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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쳐 | 리뷰

당신이 알고 싶은 벨기에의 모든 것

지은경 | 2013-09-10


사람에 따라 여행을 하는 방법은 모두 다르다. 반드시 들러야 할 맛집부터 관광지, 숙소 등의 정보를 섭렵하고 떠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무작정 여행지로 떠나는 사람도 있다. 이들의 여행 방법은 모두 다르겠지만, 여행에 대한 동경과 설렘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벨기에 디자인 여행’을 읽는 일은 새로운 공간으로 떠나는 것이다. 당신이 벨기에를 알든, 알지 못하든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여행을 즐길 줄 아는 사람이라면 누구든 이 여행에 참여할 수 있다.

에디터 | 정은주(ejjung@jungle.co.kr)
자료제공 | 안그라픽스, 신덕호 디자이너

우리가 문화, 예술의 역사를 이야기할 때, 프랑스와 이탈리아 등의 이름을 떠올리는 것은 자연스럽지만, 벨기에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은 조금 낯설게 느껴진다. 그렇지만 아주 오래 전부터 그들의 문화와 삶이 우리에게 전해지고 있었다면 과연 믿을 수 있을까? 벨기에는 네로와 파트라슈의 눈물 겨운 우정을 다룬 ‘플란더스의 개’의 배경이었으며 바로크의 거장 루벤스의 고향이자, ‘틴틴의 모험’과 ‘개구쟁이 스머프’의 작가를 배출한 곳이다. 이뿐만 아니라, 전세계적으로 유명한 와플과 맥주, 고디바 초콜릿의 원산지기도 하다. 드리스 반 노튼(Dries Van Noten)과 마틴 마르겔라(Martin Margiela)와 같은 패션 디자이너들의 이름도 빼놓을 수 없다.

한국의 경상남북도를 합친 크기밖에 되지 않는 이 작은 나라에서 어떻게 이러한 문화가 탄생하게 된 걸까. 저자는 그 답을 벨기에의 지리적 위치와 삶의 태도에서 찾는다. 벨기에는 네덜란드와 프랑스, 독일의 가운데에 있었기 때문에, 일찍부터 다양한 문화가 융합되는 것을 낯설게 느끼지 않았다. 전통적인 가톨릭 국가이지만, 엄격한 규율이 아니라 현실적이며 적당한 타협이 가능한 성품도 이들의 문화를 만드는 데 이바지했다. 한국을 비롯한 다른 나라들이 최근에서야 다원 예술에 대한 관심과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인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잠재적 가능성에 대한 평가로 미국의 디자인 평론가 마이클 캐넌은 2009년 다음 세대의 디자인 스팟으로 벨기에를 꼽기도 했다.

벨기에의 디자인은 삶에서 시작해 ‘삶을 향한 하나의 생활 방식’으로 나아간다. 그 디자인 안에는 과장된 표현보다는 작고 사소한 물건에도 깃들어 있는 진정성이 담겨있다. 예를 들어, 벨기에 와플 틀에 벌집 모양처럼 홈이 파인 이유는 인위적으로 어떤 형태를 만들기 위한 것이 아니다. 크림이나 초콜릿 등을 곁들였을 때 옆으로 흐르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실용성과 개성을 동시에 표현한 것이다. 디르크 베넌츠의 내구성과 편안함을 갖춘 아웃도어 가구 디자인, 이코그라다의 협회장과 홍익대학교 초청교수를 지낸 기 쇼카르트의 그래픽 디자인 역시 시작은 삶을 향한 진정성이었다.

“나는 벨기에를 알게 된 것을 매우 기쁘게 생각한다. 그것은 내게 문화의 발견임과 동시에 새로움을 만나게 된 큰 기쁨이었다. 이전에는 관심조차 없었던 무엇을, 혹은 누군가에 대해 알아가고 그 안에서 소중함을 느끼고 많은 이야기들을 만난다는 것은 참으로 행복한 일이다. 알아가면서 또 다른 만남이 생기고 그 안에서 우리는 많은 재미있는 일들과 추억거리를 모은다.”
-벨기에 디자인 여행 중에서


저자는 다양한 개성을 가진 도시부터 상징적 컬러, 공간 디자인 등을 총망라하면서 벨기에에 대한 개인적인 관심과 사랑을 표현한다. 여행의 순간을 포착한 듯한 생동감 넘치는 사진과 벨기에의 레이스 라인을 살린 책의 디자인도 읽는 재미를 더한다.

‘벨기에 디자인 여행’은 전혀 새로운 것을 발견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알고 있었지만 관심을 두지 않았던 것을 인식하게 되는 과정이기도 하다. 이것은 마치 낯선 여행지에서의 추억이나, 디자이너가 디자인을 시작하는 순간처럼 느껴진다. 벨기에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익숙한 새로움을 즐길 수 있는 태도가 더욱 중요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는 동안 벨기에는 당신의 마음 속 문을 열고 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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