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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 | 리뷰

디자인으로 마음에 온기 불어넣기

2010-03-11


디자인 파일럿에서 3월 한달 간 국내 디자이너 12인의 따끈따끈하고 독창적인 아이디어의 디자인 제품을 둘러볼 수 있게 됐다. 공모를 통하여 선정된 디자이너들의 재기발랄한 아이템들이다. 이번 프로젝트에 동참하게 된 ‘마음에 온기를 불어넣어주는 디자이너’, 이달우를 만났다.

에디터 | 이영진(yjlee@jungle.co.kr)


유니크하고 실험적인 아이디어의 디자인 소품을 구경할 수 있는 곳 디자인 파일럿은 주로 심플하면서도 위트 있는 제품들이 주를 이룬다. 특히 이곳에서 만날 수 있는 한국 디자이너의 제품은 매우 감성적이다. 이번에도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갤러리케이에서 독창적인 아이디어와 예술적 영감을 갖춘 창의적인 디자이너를 발굴하기 위하여 셀렉팅숍 디자인 파일럿과 함께 공모전을 실시했다. 국내의 크라프트 디자이너와 제품 디자이너들이 활발하게 활동할 수 있는 마당을 마련한 것. 12명의 당선자를 선정하여 전시 및 판매의 기회를 제공한다. 또한 아이디어와 개성이 담긴 제품은 9월에는 시드니, 12월에는 런던 갤러리케이에서 전시• 판매할 기회를 가지게 됐다.


디자인 파일럿 프로젝트 12인의 디자이너는 김성민, 김혜영, 레이블럭, 박민지, 소유디자인, 아벨파트너즈, 이규미, 이달우, 홍은정, 해율, zac up design, 8thaweek이다. 이들 모두의 디자인 제품은 주로 심플하면서도 위트 있다. 일상의 작은 부분에 변화를 줌으로써 새로움을 발견하고 더 나은 삶의 방향을 제시하는 것이 포인트다. 이를 통해 너무나 당연하게 보던 것들에게서 새로운 재미를 느낄 수 있다. 특히 이달우의 디자인 제품은 바쁘고 삭막한 사람들의 마음에 온기를 불어넣어 주는 디자인 파워를 실감케 한다. 작은 소품 하나로 큰 위안을 건넨다. 해외 디자이너들의 작품으로 가득 찬 디자인 업계에 반가운 제품이다. 따뜻한 감성과 독창적인 아이디어로 무장한 한국 디자이너 이달우를 주목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디자이너 파일럿 프로젝트에 선정되신 걸 축하한다. 어떤 계기로 지원하게 되었나?
처음에 갤러리케이 대표님께 이런 프로젝트가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너무 반가웠다. 시드니와 런던 갤러리케이에서 전시• 판매할 수 있다는 특전이 가장 매력적이었다. 디자인 제품을 아직까지 해외에서 선보일 기회가 많지 않았다. 최근에는 독일 박람회, 메종오브제 전시에 참가하는 등 해외 진출에 힘을 쏟고 있다. 아직 도전하고 싶은 게 많다.

이번 프로젝트에 참가하면서 기대하는 바가 있다면?
일단, 창의적이고 예술적인 영감을 갖추고 있는 디자이너를 발굴한다는 데에 의미가 있다. 그리고 디자인 파일럿 같은 곳에서 이런 디자인 제품들을 전시• 판매 함으로써 소비자, 대중들에게 디자인의 가치와 퀄리티를 인정하는 문화가 생겨나기 바란다. 아직까지 한국은 디자인의 가치에대한 인식이 부족한 것 같다. 디자인만 괜찮다 싶으면 그것을 카피한 제품이 온라인 쇼핑몰에 무근별하게 떠도는 것만 봐도 알 수 있지 않은가. 디자인 제품 판매가 한철 장사도 아니고, 생명력이 짧은 것도 문제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디자이너 파일럿 프로젝트가 디자인 업계에 활력을 불어넣어 줄 수 있는 계기가 않을까 생각한다.

출품한 디자인 제품 ‘마음티백’은 보면 볼 수록 재미있는 아이디어다. 어디에서 착안했는가?
디자인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였다. 디자인 회의를 하면서 차를 마시고 있었다. 회의가 절정으로 치닫고 점점 사람들이 흥분하기 시작했던 탓에 마시고 있던 녹차 티백의 홀더가 차에 빠져버렸다. 이 모습을 보고 단순하게 티백 홀더가 빠지지 않도록 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게 됐다. 그리고 지금의 마음티백을 디자인하게 되었다.


마음티백 디자인에 대한 불미스러운 사건이 있었다고 들었다.
전 세계 젊은 신예 디자이너 10명이 전시하는 독일의 ‘탤런트’ 박람회에 참가했었다. 이 전시에서 동키 프로덕트(donkey product)가 나의 디자인을 보고는 함께 해보지 않겠느냐는 제안을 했다. 그러나 동키 프로덕트의 스타일은 정치색이 너무 짙었다. 내가 생각하는 디자인 철학과 너무도 달랐고 그림 스타일도 바꾸어야 했기에 딱 잘라서 거절했다. 그런데 이후에 동키 프로덕트가 양팔을 컵 가장자리에 걸쳐있는 똑같은 형태의 티백을 선보였다. 오바마 대통령처럼 유명인을 시리즈로 묶어 ‘티 파티(Tea party)’라고 이름을 붙였더라. 충격적이었다. 다행스럽게도 박람회 주최 측이 동키 프로덕트의 관람에 제재를 가하고 소송을 걸었다.

지난번 SKT와의 헬로T샵도 그렇고 콜라보레이션이나 기업과의 협업에 있어서 자유로운 편인 것 같다. 실제로 어떤가?
지난 겨울 헬로T샵에서는 겨울 및 크리스마스를 테마로 T로고를 모티브로 한 산타, 루돌프, 눈사람 캐릭터 상품을 비롯해 티셔츠와 휴대전화 액세서리, 머그잔, 수첩 등 다양한 제품을 선보인 바 있다. 개인적으로 여러 디자이너와의 협업이나 기업들과 연계하여 작업하는 것을 즐기는 편이다. 다음번에는 마음티백을 20여 명의 디자이너들과 함께 마음티백을 각자의 개성이 표현되도록 콜라보레이션해 볼 생각이다. 정말 재미있지 않겠나.


최근에 가장 관심이 가거나 지향하는 디자인은 무엇인가? 반면 최근 디자인계의 흐름이나 이슈 중에 가장 이해하기 힘든 것이 있다면?
지난해 기아대책의 공정무역 캠페인을 위해 ‘공기 좋은 치아파스의 맛있는 커피’라는 제품의 패키지 디자인을 재능기부했다. 겨우 일단 2달러씩을 받으며 커피농장에서 일하는 멕시코의 치아파스에 사는 어린이들을 위해서다. 패키지 모양을 ‘집’ 형태로 만들었다. 패키지에 달린 뚜껑을 절반만 닫으면 멕시코 치아파스에 세워질 진짜 공정무역 커피조합 창고 모양이 된다. 나의 디자인 철학과 부합하는 이런 기부 디자인에 대해 관심이 많아졌다. 하지만 괜히 심오한 의미만 부여하는 디자인은 하고 싶지 않다. 감성에 호소하는 것도 디자인의 한 방법이 될 수가 있겠지만 의미 부여‘만’ 하는 디자인은 별로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과열현상을 보이고 있는 그린 디자인에 대해서도 할 말이 많다. 물론 그린디자인, 에코디자인 자체에 대한 반대는 아니나, 참된 의미에 대해서 다시금 생각을 해봐야 한다는 의견에는 변함이 없다. 재생용지로 만든 공책, 티셔츠에 나뭇잎 그림을 그리는 것이 과연 얼마나 환경에 도움이 될까 하는 의문이 드는 것은 사실이다.

마음티백이 너무 알려져서 다음 디자인 작업을 하는데 있어 부담감이 크진 않은가? 앞으로의 계획은?
마음티백을 좋아해 주셔서 다음 작업을 준비하면서 부담감을 많이 가지게 되었다. 작업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여러 가지 재미있는 아이디어가 많이 나왔다. 우리가 어렸을 때 많이 해봤던 ‘스크래치 기법’을 응용해 만든 스케치북이나 노트 등. 하지만 이미 누군가가 먼저 아이디어를 낸 것도 있더라. 나도 동키 프로덕트처럼 남의 것을 카피하고 싶지 않다.(웃음) 그런 시행착오의 과정 중에 또 많은 아이디어가 나오고 그것들로 제품을 구상 중이다. 5월 즈음에 제품으로 나올 예정이니 기대해달라. 그리고 지난 해에 마음디자인스튜디오를 설립했다. 규모는 그리 크지 않은 스튜디오지만 이를 통해 본격적으로 제대로 된 디자인 작업을 해볼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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