르면 벌금을 물도록 되어 있지요. 이건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신두리해안사구도 마찬가지 입니다. 드문 경우지만 사진을 찍으러 오는 사람 중에는 쓰레기를 투척하고 사진을 찍고자 물불 가리지 않고 찍어서 주의를 준 적이 있다고 관리소장은 말합니다.
"조그마한 습지지만 여기엔 국가가 보호하는 희귀보호식물이 약 260여 종이 있는 곳이예요. 그래서 연구하러 오시는 분과 사진을 찍으러 오는 분도 많지요. 다들 잘 안 다치게 상처 안 나게 하는 사람들이라서 습지 바로 밑까지 접근할 수 있게 해줘요. 사진하는 양반들도 나무나 식물이 다치지 않아야 좋은 사진이 나오는 것을 아는 사람들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접근하는 것을 허가해주는 편입니다. 간혹 불상사가 생기는 경우가 있는데, 항상 주의를 부탁드리죠."


남쪽으로 한 30분간 차를 타고 내려가면 신두리 보다는 번화한 만리포 해수욕장이 있습니다. 외부 해안가를 타고 바다를 빠져나오면 천리포 수목원이라는 곳이 있는데 회원만으로 운영되었던 이 식물원은 최근 일반인에게도 공개되었습니다. '세계의 아름다운 수목원'으로 선정되기도 한 이 식물원은 '사람에게 보여주기 위한 숲이 아니라 나무를 위한 숲'이라는 식물원의 원칙처럼 자연은 우리를 위한 것이 아니라 자연 자신을 위해 그렇게 존재하는 것이라는 느낌을 받을 수 있습니다. 좋은 사람과 도란도란 여유 있게 사진을 찍으며 시간을 즐기기에 좋은 수목원입니다. 또한, 천리포수목원에는 호랑가시나무가 600여 종, 동백나무 400여 종, 단풍나무 300여 종, 무궁화 250여 종 등 진귀한 보물들로 총 1만5000여 종의 식물들이 서식하고 있습니다. 희귀 야생화나 식물 혹은 접사촬영을 좋
아하는 분이라면 한 번 들려보길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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